각종 열매나 산야채를 이용해 ‘발효효소액’, ‘발효액’, ‘효소액’으로 불리는 제품이 몇 년 전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지고 특정 질병을 완화하는 기능성을 내세워 비싼 값으로 팔리곤 했다. 어떠한 이유에서였는지 요즘은 과거와 비교해 이와 같은 제품의 판매가 많이 감소하였다.
출처: vimeo.com /130855118
최근 4, 5년 전만 해도 매실, 개복숭아, 머루, 포도, 사과, 오미자 등 섭취할 수 있는 열매와 이름도 생소한 산야채들을 이용하여 발효효소라고 제품(?)들이 많이 제조되어 판매되었다. 각 가정에서 소비할 목적으로 스스로 제조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시판되는 제품도 만드는 방법은 거의 동일하다. 만들고자 하는 열매나 산야채 1kg에 설탕 1kg 동량을 넣어서 제조한다. 그러면, 며칠 지나면 가루였던 설탕이 열매나 산야채에서 삼투압의 차이로 용출된 수분으로 다 녹아 설탕물이 되고 더 지나면 거품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제조하는 사람들은 ‘발효가 잘되었다’라고 설명을 하고 수십 일 또는 수개월 동안 숙성시켜 소위 발효액, 효소액, 발효효소액이라는 이름으로 비싼 가격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 심지어, 질병의 치료, 관절염이나 당뇨, 암 치료와 같은 효과를 내세우기도 하고, 발효효소 식당 등으로 영업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제조, 판매되고 일부 질병에 대한 치료 효과도 선전하고, 이 제품을 사용하여 음식도 만들고 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식품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고 오랜 기간 연구 활동과 대학에서 식품영양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이와 같은 제품을 식품이라고 이야기하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발효액, 효소액이라고 하는 용어의 의미를 살펴보자.
「발효」라는 용어의 의미는 미생물과 관련이 있다. 모든 발효는 미생물의 작용으로 이루어진다. 미생물이 식품을 변화시키는 데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부패이고 다른 하나는 발효이다. 원래의 식품에 미생물이 작용을 해서 식품의 영양적, 기능적, 상품적 가치를 증진시키면 우리는 발효라고 이야기한다. 그 반대의 경우, 즉 원래의 식품 가치보다 미생물이 번식해서 그 가치를 떨어뜨리면 부패로 분류한다. 아주 좁은 의미의 발효는 탄수화물을 알코올 즉, 술로 변화시키는 것만을 발효로 정의하였었다. 하지만, 이것 외에도 미생물을 이용하여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것을 모두 발효라도 정의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
식품의 경우, 발효식품, 발효음식이라는 것이 있다. 그 예가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나 막걸리, 요구르트, 발효유 등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발효식품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발효식품이라고 분류하는 김치나 막걸리, 발효유에는 미생물이 얼마나 들어 있을까... 일반적으로 김치에는 1g 당 100억 마리, 막걸리는 1ml 당 100만-3억 마리, 발효유는 1ml 당 1.7억 마리 정도의 미생물이 들어있다. 이 정도 함유되어 있어야 식품 속에서 미생물로서의 유용한 기능을 기대할 수 있고, 유용 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발효액’이라고 하는 매실 발효액과 같은 제품은 어떨까? 발효액이 되려면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식품 내에 발효에 관여하는 다수의 미생물이 존재하여야 한다. 하지만 소위 ‘매실발효액’과 같은 식품을 제조할 경우 원재료와 설탕을 동량을 넣는다. 즉 설탕의 함량이 약 50%정도 된다. 이렇게 많은 소금함량 환경에서 미생물이 생존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매년 가을 김장을 할 때 바로 먹는 김치는 소금량을 조금 적게, 봄까지 먹는 김치는 소금량을 조금 더 첨가하여 김치를 담근다. 평균적으로 김치 내 소금 함량은 3-4% 정도이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이유는 김치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은 무, 배추, 젓갈 등 김치재료로부터 기인한다. 그런데, 김치 식재료에는 김치 발효를 돕는 유산균 뿐만 아니라 부패균이나 심지어 식중독균도 포함되어 있다. 김치의 약 3-4%의 식염 환경은 부패균이나 식중독균의 성장을 억제 또는 사멸시키고, 선택적으로 높은 소금 농도에 견디는 유산균 만이 김치 발효에 참여하여 김치로 발효시키고 저장성을 부여하게 된다. 소금 농도가 높게 되면 유산균도 자랄 수 없다. 그런데, 소위 ‘발효액’이라고 하는 제품의 설탕 농도는 약 40-50%이다. 설탕과 소금이 미치는 미생물에 대한 작용기전은 동일하다. 따라서, 약 40-50%의 설탕 농도를 가진 제품에서는 미생물이 자랄 수 없다. 이와 같은 제품을 ‘발효액’이라고 부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실제로 시판되는 매실 발효액과 같은 제품의 미생물 수를 측정해 보면 일부 효모균이나 부패균만 검출될 뿐 거의 미생물이 자라지 않는 것이 확인된다.
