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있나요......
가정이나 음식점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 우리나라 음식의 맛은 간장이 죄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음식솜씨가 없어 음식을 안해 먹는다 하여도 간장은 거의 모든 부엌에 있다. ‘장(간장)이 맛있어야 그 집 음식이 맛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간장은 우리나라의 음식에 간을 맞추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발효음식, 조미료이다. 예전에는 간장을 가정에서 연례행사처럼 만들었지만 지금은 집에서 간장을 만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자주 접하는 간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잊혀져 이제는 간장은 집에서 만드는 것이 아닌 것처럼 아예 생각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식품의 특징은 발효식품의 종류가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발효식품으로는 김치, 장류, 전통주 등이 있다. 젓갈도 염장식품이기는 하지만 장류와 같은 발효식품의 범주로 분류되기도 한다. 자... 그러면 발효식품을 생각해보자. 탄수화물이 발효가 되면 무엇이 될까.... 탄수화물이 발효가 되면 술이 되고, 더 발효가 진행되면 식초가 된다. 식품 성분 중 단백질이 발효가 되면 무엇이 될까.... 그 산물은 간장, 된장이 포함된 장류(醬類)가 된다. 음식의 맛을 좋게 하는 용도인 조미료로 사용되는 장류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로 콩 단백질을 사용하지만, 육류의 동물성 단백질을 발효시킨 어육장이나 젓갈도 조미료 역할을 하는 발효식품이다.
어떻게 장류는 음식의 맛을 좋게 만드는 조미료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단백질(식물성 단백질이든 동물성 단백질이든 관계없다)이 미생물에 의해 발효 분해되면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으로 분해된다. 단백질은 맛을 내지 않지만, 분해된 20개의 아미노산인 알라닌(alanine), 트레오닌(threonine), 글리신(glycine), 아스파라진(asparagine), 프롤린(proline), 글루타민(glutamine), 세린(serine) 등은 단맛을 내며, 아르기닌(arginine), 라이신(lysine), 타이로신(tyrosine), 히스티딘(histidine), 메티오닌(methionine), 시스테인(cysteine), 이소루신(isoleucine), 페닐알라닌(phenylalanine), 트립토판(tryptophan), 루신(leucine), 발린(valine)은 쓴맛, 아스파테이트(aspartate), 글루타메이트(glutamate)는 감칠맛을 내는 등 거의 모든 아미노산이 맛에 관여한다. 이와 같은 원리로 단백질을 발효한 장류가 맛을 증진시키는 조미료로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그러면 매일 사용하는 장류, 대표적으로 간장은 어떻게 만들까...... 전통적인 간장 제조방법을 살펴보자. 전통적인 방법으로 간장을 담글 때 간장과 된장은 한 세트이다. 간장을 만들면 된장이 따라 나온다. 먼저 노란색의 대두를 잘 삶아 절구로 찧는다. 분쇄된 대두를 작은 베게 모양 또는 집집 마다 선호하는 모양과 크기로 메주를 만든다(어떤 집은 커다란 똬리1) 모양으로 빚기도 한다). 약 10여 일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메주를 말려 어느 정도 단단하게 되면 마른 짚으로 묶어 8-10주간 처마에 매달아 놓거나 그대로 방치한다(이 과정을 메주를 띄운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곰팡이, 세균들이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메주의 단백질을 발효분해하게 된다. 잘 띄운 메주를 깨끗한 물에 씻어 미리 소독한 장독에 넣고 소금물(약 0.3-0.45kg/L)을 채워 약 3개월 동안 발효시킨다. 처음에는 무색이었던 소금물은 3개월 후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간장 속의 메주 덩어리를 건저내고 한 번 더 끓인다(이 과정을 ‘간장을 달인다’고 한다). 달인 간장을 다시 장독에 넣고 발효숙성을 더하면 간장의 맛이 깊어진다. 이와 같은 간장의 발효과정은 간장의 원재료인 대두 단백질이 미생물에 의해 발효 분해되어 감칠맛을 가진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는 과정이다. 간장의 짝(?)인 된장은 간장을 달이기 전에 분리한 메주 덩어리에 소금을 더 첨가하고, 삶아 찧은 콩을 추가로 첨가하여 장독에 넣고 발효 숙성시켜 제조한다.
그러면, 왜 집집마다 간장 맛이 다르고, 같은 집이라고 매년 만드는 간장의 완성도가 다를까........ 그 이유는 김치와 같이 간장도 매번 발효 미생물이 달라진다. 우리가 집에서 간장, 된장, 김치를 만들 때 따로 미생물을 첨가하지 않는다. 즉, 자연적으로 식품 재료에 붙어 있는 미생물이 간장을 발효시키고, 김치를 발효시킨다. 어느 해 운이 좋게도 간장 발효에 적합한 미생물이 많이 혼입되면 그 간장이 맛있어지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 해 간장 농사는 ‘꽝’이다. 아무리 간장 명인, 김치 명인이라 할지라도 그 해의 간장과 김치의 완성도를 단언할 수 없는 이유다.
일제 강점기...
