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파티 그리고 간장계란밥
지난달 초등학생 5학년 아들이 옆 라인에 사는 친구집에서 파자마 파티를 한다며 하루 자고 온 적이 있다. 파자마 파티는 또 어디서 듣고 온 건지. 암튼 유튜브에서 본 건 다 따라 하고 싶은 요즘 초딩들이다. 그러더니 이번 달에는 우리 집 차례란다. 그래서 엄마가 일하는데 언제 파자마 파티를 해줄 거냐 그랬더니 6일부터 3일간 쉬는 데다 마침 아빠도 출장 중이니 6일에 하는 게 좋겠다며 상의가 아닌 통보(?)를 하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어쩔 것이냐. 아들 친구네에서 벌써 하루 자고 온 빚도 있고, 아들이 그리 하고 싶다는데 해주어야지. 암만, 엄마가 져 줘야 하겠지...
아침부터 욕실청소, 베란다청소, 거실정리 등등 하루가 너무 바빴다. 저녁에 아이들 손님이 온다니 일하는 엄마는 그동안 일한단 핑계로 미루고 있던 집안일들을 하나둘씩 해본다. 아침부터 청소며 정리정돈을 했더니 오후 3시쯤에는 거의 체력 방전 상태에 가깝다. 하지만 저녁 6시쯤 손님들을 모셔오겠단 아들의 통보에 또 물먹은 솜 마냥 무거운 몸을 이끌고 저녁 준비를 해본다.
오늘의 메뉴 주제는 분식이다. 처음에는 스파게티를 한다는 둥, 김밥을 한다는 둥, 아들의 설레발에 메뉴를 정해서 얘기를 해보랬더니 아무래도 분식이 좋을 거 같단다. 그래서 급하게 급조된 분식 메뉴 구성은 "군만두, 떡볶이, 순대, 어묵탕, 삶은 계란" 되시겠다.
<재료> 냉동군만두, 사각어묵, 떡볶이떡, 순대, 계란, 대파, 무, 진간장, 고추장, 설탕, 다시마간장, 가쓰오부시, 식용유
1. 군만두 : 프라이팬을 중불로 1분 예열 후 식용유를 두 숟가락 정도 두른 후 만두 6개를 올려서 2분씩 3면을 각각 구워준다. 그리고 마지막 한 면을 구울 대는 물 한 숟가락을 넣고 뚜껑을 덮어서 겉은 바삭하게, 속은 촉촉하게 되도록 굽는다.
2. 삶은 계란 : 6~7알의 계란을 한 번 세척한 후 냄비에 물을 받아서 굵은소금 1 티스푼과 식초 한 두 방울을 떨어뜨려서 15분 정도 삶아준다. 15분 삶으면 완숙, 10분 내외는 반숙. 취향껏 삶으면 되지만 오늘은 초등학생 손님들이니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완숙으로 15분 삶았다. 삶은 물을 따라 버리고 바로 찬물에 잠시 담가두면 계란노른자 녹변이 방지된다. 녹변 현상이 몸에 해롭진 않으나 미관상 보기도 좋지 않고 하니 깔끔하고 예쁜 노란색을 위해 바로 찬물행.
그리고 껍질 까기 꿀팁하나! 찬물에 여러 번 행군 후 식으면 껍질을 깨뜨려두면 껍질과 알맹이 사이에 틈으로 물이 들어가서 껍질이 홀랑홀랑 잘 벗겨진다.
3. 순대 : 냄비에 물을 1/3 가량 붓고 찜기를 올려서 순대를 놓고 10~15분간 중탕해 준다. 증기로 뚜껑을 열면 화상의 위험이 있으니 주의하고, 순대를 꺼내서 도마에 한 김 식힌 후 자른다. 바로 자르면 속이 잘 터지고 부스러지기 쉬우니 한 김 식힌 후 자르면 껍질이 약간 꼬들 해져서 자르기 쉽다.
4. 어묵탕: 사각어묵 4~5장 정도를 한 입 크기로 잘라서 준비하고, 무는 얇게 나박 썰어서 어묵으로 인해 기름짐과 느끼할 수 있는 국맛을 시원하도록 도와줄 수 있게 조금 잘라서 넣어준다. 대략 무의 1cm가량 두께 정도만 자른 후 잘게 나박 썰어 넣어주면 어묵과 함께 먹기도 좋다.
