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함께 일하는 직원 5. 뻥쟁이 방 부장

바쁘다 중소기업 기획부서

by 청개구리씨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와 업계에서 만나고 함께 일하는 이들 소개 다섯 번째! 오늘은 "뻥쟁이 방 부장"이라는 제목으로 요즘 제조분야 중소기업에서 가장 많은 직급인 부장급 중 한 부류인 소위 "뻥쟁이" 혹은 "과거 기록과 역량 뻥튀기가 일상인" 방 부장이란 가상의 캐릭터에 대해 소개해 볼까 합니다. 실제 제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도 가끔 보게 되기도 하고 제가 예전에 다녔던 회사들에서도 가끔씩 보게 되는 부장급 중 한 부류인데, 딱 어떤 사람이기보다는 그런 부장들을 모아 가상의 인물로 재구성한 거라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




제가 예전에 다른 중소기업과 일할 때 만났던 또 다른 "뻥쟁이 방 부장"의 에피소드입니다 ^^

그때는 제조회사가 아니라 IT회사였습니다.

파트너 사와 함께 모 금융사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그 사업이 잘 안돼서 "사장 오라고 그래!"라고 고객사 담당팀장이 요청해서 대표이사와 함께 불려 갔다가 한참 잔소리 듣고 말미에 "대표이사나 이사(저) 중 한 사람이 들어와 프로젝트를 챙겨 달라!"는 요구를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주관 사업자가 저희 회사도 아니고 이런 요청은 주관사업자에게 해야 하는 게 맞아서 고객사에 얘기했더니 주관사에서도 임원급이 들어온다는 거였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무보수로 잠시 왔다 갔다 하면 될 줄 알고 들어갔다가, 프로젝트 종료까지 7개월을 무보수로 투입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들어가 참여하면서 보니 뭔가 과거에 이런 류의 프로젝트를 많이 해봤다고 하는 전문가 "뻥쟁이 방 부장"들이 몇 명 있었는데, 이들이 문제였었습니다.


말로는 모든 것을 다 알고 다 잘할 거 같은데, 정작 만들어 낸 결과물들은 갸우뚱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아예 이렇게 파견해 처리하는 프로젝트 투입이 몇 년 만이라 뭔가 환경이 변했거나, 고객이 요구하는 내용과 절차가 달라져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업무와 전체 그림을 잘 이해하게 되고 몇 번 회의에 딸려 들어가 참석하면서 보니 문제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이 "뻥쟁이 방 부장"들이 때론 너무 자신감 있게 오버해서 얘기한 말이 문제들이 된 것이었고, 두 번째는 이 "뻥쟁이 방 부장"들이 자기가 작업한 부분에 대해 요리조리 빠져나갈 구멍은 잘 만들었고 말빨은 엄청나서 고객들이 그 말에 이리저리 휘둘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말빨에서는 화려한 언변으로 고객을 이기고 휘둘렀을지 몰라도 결과물이 매우 초라했다는 데 있었습니다. 개별로 어떻게든 고객을 이해시키고 넘어가는 거 같아 보여도 결국 시간 내 만들어졌어야 할 결과물들에 문제가 생기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때 "아... 나이 든 부장급들의 화려한 말빨에 속지 않으려면 나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겠고, 내가 업무를 넓고 깊게 제대로 알아야 이런 이들에게 속지 않겠구나" 하는 깊은 깨달음을 갖게 된 거 같습니다.




돌아와서 제조분야 중소기업에 와서 몇 년간 일하면서 보니, 제조 쪽은 고객이나 경영진, 상사를 경력직이 속이기 더 쉽다는 것입니다.


대기업이든 중견이든 중소기업이든 사람들이 있는 조직에는 유능한 사람이 있는 반편, 무능하고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들도 공존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부장급 정도 되려면 중소기업에서도 최소 15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하고 중견이나 중소기업 중에도 규모가 좀 있는 회사들은 대부분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이들이 부장 타이틀을 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회사들을 거치게 되고, 그 나이쯤 되면 그러는 과정에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한두 군데를 다녀본 이들 역시 상당히 많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그 지나온 과정에서 얼마나 유능했는지, 괜찮은 사람인지 사실 약간의 면접을 통해 알 길이 없습니다. 오래된 경력만큼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감추고 포장하는 데도 이미 익숙해져 있는 연륜들이 있기에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외부 기관을 통해 스크리닝 같은 것을 할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은 면접과 개개인을 통한 평판조회 정도가 최선이기에 한계가 명확합니다.


상식선에서 모두들 인정하시겠지만, 규모가 있는 기업 출신이라고 일 다 잘하지 않습니다.

학벌이 좋다고 일 잘하는 것이 아니듯, 규모가 있는 기업을 나왔다고 일을 다 잘하는 것이 아님이 분명한데도, 우리는 흔히 착각을 하기 때문에 저런 "뻥쟁이 방 부장"들이 중소기업 쪽에는 여전히 굉장히 많은 거 같습니다.


지난 글의 "굽은 어깨 이 부장"들은 조직의 일상생활에서 이 "뻥쟁이 방 부장"에게 대부분 휘둘리거나, 이 "뻥쟁이 방 부장"의 기술적, 인간적 실체를 알지만 침묵하고 거리를 두거나 하기에 항상 조직에서는 이 "뻥쟁이 방 부장"들이 임원이나 대표이사에게 많이 노출되곤 합니다.

https://brunch.co.kr/@9ae626636ef04c0/98


이런 이들을 잘 걸러내는 것이 대표이사와 경영진들의 책무 중 하나일 거 같습니다.

그러나 뭔가 내치기에는 그 '경험'과 '뭔가 더 있을 거 같이 잘 포장된 그의 모습'에 아쉬워 많은 경영진들이 이런 "뻥쟁이 방 부장"들을 품고 속앓이 하면서 데리고 갑니다.

저도 예전에 경영할 때 생각해 보면 이런 이를 과감히 내치지 못하고 들고 가다 막판에 엄청 고생하고 맘이 힘들었던 것들이 기억납니다.


근데, 이제 시간이 흘러 조금 떨어져서 보니, 이런 "뻥쟁이 방 부장"들이 수위에 따라 좀 다르겠지만 결국엔 회사에는 짐이 되고 조직력에 마이너스가 되는 요소가 됨을 기억하고 때로는 과감히 쳐내야 할 때가 있고, 그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경영진은 심사숙고하되, 명확하게 할 때에는 확실히 해야 조직력이 다시 회복되고 망가지지 않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 보통 예약발행을 해 놓는데, 이번 주는 깜빡했네요 ^^;;;

모두들 더운 여름 건강하게 잘 이겨 내시길~~~



keyword
이전 23화함께 일하는 직원 4. 굽은 어깨 이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