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이후로 시골에서 살아 본 적이 없었다.
서울과 인천 혹은 경기도 권에서만 살았고, 고향도 서울인 나는 시골 정서를 모르고 산 셈이다.
제주도란 곳에서 굳이 도심과 시골을 나누자면, 제주시보다는 서귀포가 시골인 셈이고,
서귀포 내에서도 읍단위 아래의 지역은 하루에 오가는 버스노선이 몇 개 안 되는 지역이 대부분인 곳이다.
서울에서의 이동수단은 참 다양하다. 자가 차 외에도 버스, 택시, 지하철을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오히려 차를 가지고 다닐 때의 불편함이 컸던 기억이 많았던 곳.
시골에 살수록 필요한 것이 자가 차라는 걸 나는 살아보면서 깨달았다.
지하철은 당연히 없고, 택시는 카카오 택시를 불러야만 탈 수 있고,
버스도 배차간격과 노선이 띄엄하게 있으니 말이다.
보통 서귀포 가정들은 성인 수만큼의 이동수단을 가지고 있다.
짐을 싣기 용이한 1톤 트럭과 승용차 한 대씩. 함께 사는 자녀들이 성인인 경우 출퇴근용 차가 더 추가된다.
그럼에도 교통 체증이 없는 걸 보면, 서귀포의 인구밀도가 낮은 건 확실한 것 같다.
자동차 외에도 전기 자전거나 이륜차(스쿠터나 오토바이)도 필수품처럼 여겨진다.
특이하게도 여자 삼춘들(평균 연령 70세 이상)이 100cc 이하의 스쿠터를 몰고 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집 근처 밭에 가거나 물질하러 갈 때나 장에 가실 때 모두 귀엽게 생긴 스쿠터를 이용하신다.
서울에 있을 때부터 자전거를 탔던 나는 로드 바이크를 가지고 왔었다.
파도소리가 들리는 해안도로를 바람을 맞으며 페달을 밟다 보면,
내가 도로 위를 달리는지 바다 위를 달리는지 모를 만큼 라이딩에 빠져든다.
서귀포 처음 와서 탔던 6개월 동안의 라이딩 거리가 서울에서 탔던 4년 동안의 거리보다 길었다.
시간이 허락되면, 걸어 다니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니 차를 이용하는 시간은 짧아졌고,
배터리가 방전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가끔 시동을 켜주기 까지 했다.
제주살이 2년 차의 봄에 나는 난생처음 전기 스쿠터를 샀다.
고등학생 때 부모님 몰래 친구들과 어울려 오토바이를 몰아본 적은 있었지만,
성인이 된 후로는 이륜차를 탄 기억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스쿠터를 구입한 이유는 너무도 단순했다.
서귀포를 좀 더 몸으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출퇴근할 때나 가까운 거리를 일 보러 갈 때,
오르막 구간을 차가 아닌 바람을 느끼며 달릴 수 있는 이동수단을 원했다.
보조금을 지원받아도 자가 부담금이 백만 원 정도는 필요로 했지만, 나는 과감히 투자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백만 원을 투자해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의 지표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동할 때마다 작은 스쿠터가 주는 행복감에 나는 매일 감사한다.
하루종일 땀 흘리며 일한 뜨거운 몸에게 시원한 바닷바람을 선사하는 퇴근길은 하루의 피로를 풀어준다.
안개 낀 숲길을 따라 한라산 중산간을 달리다 보면, 한 마리의 산새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갈수록 주차장에 서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차, 친구들이 사준 차 ‘감동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요즈음 두 바퀴로 달리는 세상에 푹 빠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