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강의를 많이 다니면서 김밥을 정말 많이 먹었다.
전국 여러 곳으로 강의를 많이 다녀서 전국의 다양한 김밥을 많이 먹었다.
일주일에 대여섯 번은 김밥을 먹기도 했고, 어떤 날은 점심과 저녁 모두 김밥이기도 했다.
그런 날은 대체로 저녁에는 김밥을 먹지 않고 집으로 싸와서 냉장고에 넣어 넣고 잔다.
김밥은 재료와 밥 맛에 따라 사실 맛이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그 내용물이 무엇이든, 김밥 원래의 맛이 어떻든 다음날 아침 재탄생한 김밥을 가장 좋아한다.
김밥의 재탄생은 아주 쉽고 간단한 절차면 된다.
날달걀을 저어서 약간의 소금간과 후추를 뿌린 후 김밥을 묻혀서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굽는다.
보통 달걀을 두 개 정도 사용하면 달걀이 조금 남는데 그 역시 프라이팬 한 옆에서 계란 전처럼 만들면 된다.
김밥을 하루 동안 밖에 두면 거의 변하기 쉽지만 냉장고에 넣어두면 밥도 굳는다.
그러면 그대로 먹기는 힘들지만 이렇게 계란을 입혀서 지져주면 간단한 아침으로 딱이다.
물론 김밥도 싫어하고, 달걀도 싫어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 두 가지를 다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린 시절 반숙의 달걀 프라이와 간장으로 밥을 비벼 김에 싸 먹은 추억이 있다면 재탄생한 김밥도 싫지 않을 것이다.
남은 김밥은 절대 처치 곤란한 음식 잔반이 아니라 소중한 식사의 재료다.
아마 일생에 그냥 먹은 김밥보다 이렇게 재탄생한 김밥을 더 많이 먹었을 것이다.
하루에 김밥을 두 끼를 먹으면 힘들지만, 다음 날 재탄생한 김밥을 먹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의 맛이다.
이것 조차도 귀찮다면 그냥 김밥 자체를 프라이팬에 넣고 해체해서 볶으면 훌륭한 볶음밥이 된다.
나에게 어떤 김밥이 가장 맛있냐고 묻는다면 ‘계란 지짐 김밥’이다.
긴 연휴에 명절 음식이 지치고 차리기 귀찮다면 연휴 끝에 김밥과 라면으로 한 끼를 해도 나쁘지 않다.
김밥을 넉넉히 준비해서 먹다가 남으면 연휴 마지막 날 느긋하게 아점으로 재탄생 김밥을 먹어도 좋다.
만일 연휴에 아내가 지쳐 있다면 남편이 ‘계란 지짐 김밥’을 준비해 아내의 아침을 챙겨주면 어떨까?
어제저녁에 김밥이 생기는 바람에 연휴도 시작하기 전 오늘 아침 오래간만에 재탄생한 김밥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