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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Oct 03. 2023

피크닉 의자 덕에





피크닉 의자 덕에     



아내가 지난봄에 내가 일을 그만두게 되자 피크닉 의자 두 개를 샀다. 

어딘가 차에 가지고 다니다가 쉴만한 곳이 나오면 바로 꺼내서 앉아 피크닉을 즐기는 로망을 가졌다. 

그런데 막상 가을이 되기까지 차에 의자를 싣고 다니기도 하면서 한 번도 사용을 못했었다.

봄에는 여행을 가기는 했지만 주로 많이 걸었는데 그래도 꽤 무거운 의자를 내내 들고 다닐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추석 연휴 부모님과 피크닉을 계획하고 연휴 첫날 양재 시민에 숲에 가서 피크닉 의자를 사용하였다.

피크닉 의자는 두 개였기 때문에 집에 있던 접이식 의자와 테이블까지 가져가니 숲 속에서 오붓하게 피크닉을 즐길 수 있었다.

연휴 전날 저녁에 추석 상차림 식사를 하고 이날은 전과 과일 그리고 김밥을 싸가지고 간 것이 아니라, 김밥을 사가지고 가서 명절에 식사 준비하느라 힘을 빼는 수고도 덜었다. 

한번 별미를 맛보게 되면 계속 찾게 되는 것처럼 조금만 수고를 하면 큰돈 들이지 않고 여유롭게 피크닉을 즐기는 맛을 알게 되었다.          



한번 시작이 어렵지 한번 시동이 걸리니 또다시 사용할 때까지는 며칠 걸리지 않았다.

연휴 나흘 째인 일요일 오후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행주산성 근처 한강변으로 향했다.

봄에 그곳에 산책을 하면서 어떤 부부인 듯한 분들이 강변에서 피크닉 의자를 놓고 여유롭게 있던 모습을 생각하면서 그리로 향했다.

연휴 늦은 오후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 때문에 겨우 차를 세우고 의자를 들고 강변으로 향했다.

가족 단위로 피크닉 의자나 돗자리를 가지고 잔디밭에 나와 있는 사람들로 그늘에 자리 잡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아내와 한강이 바라보이는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연휴 두 번째 피크닉의 호사를 누렸다.          



연휴 닷새째인 월요일에 라오스에 있던 시절에 우리 아들 형처럼 지냈던 형제가 와서 점심을 함께 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싱글인 형제이고 집은 지방이어서 남은 명절 음식으로 점심을 같이 했다.

선물로 고급 영국 티를 선물로 가져와서 티와 커피를 내리고 간식을 준비하여 다시 그 강변으로 향했다.

점심을 먹고 바로 갔더니 전 날 늦은 오후보다는 주차장도 자리도 여유가 있었지만 이미 사람들은 많았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가족 단위로 피크닉 의자를 가지고 와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렇게 푸른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마음까지 시원하게 하는 강변에서 셋이서 세 시간 이상 피크닉을 즐겼다.           


이번에 피크닉 의자의 장점과 효용 가치를 제대로 느끼게 되었다.

주말이나 휴일에 공원에 그늘이 있는 벤치와 같이 한정된 자리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또 그런 자리를 잡아도 인구 밀도가 높고 오랫동안 여유 있게 휴식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피크닉 의자를 들고 가니 나무 밑이나 그늘만 찾으면 자리 걱정 없이 돈도 안들이고 절대 그냥 보내기 싫은 아름다운 계절을 누릴 수 있다.

이번 추석 연휴를 통해 연달아 3번이나 사용을 했으니 마침내 충분히 산 값을 했다.

피크닉 의자가 2개에 5만 원 정도 했으니 이번 황금연휴는 피크닉 의자 덕에 가성비 연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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