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이 책에 대한 여러 인플루언서서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금은 문화 권력이 되어버린 이동진을 비롯해서.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다시 한 번 훑어보니 이 책에 대한 가장 정확한 평가는 책의 커버에 실린 "렉스 프레스" (신문) 의 평가라고 생각한다.
"흠잡을 데 없는 구성, 흥미진진한 플롯, 사랑스러운 캐릭터".
꼭 책이 두꺼워야만 읽을 만한 소설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어지간한 소설들의 분량은 300페이지를 넘지 못한다. 300 페이지를 조금 넘기면 그래도 장편 소리를 들을만 하다는게 다독자로서의 솔직한 평가다. 이 지점에서 장장 621 페이지의 두꺼운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 한 편으론 반가우면서도 또 한 편으론 "지겨우면 어쩌지?" 하는 우려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결과는? 정말이지 여러 분들이 추천할만한 오랜만에 만나보는 제대로 된 이야기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는 영화감독으로 예술가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만든 영화를 본 적이 없지만, 아마도 좋은 영화를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이렇듯 뛰어난 서사를 만들어 내는 걸 보면. 본인은 영화보다는 소설이 훨씬 더 본인의 예술적 열망과 하고 싶은 얘기를 풀어내기에 좋은 도구라고 생각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좋은 책을 써 냈고, 또 공쿠르상 까지 받았으니 장바티스트의 선택은 옳은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받은 열망은 이 책이 영화 내지는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져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한다. 아니 어쩌면 주인공인 미모와 비올라의 얘기를 풀어낸는데 좀 더 어울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이 있다. 다만 이럴 경우 미모 역할을 수행할 배우를 찾는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책의 기본적인 플롯은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 주인공에게 능력과 (천재적인 조각가로서의 재주) 역경을 (왜소증) 주고, 이 역경을 함께 헤쳐나갈 파트너(비올라)를 제공한다. 독자에겐 미켈란젤로 비탈리아니 (미모)가 창조한 조각상, "피에타" 에 관련된 미스테리를 선사한다. 너무나도 귀에 익지 않은가? 동명의 실제 거장인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피에타"가 떠 오를 수 밖엔 없다.
미치광이 광신도에 의해 파손되어 현재 복원 작업 중인 미켈란젤로의 걸작, "피에타" 의 운명이 사실은 동명의 작가인 미모에 의해 탄생한 또 하나의 "피에타"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력이 이 책의의 전개에 중요한 밑밥이 된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길 보는 경이감과 괴기함에 빠지게 만들고, 심지어는 미쳐버리게 만든 것일까? 무슨 이유로 지금까지 바티칸은 이 조각상을 외딴 수도원에 숨겨놓고 세상과 단절시켜 버린 것일까? 이 같은 의문은 이 책의 한 챕터에서 다음 챕터로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들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소설의 끝에 다다르게 된다. 한마디로 흥미 진진이다. 혹시나 책을 읽지 않고 이 글을 읽을 분도 있을 수 있기에 의문에 대한 답은 생략한다. 궁금하면 직접 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끝으로 "그녀를 지키다"를 근래 보기드문 장편 소설로 만든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마치 영화를 보는 듯이 읽는 이의 심상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각각의 인문들이다. 흔히들 말하듯히 캐릭터들이 살아 숨쉰다. 이는 단순한 묘사 덕분만은 아니다. 각각의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와, 상황 설정 및 묘사가 소설 속의 인물을, 역사에 실존했던 사람들 처럼 느끼게 한다.
장바티스트 앙드레가 집필한 소설은 이 작품외에도 몇 권이 더 있다고 하는데, 난 개인적으로 이후에 나올 작품에 기대가 크다. 출간된 다면 바로 구매해서 읽고 싶다.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하고 나오는 족족 직접 책을 구입해서 읽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장바티스타가 내겐 이젠 그런 최애 리스트에포함된 또 한 사람의 작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