먼저 냄비에 물을 붓고(대략 500~600ml 정도, 종이컵 4~5컵 분량) 어묵의 다시가 우러나지만 감칠맛 나는 국물맛을 위해 동전육수도 한 알 넣어서 끓여준다. 그리고 함께 가쓰오부시 한 꼬집 넣은 후 물이 끓으면 가쓰오부시는 바로 건진다(오래 끓이면 쓴맛이 날 수 있음).
그러고 나서 어묵과 무를 넣고, 국간장 1 수저와 다시마간장 2 수저를 넣고 중불에서 끓여준다. 어묵국은 어묵이 불어나면서 국물이 잘 넘칠 수 있으니 강불에서 하지 말고 중불에서 천천히 끓여주는 것이 좋음.
무가 투명한 색이 되면서 어묵이 불어난다 싶으면 마지막으로 대파를 넣고 한 소큼 끓인 후 불을 끈다.
5. 떡볶이 : 떡볶이떡은 두 주먹 정도(대략 500g 정도) 한 번 헹궈서 준비해 두고, 사각어묵 3~4장을 한 입 크기로 썰어서 두고, 대파도 1/2대 정도 썰어서 준비한다(썰어서 한 줌 가량). 물은 300ml 정도에 동전육수를 한 개 넣어서 끓인 후, 육수가 녹으면 고추장 2 수저, 진간장 1 수저, 설탕 1.5 수저를 넣고 골고루 섞어준 후 양념이 모두 잘 섞이면 떡, 어묵, 대파를 한꺼번에 넣고 중불에서 끓인다. 떡이 쫄깃한 게 좋다면 어묵을 한 소큼 끓인 후 떡을 뒤에 넣고, 어묵이 쫄깃한 게 좋다면 떡을 넣어서 한 소큼 끓인 후 어묵을 뒤에 넣는다.
그러나 한꺼번에 이렇게 여러 음식을 할 때는 스피드가 생명. 떡볶이 재료는 한 번에 다 넣고 끓여도 상관없으므로 같이 넣고 조리한다.
조리순서는 군만두->삶은 계란->순대->어묵탕->떡볶이로 한다.
군만두는 좀 식어도 되니 먼저 구워서 접시에 담아내고, 계란도 삶아서 식어야 하니 삶은 계란 냄비를 찬물에 담가둔 채, 잘라서 내야 하는 순대를 먼저 쪄낸다. 그러고 나서 어묵탕과 떡볶이는 재료를 준비해 두었다가 어묵탕을 끓이면서 떡볶이를 같이 조리한다. 어묵탕을 먼저 끓여두고, 떡볶이가 완성되면 어묵탕을 살짝 데워내면 함께 먹기 좋다. 떡볶이가 끓는 동안 조리 상태를 봐가며 계란껍데기를 까서 접시에 담으면 시간이 절약되어서 많은 시간이 들지 않고 5가지 분식을 완성할 수 있다.
어묵탕과 떡볶이가 완성될 무렵 어린이 손님들이 도착해서 잠시 TV를 좀 보라고 하고, 완성한 후 콤부차와 함께 분식을 대령해 드렸다.
그리고 다 먹어갈 무렵, 마침 밥이 다 되어서 '주먹밥'을 먹겠냐고 했더니 먹겠다고 한다. 그래서 '따뜻한 밥 한 공기에 김가루 한 주먹, 참기름 한 수저, 야채소금 톡톡, 통깨 톡톡, 가쓰오부시가루 한 수저'를 넣어서 조물조물 한입주먹밥을 식탁에서 즉석으로 만들어주었더니 참새 새끼 마냥 넙죽넙죽 다들 잘 받아먹는다.
귀여운 녀석들. 덩치만 컸지 다들 아직도 아기들이다. 맛있다고 잘 먹는 아이들을 보니 나의 고된 하루가 흐뭇해진다.
저녁을 다 먹을 무렵, 지난달 파자마 파티를 한 친구 엄마가 수박을 한 통 주고 가셔서 수박도 잘라서 먹으라고 주니 미지근해서 맛이 없다며 인기가 저조하다. 입맛은 또 귀신이군.
