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와 와이프는 5학년 몇반에 들어서면서 모든 일이 온통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와이프는 무엇을 먹더라도 내게 물어보는 일이 많아졌다. 어느 날 식탁에서 밥을 먹다가 혹은 단백질 보충제를 선택하다가 내게 묻는다. ‘동물성 단백질이 좋아, 식물성 단백질이 좋아?’
최근 다음과 같은 단백질 섭취에 관한 내용이 보도되었다.
“이란 테헤란 의대 연구진, 121명 48개월 추적 관찰. 식물성 단백질·유제품 섭취 시 위험도 감소 효과- 간경변 환자의 경우 단백질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경우 유제품이나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 대비 최대 사망 위험이 4배 높아졌다.”
[메디칼타임즈.2023.08.23]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혹은 건강 유지를 위하여 몸을 지탱하는 근육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단백질을 섭취하여야 한다. 최근 채식주의, 비건 열풍과 함께 단백질 섭취에 있어서도 식물성 단백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의 뉴스 보도나 블로그 등의 내용에는 ‘식물성 단백질이 우월하다’, ‘동물성 단백질이 우월하다’,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를 1:1로 하여야 한다’, ‘1:2여야 한다’ 등의 내용이 넘쳐난다. 우리는 이와 같은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의 식품학적 차이는 아미노산 조성에 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고 하는 기본 구성단위가 연결되어 이루어진 고분자 물질이다. 우리가 식품으로 섭취하는 단백질을 20종의 서로 다른 아미노산이 단백질의 종류마다 특정 서열로 연결되어 이루어진다. 즉, 우리 몸 안에서 신체를 구성하는 근육이나 호르몬 등의 단백질이 합성되려면 그 단백질을 구성하는 20종의 아미노산이 우리 몸에 있어야만 한다. 20종의 아미노산 중 우리 몸에서 합성되는 아미노산을 비필수아미노산이라고 한다. 반면에 우리 몸에서 합성되지 않거나 합성되더라도 그 양이 적은 아미노산을 필수아미노산이라고 한다. 필수아미노산의 종류는 연령과 건강상태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대략 8-10종의 아미노산이 해당되며, 건강한 사람의 경우 식품의 형태로 섭취하여야 한다.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의 영양학적 비교에 기준이 되는 것은 각 단백질을 구성하고 있는 아미노산의 종류이다. 일반적으로 동물성 단백질이 식물성 단백질보다 필수 아미노산의 함량이 비교적 우수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동물성 단백질을 완전 단백질, 식물성 단백질을 불완전 단백질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불완전 단백질은 질적으로 안 좋은 단백질, 완전 단백질은 질적으로 우수한 단백질이라고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식물성 단백질이 동물성 단백질에 비하여 필수 아미노산의 함량이 조금 부족할 뿐이지 영양학적으로는 모두 우수한 단백질이다. 식품학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이렇게 표현한다. 단백질의 품질을 100점 만점으로 따지면 동물성 단백질은 한 80점쯤, 식물성 단백질은 한 70점쯤 된다고. 80점이나 70점이나 그다지 차이가 없는 단백질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충분히 섭취하는냐이다.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이 단백질 품질에 많은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단백질 섭취에 있어서 어떠한 것이 중요하게 작용할까......
예를 들어보자... 공기 중의 산소와 병원에서 환자에게 공급하는 산소를 비교할 때 무엇이 사람에게 유익할까... 산소 만의 측면에서 보았을 경우는 공기 중의 산소나 병원 환자에게 공급하는 산소나 그 효과는 같다. 그러면, 차가 많이 다니는 차도의 공기와 깊은 산속의 공기는 어떤 것이 좋을까...... . 당연하게 모든 사람들은 깊은 산속의 공기가 사람에게 좋다고 할 것이다. 차도의 공기와 산속의 공기 안의 산소에 차이가 있는 것일까.... 아니다. 산소 자체는 어느 장소에 있어도 그 기능과 효과는 동일하다. 문제는 산소와 같이 호흡하게 되는 다른 유해한 물질들이 숲속 공기보다 차도의 공기에 많은 존재하는 것이다. 단백질도 마찬가지다. 동물성 단백질, 식물성 단백질의 차이보다는 같이 섭취하게 되는 다른 영양소에 따라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의 영향이 달라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동물성 단백질은 고기나 우유 등을 통하여 섭취하게 된다. 쇠고기를 예로 들어보면, 쇠고기의 단백질은 영양학적 면에서 매우 우수하다. 하지만, 쇠고기 속의 지방을 먹지 않고 단백질만 섭취할 방법은 없다. 즉, 동물성 식품을 섭취할 경우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가 가능하지만 동시에 포화지방산이 많은 동물성 지방도 함께 섭취하게 된다. 동물성 식품인 육류에는 단백질, 필수지방산, 일부 지용성비타민은 제외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물질이 식물성 식품보다는 적다. 반면 식물성 단백질을 생각해 보자. 대표적 식물성 단백질인 콩 단백질을 생각해 보면 비록 단백질의 영양학적 품질은 동물성 단백질보다는 약하지만 포화지방산을 섭취하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산을 섭취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한, 이소플라본 등과 같은 건강에 유익한 물질들이 동물성 식품보다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다. 이와 같이 동물성 단백질, 식물성 단백질은 단백질의 차이보다는 같이 섭취하게 되는 다른 영양소에 따라 전체적인 섭취 후 영향과 건강상의 효과가 달라지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메디칼타임즈]의 식물성, 동물성 단백질 섭취에 관한 보도에서 단백질로 그 성분을 특정하고 있지만, 사실은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서 동물성 단백질, 식물성 단백질을 정제하여 먹은 것이 아니라 동물성 식품을,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였을 것이다. 동물성이든 식물성이든 단백질의 체내효과는 비슷하기 때문에,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한 경우가 사망률이 4배가 아니라, 동물성 식품을 섭취한 경우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올바르다.
