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미락 일식

by 고작가

사람들은 ‘처음’이란 것에 대한 애착이 있다. ‘첫사랑’ ‘첫 차’ ‘첫 집’ ‘첫 가게’... 모두 처음 경험했을 때 영원할 것 같고 나의 모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의 첫 가게 <미락 일식>을 지금도 처음 그 마음처럼 사랑한다.


<미락 일식>을 처음 만난 건 마흔이란 문턱을 넘어섰을 때였다. 그때 나는 식당할 자리를 간절히 구하고 있었다. 오래 전부터 부모님이 하시던 식당이 재개발로 문을 닫아야 했기에 먹고살기 위해 가게 영업을 계속해야 했다. 강남을 제외한 서울 시내 곳곳을 다니며 자리를 찾으러 다녔지만 잘 모르는 낯선 곳에서 가게를 하려니 걱정도 되고 막막했다. 그렇게 가게를 보러 다닌 지 두 달쯤 지났을 때, 우연히 원래 있던 가게에서 가까운 건물에 ‘임대문의’ 현수막을 발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다소 좁은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큰 평수의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겁부터 덜컥 났다. 지하 1, 2층 80평. 예전 가게가 30평 정도 됐으니까 두 배가 넘는 평수이기도 했고, 가벽이나 집기 등 아무것도 없이 탁 트인 공간이라 더 넓어 보였다. 지하 이기도 하고 너무 큰 평수에 마음을 접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끌림이 여운처럼 남았다.


며칠 후, 그때 본 건물의 건물주와 지인들이 함께 식사를 하러 예전 가게로 찾아왔다. 식사를 다 마친 건물주는 조용히 어머니와 나를 부르시더니 "음식 맛이 참 좋네요, 우리 건물에 와서 장사해 보세요"라고 하셨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우리가 가진 능력 밖의 규모여서 자신이 없다고 했더니, 건물주는 편하게 할 수 있는 금액을 말해보라고 했다. 머뭇거리고 있는 나 대신 어머니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보증금과 월세를 말씀하셨다. 건물주는 망설임 없이 "그렇게 하세요" 하며 계약하는 날을 잡아보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렇게 무언가에 홀린 듯, 이틀 뒤 우리는 새 가게를 계약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건물주는 임대업을 30년 정도 한 부동산 재력가로 당신 기준에 맞는 세입자를 찾아 세를 주는 분이었다. 그렇게 계약을 하고, 가게 인테리어를 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주방, 화장실, 홀, 방을 만들기까지 아무것도 없는 80평을 식당으로 꾸미는 것이 너무도 막막했다. 정말 ‘억’ 소리 나는 인테리어 비용에 ‘우리가 사고를 쳤구나’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을 때, 어머니는 여기저기서 돈을 구해 갖다주셨다. "아들, 하는데 까지 해봐. 돈은 엄마가 구해볼게." 작고 연약하기만 한 어머니. 아들의 첫 가게 오픈에 차질이 생길까 봐 나를 격려하며 지원군을 자청하신 거였다.


그렇게 든든한 어머니의 지원 속에 인테리어 업자를 선정하고, 가게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한달 안에 공사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서둘러 목수, 전기업자. 설비업자, 타일공, 페인트공까지 처음 보는 기술자들과 함께 조금씩 식당의 뼈대를 갖추어 갔다. 공사기일을 맞추기 위해 나는 원래 하던 가게에 사람을 하나 쓰고, 새 가게 인테리어에 매달렸다. 아침 7시. 작업복을 입고 현장 여기저기를 다니며 잡부 역할을 하고, 작업자들 간식과 식사를 챙기고, 뒷정리에 청소까지 하면 어느덧 오후 6~7시. 집에 들어가면 곧바로 지쳐 쓰러져 잠들었다. 그렇게 보름 넘게 공사를 함께 진행하면서 반장님을 비롯한 현장 기술자분 들과 많이 가까워졌고, 현장일 여러 가지를 많이 배웠다.


칼을 쥐고 음식을 만들던 손이, 톱과 드릴을 쥐고 현장 일을 하려니 어설프기도 하고 힘도 들었다. 공사가 끝날 즈음 몸무게가 10kg 정도 빠져 맞는 바지가 없어서 고무줄로 묶고 다녔지만, 내 가게를 직접 만들어 가는 뿌듯함에 재밌게 일했다. 공사가 대략 70% 정도 진행됐을 때 재료 공급이 중단되고 추가 인력이 투입되지 않았고, 기존에 일하던 기술자들도 현장을 떠났다. 인테리어 사장이 대금지급을 하지 않아 가게 공사는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공사가 중단된 거였다. 처음 겪는 일이라 마무리가 안된 공사현장에서 낙심하고 있을 때, 그동안 함께했던 반장님은 내 곁을 지켜주셨고 덕분에 공사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렇게 완벽하진 않아도 그 해 여름이 시작될 무렵, 나의 첫 가게 <미락 일식>을 오픈했다. 문고리 하나에서 화장실의 변기까지 손이 안 간 곳이 없고, 숟가락부터 모든 접시며 주방기구까지 직접 고르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부은 나의 첫 가게 <미락 일식>. 그래서 이 가게를 너무도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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