이렇게 저녁은 마무리를 했고, 다들 모여서 단체로 게임 삼매경이다. 뭐가 그리 신나고 재미있는지 다 같이 노래를 불러가며, 수다를 떨어가며, 또 한참을 웃어가며 재미있게 논다.
그래 재미있으면 된 거지. 파자마 파티가 뭐 별거냐. 진짜 잠옷바람으로 편하게 먹고 놀고 하는 게 파자마 파티지. 우리 어릴 때도 친구집 가서 하루 자고 오면 밤새 할 얘기가 어찌나 많은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추억이 있는데, 아이들도 훗날 떠올릴 때 좋은 추억이 되길 바라본다.
엄마는 저녁과 간식 챙겨주고 하도 게임만 하고 놀길래, 저녁 10시쯤 치킨을 배달시켜 영화 한 편 보도록 해주었는데, 요즘 초딩들은 짧은 동영상에 익숙해선지 영화에 대한 집중도가 1시간이 채 안 되었다. 결국 영화는 다 보지 못했고, 나는 안방행이었다. 아이들은 동생을 끼워주긴 했지만 밤새 놀 거라면서 동생을 조금 데리고 놀다가 안방으로 보내버렸다. 동생은 함께 놀고 싶다고 눈치 없이 끼어있다가 안방행으로 토라져서 잠에 들었다.
새벽에 선잠이 들어서 귀 기울여 들어보니 라면을 먹겠다고 주방에서 뭔가 부스럭 거리길래, 끓이는 건 위험할 것 같아 컵라면으로 먹도록 해주고 나도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 주방은 폭탄 맞은 것 같이 싱크대 여기저기 밥과 라면이 흩어져 있고, 식탁은 라면국물에 과자봉지가 난립 중이다.
큰 아이는 새벽 4시에 잤다면서 친구들은 곤히 자고 있는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어슬렁 거리고 있다. 친구들을 깨워서 또 게임을 몹시도 하고 싶은 눈치길래 화가 나는 걸 꾹 참고,
"친구들 일어날 때까지 깨우지 말고 네 방에 가서 좀 더 자든지. 쉬고 있어."라고 했더니 뾰로통해져서 마지못한 표정으로 들어간다.
나도 아이들이 새벽까지 걱정되어 귀를 열고 잔 건지, 만 건지 잠이 덜 깨서 조금 누워있었는데 11시가 되어도 안 일어난다. 결국 12시가 다 되어서 일어나길래 잠 좀 깨고 30분 후에 아점을 먹기로 했다.
뭐 먹겠냐고 하니 이번엔 '간장계란밥' 주문이다.
계란프라이를 후다닥 해서 면기에 '밥 한 공기 담고, 계란프라이 1개, 다시마간장 2 수저, 참기름 한 수저, 통깨 톡톡' 뿌려서 골고루 비벼주었더니, 친구 녀석 한 명은 한 그릇 추가를 외쳐 계란프라이 추가 조리에 들어갔다. 대단한 녀석들. 새벽 4시까지 놀고, 다음날 또 11시까지 자고, 점심은 또 두 그릇 먹고. 대단하다. 대단해.
점심 후 또다시 게임하려는 아이들을 30분만 하고 디저트로 과일 좀 먹은 후, 집 앞 놀이터에 나가서 좀 놀라고 내보냈다. 어찌나 게임만 하려는지, 안 되겠어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다들 잘 놀다 간다며 갖고 온 가방을 하나씩 메고 집을 나선다. 다음에 또 놀러 오라고 했지만, 어떻게 이틀을 보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정신이 없다. '다음엔 자러 오지 말고 놀러만 왔으면...' 하고 내심 바라보는 속마음이다.
이렇게 초딩 아들의 파자마 파티는 먹는 걸로 시작해서 먹는 걸로 끝났고, 게임으로 시작해서 게임만 하다가 방출당했지만 놀이터 가서 재미나게 놀고 헤어졌다고 했다. 초등학생들에게 파자마 파티란 맛있게 먹고 밤새 친구들과 게임하고 놀다 가는 것으로 나는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