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소주, 치킨에 맥주, 빈대떡에 막걸리, 초밥에 사케"
이 땅의 모든 애주가들이 사랑하는 음식과 술의 궁합. 상상만 해도 행복해지는 환상의 콜라보다. 이 중 초밥과 사케의 궁합은 일식집 사장인 내가 봐도 흠잡을 구석이 없다. 일식집의 장점 중 한 가지를 꼽으라면 계절마다 다양한 음식들을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봄 - 도다리, 주꾸미/ 여름 - 민어, 물회 / 가을 - 전어, 꽃게 / 겨울 - 방어, 굴처럼 제철에만 맛볼 수 있는 신선한 해산물로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단골 애주가들은 신선한 맛에 이끌려 오늘도 식당을 찾는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국물에 소주 한잔을 홀짝 하는 것도 좋지만, 신선한 초밥에 따뜻한 사케 한 잔은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별미다. 소주 4,000원, 맥주 5,000원. 사케는 종류에 따라 6,000원부터 70,000원까지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나는 사케보다 소주를 즐겨마시는 편이지만, 손님에게 술맛을 설명하기 위해 가게에서 판매하고 있는 사케 맛을 모두 보았다. 종류와 가격대별로 각기 다른 맛과 향을 가지고 있는 사케.
'일식집 사장은 어떤 사케를 마실까?' 혹시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실 것도 같아서 이야기를 하면, 당연히 저렴한 사케를 마신다. 하지만 평범한 사케에 약간의 노하우를 곁들여 맛과 풍미를 업그레이드 시킨다. 일명 ‘다마 코 사케’. 달걀을 풀은 사케를 말한다. 몸살 기운이 있거나 몸이 으슬으슬 추울 때 마시면 한결 개운해지는 효과도 있다. 다마 코 사케의 제조비결을 살짝 공개하면 우선 사케를 끓이지 않고 중탕해서 서서히 따뜻하게 데워준다. 사케가 어느 정도 데워지면 설탕을 약간 넣고 푼 달걀 노른자를, 따뜻해진 사케에 넣고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준다. 이때 사케 온도가 너무 뜨거우면 노른자가 익게 되는데 그럼 실패다. 적당히 따뜻해진 사케에 달걀 노른자를 섞은 ‘다마 코 사케’는 일반 일식집에선 잘 팔지 않는 메뉴다. 온도 맞추기도 까다롭고, 손이 보통 많이 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추운 겨울밤, 실장님과 함께 팔다 남은 생선에 다마 코 사케를 마시고 있었다. 코로나로 저녁 손님이 줄어 들어서 저녁밥보다 간단하게 술 한 잔으로 대신하는 날이 많아진 요즘이다. 건너편 방에선 단골 손님들이 생선회에 프리미엄급 사케를 마시고 있었다. 다른 손님들은 없었고 평소 자주 뵙는 단골들이었기 때문에 그날은 우리가 마시는 사케 맛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조금 다마 코 사케 맛을 본 단골 손님들은 5배나 비싼 술을 물리곤 다마 코 사케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메뉴에도 없는 술이기 때문에 가격을 얼마나 받아야 할지,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망설였지만 일단 한 병을 만들어 드렸다. 그렇게 우연한 기회에 빠지게 된 다마 코 사케 맛을 보기 위해서 그 단골손님들은 일행을 바꿔가며 자주 가게를 찾았고, 그때마다 같이 온 일행에게 이 술은 메뉴에도 없는 거라고, 이 가게 사장과 주방장만 마시는 특별하고 귀한 것이니 어서들 맛보라고 자랑을 했다.
물론 맛과 향은 5배나 비싼 프리미엄급 사케가 훨씬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메뉴에도 없고 사장과 주방장만 마시는 술이라고 하니 궁금하기도 하고, 호기심에 더 좋게 느껴지셨던 거겠지. 음식이란 이렇게 본연의 맛 이외에도 분위기와 호기심에 의한 영향도 큰 것 같다. 그래서 정답이란 없는 음식장사를 한다는 게 재미있기도, 또 때론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