일본에서도 오래 전부터 간장을 만들어 먹었고, 그래서 일본간장의 공장식 제조방법이 우리나라에 들어 왔다. 이것은 전통적 간장 발효제조방법의 문제점을 해결한 방법이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간장 발효제조방법의 문제점은 자연적으로 혼입되는 발효 미생물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여 간장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없었고, 또한 오랜 발효기간이 필요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간장회사에서 대량으로 간장을 만들어 팔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해결책은 이거다.
먼저, 간장의 맛을 어떻게 항상 일정하게 맛있게 할 수 있을까.........
간장의 맛이 일정하지 않은 이유는 자연적으로 혼입된 발효미생물이 간장 발효에 적합한지 아닌지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대두를 삶아 거의 모든 미생물을 사멸시킨 후, 간장 발효에 적합한 미생물(곰팡이)을 선발하여 인위적으로 접종한다면, 간장 맛이 좋고 항상 그 품질을 일정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 까’하는 생각을 하였다........ 이러한 생각을 적중했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마트에서 구입하고 있는 양조간장의 제조방법이다.
또한 발효하는 공정보다 좀 더 빠르게 간장을 제조(?)할 필요가 있었고, 곰팡이 생장을 관리하는 까다로운 공정이 없는 간장제조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산분해 간장이다. 간장을 제조할 때 곰팡이 등 발효미생물을 이용하는 이유는 대두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 수단으로서 사용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대두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 수단이 꼭 미생물일 필요는 없다. 강산인 염산을 대두단백질에 첨가하면 아주 빠르게 단백질을 분해할 수 있고 곰팡이에 의한 발효공정을 어렵게 관리할 필요도 없어 보다 신속하고 쉽게 간장을 제조할 수 있다. 이렇게 제조한 간장이 산분해 간장이다. 산분해 간장도 현재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간장 뒷면의 식품표시 중 식품유형을 확인하면 양조간장, 산분해간장, 혼합간장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혼합간장이란 양조간장과 산분해 간장을 혼합하여 제조한 간장으로 혼합비율이 %로 표시되어 있다. 간장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양조간장이 가장 비싸고, 혼합간장, 산분해 간장의 순이다. 산분해간장이 건강에 안 좋아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모르고 구입하는 것과 어떠한 간장인지 인식하고 스스로 선택하여 구입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양조간장과 조선간장(국간장)은 사용방법과 맛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조선간장(국간장)은 짠맛이 강하며 짙은 검은색(갈색)을 띄고, 국이나 찌개의 간을 맞출 때 주로 사용한다. 회나 전의 소스, 무침의 사용하는 것은 양조간장이다. 양조간장은 짜고 달다. 이유가 뭘까.........
각 가정에서 담가 온 조선간장(국간장)은 재료로 오로지 대두 단백질만 사용하여 단맛이 나지 않는다. 반면에 양조간장의 재료로는 탈지대두와 밀을 사용한다. 탈지대두는 간장의 단백질원으로 사용되며, 밀을 첨가하는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발효미생물의 생장 영양원으로 단백질보다 탄수화물인 밀이 유리하다. 즉 밀의 첨가로 간장발효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두 번째, 첨가된 밀은 간장발효 곰팡이에 의해서 모두 사용되지 못하고 간장에 남아 단맛을 부여한다.
간장 맛의 평가는 T.N.(Total Nitrogen의 약자) 지수로 표시된다. T.N.지수는 간장에 포함된 총 질소 함량이자, 단백질 분해정도를 의미한다. 한국산업표준(KS) 규격 기준에는 T.N.지수가 1.0% 이상이면 표준, 1.3% 이상이면 고급, 1.5% 이상이면 특급 간장으로 구분하고 있다. T.N.지수의 표시는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모든 제품이 표시하고 있지는 않다. T.N.지수가 높다는 것은 간장 안의 단백질이 효과적으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었음을 의미한다. 간장의 T.N.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수한 곰팡이에 의해 단백질을 많이 분해시키거나, 아미노산 분해율이 높은 산분해간장을 첨가하면 T.N.지수를 높일 수 있다. 아미노산이 많다는 것은 간장의 조미효과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트에서 간장, 된장을 포함한 모든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는 반드시 제품 뒷면의 식품표시를 확인하여야 우리가 원하는 제품을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다. ‘진간장’, ‘요리가 맛있는 간장’...... 도무지 제품명만 보고는 이 간장이 어떤 간장인지 알 수 없다. 나는 100% 양조간장을 사고 싶은데, 사고 보니 혼합간장이고 게다가 혼합비율이 양조간장보다 산분해간장이 더 높으면 억울하지 않을까........ 제품명은 어떤 제품이든 소비자의 관심이 많이 가게 정해지고, 그래서 제품명보다는 뒷면의 식품표시를 확인하고 식품을 구입하는 습관을 가져야 우리가 원하는 식품을 정확히 구입할 수 있다.
1) 똬리: 물건을 머리에 일 때 머리 위에 얹어서 짐을 괴는 고리 모양의 물건, 짚이나 헝겊으로 만듦. 똬리를 사용하면 짐은 안정적으로 머리에 일 수 있고, 머리의 통증을 덜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