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들이 요구하는 '경력 있는 신입사원'이 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준비해 왔다. 부족함 없이 준비했고, 실무에서도 곧바로 투입될 자신이 있다는 생각으로 입사했지만, 막상 '경력 있는 신입'이라는 호칭이 불러올 파장을 미처 알지 못했다.
입사 전부터 소상공인과의 협업을 통해 경험을 쌓고, 밤낮으로 디자인 공모전에 참가하며 취업 포트폴리오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경력 있는 신입'이라는 부담감 속에서, 한 번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처음 맞닥뜨린 과제는 예상보다 훨씬 간단한 실무였다. 단지 담당자에게 보낼 간단한 불꽃놀이 합성 이미지였을 뿐이다.
대학교에서는 윈도우 컴퓨터만 사용하다가 회사에서 맥 컴퓨터를 다루려니 단축키 하나부터 낯설어 자꾸만 헤맸다. ‘내가 왜 이 정도로 헤매고 있지?’ 나 자신에게조차 답답했다. 그럼에도 실장님께 물어보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준비해 왔는데, 이 정도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거야.’ 이런 자만심에 퇴근 1시간 전까지 홀로 끙끙대며 합성 이미지를 수정했지만, 도무지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회사는 사회다.’ 만약 내가 이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누군가 나 대신 맡아야 할 것이다. 첫 출근 날 무능함을 보이며 누가 나를 믿어줄 수 있을지, 자신감은 점점 무너졌고, 그동안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 왔던 노력이 과연 의미가 있었는지 되묻게 되었다. 입사 전에는 '완벽한 신입사원'이 되어 모든 일을 잘 해내리라 믿었지만, 그 믿음이 무너져 내리자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토록 노력했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나는 고작 쉬운 합성 이미지 하나도 못 만드는 사람이었다.
마침내 상사에게 다가가 실력이 부족해 합성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고 피드백을 부탁했다. 그러나 상사는 “출근 첫날이니까 괜찮아요. 오늘은 일찍 들어가세요.”라고 웃으며 말할 뿐이었다.
퇴근 후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완벽해지려고 했던 걸까? 결국 나 자신을 만족시키고 싶어서였나? 아니면,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걸까?’ 매일의 불안과 압박 속에서도 정말 무엇을 위해 이 자리에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순간들이, 비록 쉽진 않지만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다, 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