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중소기업 기획부서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와 업계에서 만나고 함께 일하는 이들 소개 네 번째! 오늘은 "굽은 어깨 이 부장"이라는 제목으로 요즘 제조분야 중소기업에서 가장 많은 직급인 부장급 중 한 부류인 가칭 '이 부장'에 대해 소개해 볼까 합니다. 실제 제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나 만나는 회사에서 보게 되는 부장급 중 한 부류인데, 딱 어떤 사람이기보다는 그런 부장들을 모아 가상의 인물로 재구성한 거라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
앞선 글에 "목청 큰 김 차장"이 자기가 뭐가 부족한지 모르고 잘하는 업무나 역할에 취해 좌충우돌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그 시기를 지나 부장이 되어 계속 그 스탠스로 나가는 이들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실패와 자신의 부족함들을 직면하면서 점점 왜소해져 가는 부장급들이 참 많음을 봅니다.
오늘은 이 자신감을 많이 잃고 회사에서도 왠지 매사에 소극적인 부장들, 특히 제조분야에서 많이 보이는 부장들에 대해서 적어볼까 합니다.
앞선 직원 시리즈 3 글을 읽어 보시고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은 더 잘 이해하시겠지만,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이어지는 부분이라 이해해 주시면서 보시면 더 이해가 되실 겁니다.
제조분야 중소기업의 경우,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국내 상당수의 기업들에서는 조직구조가 하부가 아주 뾰족한 항아리라고 할까요?
그림에서 약간 과장이 좀 들어간 거 같습니다만, 제조분야 회사들 중 제가 만난 회사들(저희 회사도 포함)은 이 그림과 비슷한 인력구성으로 되어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 인력구성에서도 40대 후반에서 50대 초중반이 가장 많습니다.
제가 예전에 운영했던 회사와 같은 IT SW회사들이나 디지털콘텐츠 회사 같은 데는 그래도 젊은 친구들이 많고 50대가 주류인 회사는 별로 없었습니다만, 제조분야 중소기업 시장에 와보니 여기는 저런 그림의 회사가 굉장히 많습니다.
사회에서 딱히 원하거나 좋아하는 그림은 아니겠지만, 앞선 글들에서 말씀드린 여러 가지 이유들로 제조분야의 중소기업들 중 상당수는 딱 저런 인력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 그림을 기준으로 할만한 얘기들이야 아주 많지만 오늘 제목으로 돌아가 말씀드리자면, 그림과 같이 50대가 가장 많은 인력들이 있다 보니, 여기서도 몇 가지 스타일의 성향을 보게 되는 거 같습니다.
오늘은 그중 어쩌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는 '부장들'의 케이스라 할 수 있겠습니다.
"굽은 어깨 이 부장"이란 이미지를 한번 명명해 봤는데, 제목처럼 매사에 소극적이고 안전지향적이며, 최대한 가늘고 길게 가자 모드로 일하는 부장 타이틀 직장인의 모습으로 상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
이런 모습이 무조건 나쁘다거나 문제가 있다거나 하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오해 없으시길).
사실 이런 분들은 조직에서 나쁘지 않고, 오히려 회사 전체 측면에서는 소리 없이 조용히 기여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40대 후반~50대 초반 나이이기에 자녀들이 한참 중고생이거나 대학생이어서 교육비도 많이 들어가고, 주택 관련 대출금으로 허덕이기도 하고, 부모님들이 70대 중후반에서 80대셔서 아프신 분들이 많아 걱정과 근심이 많은 시기를 지나는 가장들이기에 회사에서 큰 문제 안 일으키고 안정적으로 월급 가져다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그리고 50대 중반이상은 이제 자신이 사회생활이 얼마 남지 않음을 사회가 하도 사방에서 떠들어서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있기에... 사회적 야심 같은 것도 안 생기고 은퇴 이후의 생활을 생각하면 준비해 놓은 게 별로 없어 답답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소극적이고 소심한 이 부장님들이 어쩌다 하는 회식이나 저녁자리에서 술이 몇 잔 들어가면 갑자기 목소리가 커지거나 평소와 다른 "라테는~"을 시전 하시기도 합니다
(물론 그러던 분들이 그다음 날 아침이 되면 퀭한 눈으로 더 힘들어하시지요 ^^;)
착하고 순한 대다수의 제조분야 중소기업에서 만나게 되는 부장들이 아마도 이런 "이 부장"들이 아니실까 싶습니다.
저는 요 몇 년간 이런 "이 부장"들을 보면서 이 성실하고 소심한 부장님들이 좀 더 용기를 내고 자신감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나름 여기까지 오는데 최소 20년 이상 사회생활들을 해왔고, 여러 분야나 기술을 거치며 성실하게 성장해 온 자신의 삶의 결과물들에 대해 교만할 것은 없겠지만, 자부심을 가지고 어깨를 좀 더 폈으면 했습니다.
이제 예전과 같은 체력도 없고 예전보다 감각이나 기술적 전개도 좀 떨어지겠지만, 대신에 그동안 해왔던 경험과 노하우라는 게 다들 어느 정도는 있기에 꾸준히 더 공부하고 발전시켜 나가면서 세상의 신기술이나 사업에도 좀 더 유연한 사고로 대응하며 자신감 있게 일하면 아직도 충분히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부양해야 할 가족들과 여러 어깨를 누르는 재정적인 문제들도 많겠지만, 종점이 이제 얼마 안 남은 사람처럼 자신을 가두고 누르며 스스로 약해져 가기를 선택하기보다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동안, 적어도 일하는 동안에는 조금 더 자신감 있게 공부도 하고 노력도 하면서 성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제조분야 중소기업의 버팀목이 되는 이 시대의 "어깨 굽은 이 부장님들!", 힘들 내세요!!!
어느 의사분의 말처럼 우리 아버지 시대보다 저희는 여러 가지 이유로 10년은 젊어진 세대라잖아요.
아직 벌써 다 포기하고 마무리하는 이처럼 살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동안 후배들에게도 좀 더 맘을 넉넉히 열어주고, 내 노하우도 아낌없이 전해주고, 미련 없이 최선을 다하며 있는 곳들에서 즐겁게 일하시며 사회가, 회사가 허락해 주는 동안 다 풀어내고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