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여가생활

by 고작가

"카톡, 카톡,"


반가운 메시지는 소리도 크게 들린다. 단톡방에 올라온 동생 메시지다. "주말에 맛있는 거 쏩니다" "아싸, 난 고기고기 소고기" 1초의 망설임 없이 격하게 답장을 보냈다. 주말에 코로나 상황이 심해져서 외식은 하지 못하고 빛깔 좋은 한우를 사서 집에서 먹어야 했지만 모처럼 다같이 맛있는 한 끼 식사를 했다.


동생은 라디오 방송작가다. 그래서인지 동생은 책도 많이 읽고, 여행도 자주 다닌다. 돈을 받고 글을 쓴다는 것,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워지기도 한다. 그런 능력자인 동생이 이번에 수필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탔다. 소액의 상금과 함께. 이번 주말에 맛있게 먹은 소고기는 일종의 상금 턱이었다. 동생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주로 쓰는 직업이라 자신의 이야기를 써본 건 처음이라 했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약속도 없어서 재미로 써 보았다는 수필 공모전에서 상이라니 역시 글쟁이의 필력은 남다르다.


그렇게 동생이 건네준 수필집에는 동생 글을 포함해 공모전 수상작들이 수록돼 있었다. 책 읽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였지만, 호기심에 천천히 읽어 보았다. 어려운 내용 없이 일상의 소소한 느낌을 읽기 쉬운 문장으로 쓴 글이었지만, 잔잔한 재미와 감동이 느껴졌다. ‘아, 이런 게 수필이구나’ 오랜만에 읽는 책인데도 거부감이 들거나 어렵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나도 쓸 수 있겠는데’ 이런 발칙한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가 터지고 일 년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살았던 일상의 기억도 가물가물 해지고 있다. 친구와 지인들과의 모임, 야외활동이 줄어들고 생계를 위해 일하는 시간외에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집에서 편하게 혼술을 하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 휴일의 일과가 된 지도 오래다. 그런 단조로운 시간을 보내던 시기에 접한 글쓰기는 신선한 경험으로 진행 중이다.


얼마 전부터 동생의 권유로 편하게 글을 쓰고 있다. 아직 장문의 멋진 글은 쓸 수 없지만, 짧지만 내게는 소중한 기억과 느낌들을 담담히 쓰고 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운다더니 마흔이 넘은 나이에 수필을 쓸 줄이야.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이라 어색하고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이 쑥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글 쓰는 것 자체가 싫거나 힘들지 않고 오히려 힐링되고 즐겁기까지 하다. 동생이 권유로 우연히 시작한 글쓰기가 나의 새로운 취미생활이 되고 있다.


글 쓰는 걸 배운 적도 없고, 책을 많이 읽지도 않지만, 글을 쓰다 보면 마음 속 시퍼렇게 멍들어 있던 응어리들이 조금씩 나아짐을 느낀다. 그렇게 쓴 글들을 용기 내어 동생에게 보여 주었다. 학창 시절 선생님 앞에 선 학생처럼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정작 동생은 ‘잘 썼네. 오빠. 책도 많이 읽어보고 계속 써봐’ 한다. 역시 가족 간에는 배우고 가르치는 건 하면 안 되는 거다. 그러면 어떠랴. 이 나이에 전업작가로 글 쓰는 것도 아니고, 코로나가 가져다준 집콕 생활 중에 만난 글쓰기는 힘든 일상의 유일한 탈출구가 되어주고 있다.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빈 가게를 지키는 힘든 시간에도, 답답한 마음을 풀어줄 곳 없던 무료하게 보낸 휴일에도 글쓰기는 조용하지만, 정직하게 내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고 있다. 누군가의 글을 읽어보고, 나의 이야기를 써 본다는 것이 소소하지만 잔잔한 감동을 줄 때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매력을 느낀다.

요즘처럼 반 강제적인 집콕 생활을 하는 시기에, 나는 뒤늦게 깨달은 글쓰기로 슬기롭게 여가생활을 보내고 있다.


keyword
이전 12화일식집 사장이 볶는 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