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운영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곳은 바로 '주방'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음식점은 음식맛이 좋아야 한다. 맛을 내는 건 짧은 시간에 이룰 순 없다. 세상에 알려진 수많은 레시피대로 한다고 해서 누구나 그 맛을 낼 수 있다면 세상엔 '맛집'이란 말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주방'은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항상 조심해야 하는 공간이다. 뜨거운 불과 물과 기름, 그리고 날카로운 칼이 공존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10 년 전, 뜨거운 기름솥이 엎어져서 발등에 3도 화상을 입었고 그 흉터는 아직도 남아있다. 그래서일까? 주방에서 일하는 서열관계는 꽤 엄격하고 그래서 여느 회사들처럼 '실장님', '부장님', '과장님'과 같은 직함이 부여된다.
우리 가게에도 실장님, 부장님, 과장님, 그리고 주방 이모가 계신다. 실장님은 주로 생선회와 초밥을 만들고 모든 음식을 총괄한다. 부장님은 주로 탕으로 나가는 생선을 손질하고 탕과 볶음 음식을 담당한다. 과장님은 두 분의 일을 도우며 사이드 메뉴를 담당한다. 그리고 주방 이모는 손님상에 나가는 김치를 포함한 반찬을 만들고 식구들의 식사를 책임진다.
식당에서 가장 바쁜 평일 점심시간. 1시간 동안 적게는 50명 많게는 100여명의 손님들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손님들이 식사하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20~30분 동안 열 가지 이상의 메뉴가 막힘없이 나와야만 그 날 점심장사를 잘 마쳤다고 할 수 있다. 식당의 세계를 모르는 일반인들이 점심 때 주방 모습을 영상으로 본다면 아마도 ‘기인 열전’이나 ‘생활의 달인’을 보는 느낌이 들 거다. 그 정도로 손님들의 맛있는 1시간을 위해서 식당 종사자들은 손이 보이지 않을만큼 바쁘게 일하며 하루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손님들이 기다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에 주방 식구들의 1시간은 흡사 전쟁터와 같다. 그리고 그들은 그 시간을 위해 아침 8시부터 온 정성을 다해 바쁘게 움직인다.
그래서 한번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받아들면 손님들이 이 분들의 노고를 잠깐이라도 생각해주면 좋겠다. 주문하고 10분 정도가 지나면 그릇에 소담하게 담겨 나오는 음식들- 초밥, 대구탕, 우동 같은 맛있는 음식들은 누군가의 수많은 노력이 들어간 결과물이란 것을. 정성이 들어간 음식과 대충 흉내만 낸 음식의 차이는 손님들이 바로 알아본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업종을 변경하거나 문을 닫는 식당과 한 간판을 달고 수십 년씩 영업하는 식당의 차이는 아마도 정성의 차이일 것이다.
비록 수많은 외식업 사장님들이 코로나라는 긴 터널을 어렵게 어렵게 지나고 있는 중이지만, 아무쪼록 흔들림 없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손님들에게 제공하며, 초심을 잃지 않고 이 어려운 시간을 함께 이겨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