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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 인문학 Aug 14. 2024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 귀를 의심하세요


 대체로 나이가 들어가면 목소리가 커진다고 한다.

이유는 여러분이 상상한 그대로다.

나이 들면 귀가 잘 안 들리기 때문에

자기 목소리가 커진다고 한다.

자기 자신의 목소리가 잘 안 들리기 때문에

노인들은 목소리를 키워서 말한다는 것이다.

나에게도 이런 유사한 경험이 있었다.

젊었을 때 광고주 사장님이나 회장님께

광고 시사를 하면

늘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저렇게 작아서 자막이 보이겠어요?”라고

지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난 속으로 ‘아니 대문짝 만한데 왜 작다고 하지?”

이렇게 비아냥거렸는데

내가 실제로 그분들의 나이에 가까워지니까

우리 직원들에게 똑같이 말하고 있었다.

“이거 너무 작지 않아요? 좀 키워야지!”

이렇게 디랙션 하는 나를 발견하고

어느 날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

모두 자기 관점에서 말한 것이다.

틀리고 맞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관점에서만 보니까

보편 타당성이 결여되는 것이었다.

내가 그런 경험을 하고 나서

이제는 사이즈에 대해서는

작다 크다 말을 하지 않는다.

적당히 묻어가는 것이다.

젊은 감각의 아트 담당 자들이 보이니까

저렇게 작업했다고 인정하고

본질적인 것만 주문한다.

그러다가 정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이거 늙은 나한테만 작은 거죠?”라고

서글프게 읊조리고 만다.

눈치 있는 사람은 조금 키워서 생색을 내고

연차가 낮은 친구들은

내가 젊어서 한 것처럼 그대로 밀어 붙힌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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