「효소」가 무엇인가 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효소는 동물, 식물, 미생물을 포함하여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반응을 촉매하는 단백질이다. 각기 다른 효소는 각기 다른 한 가지 반응만을 촉매한다. 즉 생명체 내에서 일어나는 수천, 수만 가지 반응은 서로 다른 수천, 수만 가지 효소가 관여하여 일어난다. 효소는 매우 미량으로 존재하고, 각 효소 반응은 특정 온도와 특정 pH조건에서만 그 반응이 일어난다. 또한, 대부분의 효소는 생명체의 세포 안에서 아주 미량으로 생성되며, 세포 밖으로 분비되는 다량 효소는 주로 탄수화물 분해효소, 단백질 분해효소, 지방 분해효소 등 소화에 관련된 효소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매실액은 효소인가... 혹은 효소와 관계가 있는가... 효소라면 무슨 작용을 하는 효소인가... 매실액에 효소가 있다고 가정할 때, 이 효소는 어디서부터 유래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두 가지 방법으로 효소를 얻고 있다. 먼저 소화제 등의 재료로 사용되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 분해효소와 산업용, 실험용으로 사용되는 효소는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효소를 정제하여 얻는다. 두 번째, 식혜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엿기름과 같은 식재료에 포함된 효소는 식물 재료에 고농도로 함유된 효소를 이용한다. 엿기름(麥芽)은 보리싹을 건조하여 말린 것인데, 보리가 싹이 틀 때 보리 안의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있는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아밀라제(amylase)가 많이 생성된다. 이를 식혜 제조에 이용하는 것이 엿기름이다.
먼저 매실액에 효소가 있다면 미생물로부터 나올까...... 이미 서술한 바와 같이 고농도의 설탕 조건의 매실액에는 거의 미생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매실액의 미생물로부터 효소가 생성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효소가 매실 등 식물성 재료로부터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식물성 재료로부터 소량 효소가 용출될 수 있다. 대부분의 효소는 식물성 재료의 세포 내에 미량으로 존재한다. 또한,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세포 외로 다량으로 생성되는 효소는 소화효소 뿐이다. 발효효소액으로 재료인 열매나 산야채에는 소화효소가 다량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매실액 등을 시료로 단백질 분석이나 효소 분석을 실시하면 미량을 단백질과 소화효소 만이 검출된다. 이와 같이 효소 기능이 거의 검출되지 않는 매실액과 같은 제품을 효소액, 또는 발효효소액으로 부르는 것은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매실액을 어떻게 명명하여야 하는가...... 식품학적으로 매실발효액이라고 판매되는 거의 모든 제품은 열매나 산야초와 설탕을 거의 동량으로 혼합하여 제조한다. 설탕의 함량이 약 40-50%라는 이야기다. 여기에는 미생물도 살 수 없고, 효소도 기능을 낼 정도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단지 과량의 설탕을 첨가하였기 때문에 열매나 산야초의 아주 일부 수용성 성분만이 용출될 수 있다. 심하게 말하면 매실향이나 맛이 나는 시럽,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러한 제품은 매실청, 또는 매실 당추출액 정도로 부르고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그 용도는 일반적으로 매실청을 쓰는 것처럼 설탕 대용으로 매실향의 단맛을 부여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사용법이다.
발효액, 효소액에 대한 잘못된 지식으로 기능성을 내세운 산야초 발효액을 항암이나 심지어 당뇨병의 증상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하루에 2-3잔씩 소주잔으로 섭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콜라를 2-3캔씩 마시는 것과 거의 같은 혈당의 상승을 가져와 당뇨를 앓는 환자에게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발효액, 효소액에 대한 우려를 최근 2, 3년 동안 여러 식품학자, 영양학자, 의학자 들이 경고해오고 있다. 이 글의 처음에 소개하였듯이 4, 5년전에는 ○○발효액, ○○발효효소액, ○○효소액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이 대단히 많았었다. 하지만, 관련 학계에 있는 사람들의 시판되는 발효액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들로 이제는 비교적 이러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것이 많이 감소되었다.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된다.
제조업자들의 항의나 어려움이 있겠지만 식품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 그로 인해 건강이나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항들에 대해 끊임없이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전문가들의 올바르지 않게 제조된 식품들, 사회현상 들에 대한 끊임없는 의견제시과 계몽활동(?)로 우리의 식생활, 사회전체가 조금씩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국가는 문제가 드러나야만 관리 감독을 할 것이 아니라, 항상 여러 식품, 제품이 생산, 판매되는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우려가 되는 식품을 분류하여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여, 이에 대한 선제적인 규제나 관리 감독을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