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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은 Sep 27. 2024

진심이 어려운 아이2

강윤-1(2/2)

주현에게 밝히지 않았지만 그도  아는 듯했다. 주현과 윤은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시우의 앞에서만 다정하게 지냈다. 시우는 진심으로 행복했다.  가장 내에서. 시간이 흘러 시우는 중학교 3학년이 되었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윤과 정말 닮았다. 연약한 허리를 물려받을 정도로.


 이혼을 먼저 언급한 것은 주현이었다. 시우도 어느 정도 컸으니 각자의 애인과 행복하게 살자는 뜻이었다. 윤도 긍정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시우는 아빠를 좋아했다.


시우는 나랑 있어야 행복해.”


“좋은 아빠 노릇 아직 안 끝난 거야? 먼저 다른 이에게 눈 돌린 건 당신이잖아.”


 주현의 입가에 비웃음이 서렸다.


당신은   보면서 서인우를 찾았잖아.”


“... 다 알고 결혼했으면서.”


 시우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 윤은 세게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남자 둘이서 애를 키우겠다고? 고작 카페 사장 하는  남자랑?”


 조심해.”


시우한테  얘기해 볼까? 자기가 그렇게 믿고 따랐던 아빠가 사실은,”


“그만해!”


 주현의 얼굴이 붉어졌다. 화를 간신히 참고 있었다.


당신이 생각해도 너무 욕심 같지? 포기해.”


“... 내 아들, 하고 싶은   하게 해 줘.”


그럴게. 당장 입시학원부터 알아볼게. 이해해 줘서 고마워.”


“포기한 거 아니야. 시우 보러 자주 올 거야.”


 윤이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얼마든지.”


 여유롭게 대답했지만 주현이 거의 매일 시우 앞에 나타나지는 않을까, 윤은 걱정했다. 그러나 그런 걱정과는 다르게 주현은 시우에게 직접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재안의 카페 주소만 알려주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없었다. 시우는 여전히 아빠를 그리워했다.


 주현과 이혼하고 윤은 시우와의 모자 관계에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인우가 시우를 만나보고 싶다고 재촉했다. 어쩔  없이 단지 ‘친구라고 인우를 소개해줬지만 시우는 인우를 보자마자 적대감을 내보였다. 바로 아는 눈치였다. 시우에게 주현이 이혼을 먼저 제안했다고 굳이 말하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시우는 생각했다. 남자친구구나. 그렇다면, 아마도, 엄마 아빠가 갈라서게  이유는.


 시우가 학원에서 쓰러졌다는 소리를 들은 윤은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시우의 허리도 자신처럼 연약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우는 덤덤했지만 윤은 시우 몰래 밤을 새워가며 울었다. 너무나도 자신의 과거였다. 다시는 보고 싶지도, 회상하고 싶지도 않은  과거.


 곧바로 시우의 꿈을 반대하지는 않았다. 한의원을 꾸준히 다니면서 완치를 꿈꾸기도 했다. 윤은 시우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학원에서 보내주는 영상을 꾸준히 하나하나 관찰했다.  아이가 살면서 저렇게 웃을 날이 있을까? 하고 싶은 , 저렇게 웃을  있는  마음껏   있게 해줘야 하는  아닐까? 병원을 다니며 치료하고 학원에 가는 날을 줄였다. 입시 반에는 강도 높은 안무들이 많았기에 잠시 시우가 입시 반을 쉬게 하기도 했었다. 시우도 자신의 처지를 알았기에 최대한 불만 없이 윤의 말을 따랐다.


 불현듯 윤은 인우가 생각났다. 저의 허리를 고쳐주기 위해 의사가 되겠다는 말이 떠올랐다. 윤이 시우에게 더 집중해야 해서 인우와의 만남을 갖지 않은지 한 달이 되던 때였다.

 윤의 연락을 받은 인우는 그날 저녁으로 약속을 바로 잡았다. 윤이 카페에 먼저 도착했고 곧이어 인우가 도착했다. 인우는 도착하자마자 윤의 얼굴을 살폈다. 분명 윤은 시우가 문제가 생겨서 당분간 만나지 말자고 했었는데 인우는 윤을 먼저 걱정했다.


시우 얘기는  물어봐?”


“네가 먼저 말하지 않는 것 중에서 내가 섣불리 궁금해할 건 없을 거야. 딱 하나 빼고.”


 윤이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우며 인우를 바라보았다. 인우는 눈앞의 라테를 한 입 마셨다.


“너. 너에 관한 건 뭐든지 네가 말 안 해도 내가 알고 싶어 할 거야.”


 윤의 귓가에 꽃이 피었다. 윤은 민망한 듯 인우를 바라보지 않고 커피 잔만 만지작거렸다.


항상 생각은 했는데.  귀가  솔직해.”


?”


“그냥. 항상 나랑 있을 때면 봄이더라고. 네 귀가.”


 윤은 여전히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우는 씩 웃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답했다. 순간 윤은 시우를 잊은 자신을 발견했다. 이런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려고 인우를 만난 것은 아니었다.


“내 허리. 고쳐줄 수 있어?”


 인우가 멈칫하더니 흔들리는 눈빛으로 윤과 눈을 맞추었다. 윤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등학교 이후로 춰본 적도 없고 이제 꿈꾸지도 않았는데. 그래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인우의 표정으로 자신이 다시는 춤을 출 수 없을 거라는 것을 확인받은 느낌이었다. 왜 이러지? 윤은 스스로 물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유전적인 건지 아직 확실하지는 않아. 시우 허리도  좋더라고.”


그걸 언제 알았어?”


  정도. 그래서 연락 못했어. 시우한테 집중하느라 바빴거든.”


“뭐?”


 급격하게 굳은 인우의 목소리에 윤은 떨리는 눈빛으로 인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인우는 한숨을 내쉬고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붙잡았다. 윤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걸  지금 말해? 중요한 일이잖아.”


굳이 말해야 하나 싶었어.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치료해서 나을 수도 있으니까.”


“그게 됐으면 네가 지금 이런 모습이겠어?”


 윤은 울컥, 가슴 깊은 곳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시우가 춤추는 것을 보며 대리 만족했던 것을 차마 부정하지 못했다. 무대에 한 번이라도 서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괜찮다며 살아왔는데. 그래도 꽤 열심히 살아왔는데. 자신의 지난 삶이 한 번에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모습이  어때서?”


좋아하는  못하고 있잖아. 꿈이 눈앞에서 사라졌잖아.”


“꿈이 뭔데? 그렇게 중요해? 그냥 이렇게 잘 살고 있으면 되는 거지. 나는 더 이상 꿈꾸며 살아가지 않아. 그냥 살다 보면 꿈 비슷한 게 언제든지 나와.”


 윤은 흥분한 스스로를 발견하고는 흠칫 놀랐다. 인우는 그런 윤의 손을 잡아주었다.


미안해. 그런 뜻은 아니었어. 시우가 너무 걱정되었으니까.”


시우 허리. 고칠 수는 없을까...?”  


“일단 춤은 멈추는 게 좋겠어. 다음 주 식사자리에서 내가 말할게. 나쁜 건 내가 다 할 테니까 넌 좋은 엄마로 남아야지.”


 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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