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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으면 끝난 게 아니다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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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으면 끝난 게 아니다




첫 번째 암의 시련


아내는 두 번의 암을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2016년 4월, 두바이에 온도는 이미 40도를 넘어서는 시점이다.

어느 날 아내가 가슴에 뭔가가 만져진다고 하면서 한국에 가서 검진을 받고 싶다고 했다.

일단은 당시 장모님이 좀 편찮으셔서 한국에 잠시 다녀온다고 하면서 아내 혼자 나가서 검사를 받았다.

마음으로는 어떤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아무 일 없을 거야.’라고 했었다.



검사결과가 나온 날 아내에게 전화가 왔는데 암이라며 바로 다음 주에 수술 날짜를 잡았다고 했다.

나는 급하게 일들을 정리해 놓고 아내 수술 전날에 한국에 들어와 바로 아내 병실로 향했다.

아내는 지금도 웬만해서 울지 않는데 수술 전날 밤 오늘은 한번 울겠다며 한참을 울었다.

부족한 남편 따라 해외에 가서 고생하다가 암이 걸린 거라는 생각이 드니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수술은 잘 마쳤고 당시에는 아주 초기여서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는 필요 없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일주일을 아내와 병실에서 지내다가 아내를 퇴원시키고 바로 나는 그날 밤 비행기로 두바이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내는 한국에서 3개월 정도 몸조리를 한 후 다시 두바이로 돌아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아내는 수술 전날 밤과 두바이에 돌아와서 하루 울고는 이 과정에서 내 앞에서도 울지 않았다.



그 해 가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을 하며 아내는 6개월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암은 5년 간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고 이상이 없으면 완치 판정을 받게 된다.

수술 후 4년째가 되던 해에는 6개월이 아닌 1년 만에 검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1년 만에 다시 암이 재발하고 임파선까지 전이가 되었다는 검사결과를 받게 되었다.




두 번째 암의 재발의 시련


2000년 가을, 아내는 두 번째 암 수술을 하게 되었다.

첫 번째는 0기(제자리) 암이라고 했는데, 두 번째 임파선 암은 암의 기수를 말할 때 3기 말 정도라고 했다.

그래도 다행히 수술 결과 다른 곳에 전이는 없고 이번에는 항암과 방사선 치료까지 다 해야 했다.

이제는 항암이라는 마라톤 치료를 하며 먼저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또 암을 이겨내야 하는 과정이다.


항암은 8번에 걸쳐 3주 간격으로 3~4시간 동안 주사를 수액으로 맞는 형태로 진행이 된다.

항암을 하면 머리가 다 빠지기 때문에 아예 항암을 시작하기 전에 아내의 머리를 밀고 가발을 준비했다

아내는 가발을 쓰면 덥다고 집에서는 머리에 두건만 쓰고 생활을 했는데 그 모습도 아내에게는 어울렸다.

처음 항암을 시작하면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물론 항암의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아내는 항암의 과정을 그래도 잘 이겨냈다.

항암을 하면서도 웬만한 집안 일과 일상생활을 하면서 항암치료도 잘 받았다.

물론 중간에 호중구와 백혈구 수치가 떨어져 항암 치료를 조금 늦추는 시간도 있었지만 끝까지 잘 마쳤다.

항암 하면서 거의 먹지를 못해 힘든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아내도 입맛은 없었지만 그래도 먹으면서 버텼다.

가장 도움이 된 것은 호중구 수치를 올리는 데 도움을 준 닭발 국물과 해독에 도움이 된다는 녹두죽이었다.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는 매일 함께 따라갈 형편이 안돼서 아내가 직접 운전하고 다니며 치료를 받았다.

지금까지 모든 항암의 과정을 이겨낸 시간을 생각해 보면 작은 체구의 아내는 슈퍼 우먼이다.

아내는 항암을 하는 초기에는 어려웠지만 방사선 치료를 할 때부터는 일상생활이나 교회에서 맡은 반주를 하는 일도 다 하면서 치료를 받았다.

또 이 과정의 기간 동안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며 두 개의 자격증도 땄다.

건강해져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것이 암을 이기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바로 표적 항암도 하려고 했는데 표적 항암 주사 한 번을 맞고 심장에 무리가 와서 바로 중단하였다.

지금도 아내의 심장 상태는 항암 이전에 100%가 아니지만 그래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일 년 정도가 지난 후에 심장에 무리가 없고 아내의 상태에 더 적합한 새로운 표적 항암약이 나왔다고 했다.

비싼 약이었지만 다행히 암 협회에서 절반 보조가 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1년 동안 표적항암 약을 먹었다.

그리고 지난 3월에 드디어 3년에 걸친 모든 항암의 과정을 마무리하였고 이제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살아 있으면


두 번의 암과 항암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인 것을 깨닫게 된다.

사실 3기 말이라는 판정을 받을 때 본인은 얼마나 두렵고 절망적인 마음의 나락으로 빠져들지 않았겠는가?

그래도 옆에서 해야 할 일은 본인 스스로가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갖도록 돕는 것과, 이 상황에 대해 누군가에 대해 원망의 마음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남편으로 미안하고 죄인 같은 마음이지만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은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언제나 밝고 감사한 마음으로 모든 항암의 과정을 잘 이겨낸 아내가 고맙고 작지만 위대하다.



오늘 살아 있으면 우리의 인생은 끝난 게 아니다.

살면서 누구에게나 문제와 어려움은 찾아오고 문제는 해결하고 어려움은 극복하는 게 인생 아닌가?

이제 암도 풀지 못할 문제가 아니고,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이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다.

아무리 작은 문제라고 마음이 포기하면 그 문제는 우리에게서 살 소망마저 빼앗아 간다.

하지만 아무리 큰 문제라고 ‘나는 살아 있고, 앞으로도 이기고 잘 살 것이다.’리는 마음을 가지면 문제는 통과의례이다.



학생이 시험이라는 통과의례를 통해 실력이 자라고 더 성장하는 것과 같다.

살다보면 어둠의 터널이 끝나지 않을 것같은 두려움과 외로움의 시간도 있다.

하지만 매미가 땅 속에서 보내는 7년의 시간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자라는 시간이 아니던가?

모든 면에서 성숙해지는 성장은 결국 문제와 어려움을 통과하는 시간을 통해 얻어지게 된다.

아내도 나도 이제는 새로운 인생의 2막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오늘 살아 있으면 감사하자.

한번뿐인 인생, 오늘 살아있으면 절대 끝난 게 아니다.

오늘까지 살았던 지혜와 힘과 능력으로 오늘의 문제를 극복하면 내일은 더 소중하게 나에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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