최근 단백질의 섭취가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내용이 신문이나 SNS에서 연이어 언급되고 있다. TV나 홈소핑, 인터넷 등에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한 액상이나 분말 형태의 단백질 보충제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단백질 보충제에 함유된 단백질 성분은 대부분 우유에서 분리한 유청단백질이나 콩에서 분리한 분리대두단백질이다. 필수 아미노산을 효과적으로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대부분의 단백질보충제는 분리대두단백질과 유청단백질을 혼합하여 제조하고 있다. 또한, 각각 콩과 우유에서 단백질 성분만을 추출하였기 때문에 지방과 같은 다른 유해한 영양성분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일단 단백질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로 하였으니, 유청단백질과 분리대두단백질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자.
단백질보충제 성분으로 유청단백질이라는 용어를 심심치 않게 많이 접한다. 유청..... 우유와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유에는 단백질이 약 3.0-3.9%, 지방질이 약 3.0-5.0% 함유되어 있고, 각종 영양성분이 매우 다양하고 풍부하게 함유되어 달걀과 함께 ‘완전식품’으로도 불리고 있다. 우유 단백질을 응고시켜 제조한 것이 치즈이고, 우유 지방을 응고하여 제조한 것이 버터이다. 치즈와 버터는 모두 우유에서 나오고, 모양과 물성은 비슷하지만 치즈는 단백질이고 버터는 지방질이다. 치즈는 우유의 산도를 낮추고 레닛(rennet)이라는 단백질 응고효소를 첨가하면 우유 단백질이 순두부처럼 응고하며 침전된다. 이때 치즈로 응고되는 단백질이 카제인(casein)이다. 우유의 카제인 단백질이 응고하여 바닥으로 가라앉으며 그 위층에 맑은 우유 층이 분리되는데 이를 유청(乳淸)이라고 한다. 이 유청 안에도 β-락토글로불린, α-락트알부민, 면역글로불린 등 여러 단백질들이 함유되어 있고 이를 정제한 것이 유청단백질(Whey Protein)이다.
그러면, 분리대두단백질이란 무엇일까...... 분리대두단백질에 대한 설명은 비교적 간단하다. 대두, 즉 메주콩(노란콩)의 영양성분은 약 40%의 단백질, 약 20%의 지방을 함유하고 있다. 일반적인 식물성 식재료의 특징은 탄수화물과 비타민, 무기질의 함량은 많지만 단백질, 지방의 함량은 비교적 적은 것이다. 하지만 콩(대두)은 일반적인 식물성 식재료와 조금 다른 영양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식물성 식품이면서도 단백질과 지방의 함량이 비교적 높다는 것이다. 대두가 가공되는 순서는 일단 지방성분을 추출하여 식용유로 가공한다. 지방을 추출하고 단백질 성분만 남은 것을 대두박(大豆粕)이라고 하는데 이를 분쇄한 것이 탈지 콩가루이다. 탈지 콩가루의 단백질 함량이 약 60% 정도이다. 여기에는 단백질과 수용성, 불용성 탄수화물이 포함된다. 이 탈지 콩가루에서 수용성 탄수화물을 제거하여 단백질 함량을 약 70-80%로 제조한 것이 농축콩단백질(Soy Protein Concentrate, SPC)이다. 그리고 다시 불용성 탄수화물을 제거하여 단백질 함량을 90% 이상으로 농축한 것이 분리콩단백질(Soy Protein Isolate, SPI)이다. 이와 같은 대두단백제품들은 햄버거 패티나 소시지와 같은 육가공품, 우유가공식품, 빵과 스낵류 등 각종 가공식품의 단백질 함량을 강화하고 단백질로서의 흡습성, 유화성, 유화 안정성 등의 물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사용되고 있다.
동물성 단백질이 좋은지, 식물성 단백질이 좋은지에 대한 논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백질을 얼마나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지,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지방이나 탄수화물의 섭취를 증가시키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영양성분에 따라 식품은 단백질 식품, 지방질 식품, 탄수화물 식품으로 분류한다. 단백질 식품은 탄수화물, 지방, 미량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지만 단백질 함량비가 비교적 높기 때문에 단백질 식품으로 분류한다. 지방질 식품, 탄수화물 식품도 마찬가지다. 100g당 닭가슴살은 28.1g, 돼지고기 목살, 고등어는 20g, 달걀은 13g, 두부는 8g의 단백질을 포함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60 kg인 경우 하루 48-72g, 최대 120g의 단백질을 섭취하여야 한다. 섭취하는 단백질 식품의 질량이 아니라 식품에 함유된 단백질의 양을 고려한 식품의 섭취가 필요하다. 따라서 단백질의 함유량이 정확히 표시된 단백질보충제의 섭취는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거나 용이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물론 정상적인 식사를 통하여 모든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