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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Feb 10. 2024

내가 더 많이 가지면 행복할까?


내가 더 많이 가지면 행복할까?          



연어는 회귀 본능을 가지고 있다.

연어는 자기가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가 알을 낳는데, 거센 물살을 역류하며 돌아가는 과정은 험란하다.

그 길목에는 그들을 노리는 포식자들이 있고, 도착해서 알을 낳고 나면 기진맥진하여 그곳에서 마지막을 맞이한다.          



사람도 때로는 거스를 수 없고, 거스르기 힘든 것을 역류하며 살아야 한다.

출근길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물결처럼 밀려가는 신도림이나 사당역과 같은 곳에서 혼자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할 때를 생각해 보라.

밀려오는 사람들과 마주 보며 때로는 옴짝달싹 하기도 힘든 채 벽 쪽에 붙어 한걸음도 내딛기 힘들기도 하다.

거슬러가야 하는 것이 아무런 기대와 소망도 없이 특별한 목적지와 방향도 없이 간다면 고통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인파를 헤치고 가는 걸음이 사랑하는 사람과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가는 중이면 다르다. 

아무리 힘들도 어렵게 거슬러 가야 하는 길도 마음에 기대가 있고, 분명한 방향이 있으면 마음은 즐겁다.

오히려 연어가 거센 강물을 역류하듯, 출근길 지하철 인파를 거스르던 시간도 행복한 추억일 수 있다.          



돈이 많고 편리하게 산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같은 시간을 살아도 마음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과, 어떤 목표를 향한 기대가 있다면 다르다.

나는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사거나 신제품 오픈런을 위해 밤을 새우며 기다린 적은 없다.

그러나 초등학교 때 새로운 우표가 나오는 때에 이른 새벽부터 우체국 앞에서 추위를 견디며 기다리곤 했다.

기다림 끝에 원하던 우표를 사서 우표 수집함에 넣고 뿌듯함은 기다림을 고생으로 느끼지 않게 한다.

새로 출시되는 핸드폰을 가장 먼저 구매하기 위해 밤새 기다린 사람도 그것을 사는 순간 밤샘의 고생은 오히려 소중한 추억으로 바뀔 것이다.           



사람들은 걱정이 없고, 편안한 삶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얻은 사람이 술이나 결국 자신을 파괴할 것들을 탐닉하며 중독되는 것을 많이 본다.

아무리 고생스럽고 힘든 것 같아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소망을 가진 사람은 다르다.

늦게까지 일하고 또 새벽에 일어나 자신의 목표를 위해 준비를 하더라도 한숨을 내쉬며 힘겨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한 수고도 아니고, 자신이 이룰 목표도 없다면 금세 한숨과 불평이 된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 원하던 직장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것은 인생의 목표가 아니다.

그것이 인생에 목표라면 원하던 대학에 들어가고, 원하던 직장에 들어가면 인생의 목표가 사라지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막연히 성공을 목표로 하고, 자신이 정한 정도의 돈과 자산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신이 기대한 성공과 자산을 얻었는데 채워지지 않은 채 잃을까 봐 불안하고, 허무해한다.



내가 이루고 내가 얻는 것보다 아낌없이 내어줄 수 있을 때 더 행복할 수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보면 그 나무는 소년에게 모든 것을 내어 주었지만 결국은 그 나무가 더 행복했다. 

소년에게 다 내어주고 나무 밑동만 남아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무는 이미 노인이 되어버린 소년에게 앉아서 쉬기에는 나무 밑동이 그만이라며  밑동을 내어준다.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다고 책의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이 지금까지도 많은 부모가 자녀들에게 읽히고, 많은 사람에게 울림이 되는 것은 왜인가?          



지금 시대에 내가 얻고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아낌없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리석어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삶을 사는 것은 너무나 힘겹게 세상을 역류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무에 풍성한 열매가 열리면 그 나무는 그 열매를 아낌없이 다 내어준다.

그렇게 맛있고 풍성한 열매를 내어주는 그 나무는 생명이 있는 동안에 더 보호받고, 더 사랑을 받는다.

나무가 주렁주렁 열린 열매를 아무에게도 내어주지 않고 과시만 하려 하면 그 나무는 찍혀 땔감이 될 것이다.          


더 많이 베풀고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더 행복하다.

그렇게 할 수 있기 위해 애쓰고 수고하는 시간은 거스르는 것처럼 힘들어도 행복하다.

세상은 네가 더 가져야 행복할 것이라고 속이지만, 이러한 흐름에 역류하며 더 나누는 행복을 누리기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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