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붕괴, 풍수재해, 도난, 파손, 음식물 사고로 인한 손해'
앞서 나열한 이유로 발생한 손해는 화재보험의 보장내역에 들어간다. 2020년 1월 코로나가 발생하고 6개월 뒤, 가게 매출의 최저 기록이 매일 경신되던 때 답답한 마음에 가게 화재보험 증서의 약관 내용을 찾아봤다. 약관 어디에도 감염병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보장내역은 없었다.
식당업 10년차인 요즘, 이전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1997년 IMF와 2020년 코로나. 두 재앙 중 어느 것이 장사에 더 큰 치명적이었을까? 주변 식당 사장님들과 모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 주제였다. IMF가 금융 위기였다면, 코로나는 사람들 간의 감염병이다. 업종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처럼 매장에서 손님을 받는 식당업의 경우 코로나의 영향이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배달 전문점을 제외한 모든 외식업을 하는 분들은 코로나가 터지고 가게 매출이 50% 이상은 급감했을 것이다. 코로나 발생 초기엔 누구나 금방 지나갈 거라고 예상했다. 이미 사스와 메르스 같은 질병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상황이 이처럼 심각하고 길게 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평일 점심시간. 100명씩 들어오던 가게에 손님이 7명이었던 날도 있었다. 처음 두세 달은 '이러다 말겠지' 하는 심정으로 직원들을 안심시키며 평상심을 지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평소의 20~30% 매출을 석달째 찍게 됐을 때 그제야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둘러 배달할 수 있는 메뉴를 보완해서 배달 웹에 가입하고,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직원들을 돌아가며 쉬게 했다. 그렇게 여름을 맞았을 때, 코로나 상황은 더 악화되고 끝이 보이지 않는 힘든 싸움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50년 가까이 살면서 '재난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정부에서 현금도 지원받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가게들이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나 또한 적금을 깨고, 대출을 받고, 월세를 밀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떠서 가게 나갈 생각을 하면 가슴부터 답답해졌다. 세금, 공과금, 4대 보험, 직원들 월급에, 임대료, 물건값까지 하루하루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커지고, 그 압박감이 목을 누르고 숨조차 쉬기 힘들게 만들었다. 손님이 없어도 문을 닫지 않는 이상 재료 준비를 안 할 수는 없다. 아침에 정성껏 준비한 식재료들이 음식물 쓰레기 통으로 버려질 때면 내 몸뚱이가 통째로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것 같았다. 밥을 먹어도 무슨 맛인지 모르겠고,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나름 힘든 시기도 넘겨보고, 몸 고생 마음고생도 많이해 본 터라 견딜 수 있을 거라 자신했지만, 힘든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신이 너무 피폐해졌다. 무서웠다.
그렇게 삶이라는 파도 앞에 두려움을 느끼며 하루하루 버틸 때, 나를 잡아준 건 실장님과 가족들이었다. 식당업만 40여년째인 우리 실장님. 아무리 힘들어도 버틸 수 있다고 당신 월급을 사양하며, 가게 형편이 나아지면 그때 달라고 나를 격려해 주셨다. 식당업 20여년째인 어머니도 가게가 망한다고 니 인생도 같이 망하는 게 아니니 대범하게 생각하라며 힘을 주셨다. 방송작가 19년 차인 동생은 가게가 망하면 오빠 용돈은 동생이 책임진다며 글쓰기를 권해 주었다. 그리고 식사를 하고 갈 때마다 "손님이 많이 줄어서 힘드시죠? 차츰 나아질 테니 조금만 버티세요" 하며 힘을 준 단골손님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고마운 분들의 힘으로, 나는 오늘도 코로나와의 힘든 싸움을 계속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