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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은 Oct 12. 2024

사랑이 어려운 아이2

이시우-2(2/2)


 점심시간이 되어 시우는 카페를 나섰다. 가만히 앉아있는 건 도저히 취향에 맞지 않았다. 현의 연락 한 번이라도 있다면 괜찮았을 텐데, 오늘은 핸드폰을 낸 건지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잠에서 깬 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아 점점 허기가 졌다. 시우는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밥은 따로 먹어도 되니까.

 최대한 느린 걸음으로 걷던 시우가 아파트 단지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어라. 잘못 봤나, 싶어서 눈을 비벼도 봤다. 그러나 잘못 본 게 아니었다. 현이 나뭇잎 없는 앙상한 가지들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짹짹 아!”


 시우는 현을 향해 뛰어갔다. 그러자 나뭇가지를 관찰하던 현도 옆으로 돌아 시우에게 반갑게 웃어줬다. 미소에서도 후각이 발달할 수 있나? 현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시우의 모습이 꼭 강아지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털 잘 빠지는 강아지. 흔적 잘 남기는 시우.


“뭐야? 우리 집 어떻게 알았어?”

“다 아는 방법이 있지.”


 현은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헤헤, 웃어 보였다. 시우는 그런 현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패딩 밖으로 보이는 후드 모자도 잘 정리해 주었다. 내가 이렇게 꼭 챙겨줘야 한다니깐.


“잠깐만. 아직 학원에 있을 때 아니야?”

“으응, 그게. 조퇴했어.”


 현이 나무들 아래 작은 돌담에 앉으며 말했다. 앗, 차가워. 현은 옆에 있던 책가방에서 목도리를 꺼내 자신의 옆에 펼쳤다. 여기 앉아.


“목도리 더러워지잖아. 차라리 네가 앉아.”

“나 바지 두꺼워서 괜찮아. 그리고 답답해서 목도리 잘 안 해.”


 시우가 살짝 목도리 위에 앉았다.


“그럼 왜 들고 다니는데?”

“엄마가 줬으니까. 아침에 인사할 때까진 목도리 하고, 밖에 나오면 벗어.”


 흐음. 두 손을 후드집업 주머니에 모두 넣은 시우가 조용히 한숨을 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현은 그런 시우의 주머니에 핫팩을 쏙 넣어주었다.


“그렇게 엄마가 좋아?”

“응. 당연하지.”

“네 꿈 반대하시잖아.”

“잘은 모르지만 그것도 다 날 위한 거일 거야. 눈빛이 슬퍼 보이니까.”


 눈빛. 눈빛이라. 시우가 눈을 감고 윤의 눈빛을 떠올려보았다. 주현과 셋이었을 때는 늘 행복하게 바라봐주었는데. 그다음은... 그다음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분명 원치 않아도 매번 눈을 마주치는데. 스쳐 지나가는 눈빛 하나하나 살피는 게 당연한 일은 아니구나. 그리고 그걸 분석한다는 건 사랑한다는 거구나. 시우는 또다시 한숨을 내뱉었다,


“엄마를 사랑해?”

“응. 매일 아침 난 사랑한다고 말해.”

“뭐? 정말?”


 현은 놀란 시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도 사랑하잖아.”

“내가? 엄마를?”

“응. 몰랐어?”


 현은 당연하다는 듯이 시우를 바라보았다. 시우는 당황해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야. 난 싫어해. 미워한단 말이야.”

“사랑의 끝이 뭔지 알아?”

“미움. 싫증.”

“틀렸어. 무관심이야.”


 시우가 눈알을 굴렸다. 이해가 안 된다는 뜻이었다.


“싫어하는 것도, 미워하는 것도. 그만큼 신경 쓰니까, 관심 있으니까 그러는 거잖아. 미워하는 것도 사랑하는 거야. 엄마를 사랑하니까 그 아저씨도 싫은 거고.”


 시우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대신 눈을 감고 천천히 자신의 감정을 정리했다. 자신이 인우를 싫어하는 이유. 자신이 엇나가는 이유. 춤을 계속 추려는 이유. 모든 이유가 윤과 관련되었다.


“내가 많이 어리 석어 보이지?”

“그게 왜? 세상에는 자기감정을 알고서도 솔직해지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 넌 지금까지 몰랐던 거고.”


 현의 말에 시우는 싱긋 웃었다. 아무리 스스로를 낮게 평가해도 현은 그런 자신을 늘 위로 일으켜주었다.


“아, 그럼 숙제!”

“숙제?”

“사랑한다고 말씀드려.”

“으에?”


 시우의 표정이 잠깐 일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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