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어글리 16화

어글리 16 _X-마더

by 햇빛투게더

‘한은호 참 멋지네... 허긴, 누구 동생인데! 암만..’


은호의 피날레를 지켜보던 봉이는 귀여운 피켓을 내리고 한숨 돌렸다. 생각할수록 뿌듯하다. 아이구 내 새꾸.. 한선호. 장하다 장해... 눈물을 찔끔거리며 생수 들이키다가 뿜고 말았다.

저..! 저 아줌마는...! 선호네 X-마더...!! 왜 나타난 거야. 또 뭔 난장을 치려고..! 가만 보니 은호의 눈에 힘 빡 들어가 있는 거 보니 두 모녀는 전쟁 중인 거다. 막아야 해.




봉이는 출연자 트레일러로 뛰쳐가 문을 활짝 열고는 과호흡을 내뱉었다. 선호와 신유빈은 휘둥그레져 돌아보고, 선호가 뛰쳐나와 봉이를 부축했다.


“서. 선호야.. 클났어!! 니 전엄마! 그 냥반이 은호랑 기싸움 중이야. 곧 시비 털 기세라고!”

“뭐어?”

“술병 원 샷 때리고 있다고. 뭔 짓이라도 저지를 판이야, 어떡해!!”


봉이와 선호는 일단 무대로 달려갔다. 지난번 공연의 흠결을 바로 잡자고 만든 콘서트인데 그때는 은호가 쓰려졌으니 불가항력적 사고였다면 오늘 뭔가 큰일이 벌어진다면 명백한 고의사고다.


“은호가 니네 집에 와서 저래?”

“아마도.”
“즈그 엄마 좀 안 떼줬대? 시위하는 거야?”

“미국 저택 줬다던데.”

“헉?! 그걸로 부족하대니?”

“돈도 돈인데 굳이 이해하자면 극심한 분리 불안 같기도.”

“야야,,,! 저 아줌마 무대로 올라간다.”


식겁해진 선호가 미친 듯이 해령에게 달려갔다.




비틀비틀 무대 위로 올라가려는 해령을 본 앞줄의 일부 팬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은호는 엄마가 가까워질수록 더욱 냉랭해져 두 눈 똑바로 뜨고 연주를 했다. 지난번 공연 때 실신을 하는 바람에 완벽한 엔딩을 선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다. 그런 행사를 또 망치려 들다니! 게다가 잔뜩 취해서!!

안전요원들은 이미 은호로부터 엄마의 사진을 입수한 상태고 무대와 관객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단단히 막아섰다. 상대는 주취자고 연주자의 모친이다. 난감했지만 최대한 안전하게 무대와 떨어뜨리려 했다.


“저랑 얘기하시죠.”


그 목소리... 선호의 목소리다. 해령은 적대적인 시선으로 선호를 쏘아봤다. 비틀비틀 선호에게 다가오다가 해령은 균형을 잃고 휘청했다. 그녀의 눈동자엔 멋지게 차려입고 대결을 신청한 선호의 뒷모습이 투영됐다. 비틀비틀 선호를 따라 일각으로 가는 해령이다.


살짝 동요했던 은호는 선호의 등장으로 더 완벽한 연주를 마감했다.




신유빈은 눈치껏 트레일러를 빠져나갔다.

몸도 가누지 못하는 해령은 미친년처럼 웃기만 했다. 대화를 할 상황이 아니다. 선호도 문을 열고 나가려 하는데 뒤통수에 비수가 꽂혔다.


“재수 옴 붙은 새끼!!”


선호가 돌아보기도 전에 또 소름 끼치게 깔깔거리는 해령이다.


“그 옛날 택시 앞에서 밀쳐진 내 기분, 이제야 조금 아시겠네요.”

“너야, 너 때문에 은호 년이 눈이 돌아버린 거라고.”

“아뇨, 본인이 만든 결괍니다.”

“결과? 무슨 결과? 지금 니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넌.. 결국 넌 살게 될 거다. 은호는 절대 나 못 떠나.”

“그건 은호가 결정하겠죠.”

“은호한테 속은 거야. 너. 걔 절대 너한테 한 푼도 안 줘.”

“필요 없습니다, 은호 돈.”

“똥개도 안 믿을 거짓말. 그건 은호 돈이 아니라 내 돈이야, 내 돈! 은호 인생이 아니라, 내 인생이라고!!”

“아니?! 은호 돈이고, 은호 인생이야!”


선호는 트레일러 문을 벌컥 열고 나가다가 다시 서늘하게 돌아봤다.


“그거 몰랐나 본데, 버림받았던 그날 이후, 내 옴 붙은 재수는 다 사라졌어. 왜? 그게 다 은호한테 갔으니까. 당신이 그 애 옆에 있는 한, 은호는 평생 재수 옴 붙은 새끼가 되겠지. 이걸 고맙다 해야 하나?”


트레일러 문이 쾅 닫히고 해령은 홀로 남겨졌다.




문 앞엔 은호가 있었다. 조금 전 선호의 말을 들은 모양이다.


“해명할 기회 줘? 오빠 너 땜에 나 좀 긁힌 듯.”


선호는 머쓱하게 웃기만 했다.


“진짜로 평생 나 먹여주고 재워주고 시집도 보내줘야겠다. 오빠 너한테 갈 옴 붙은 재수 내가 다 빨아먹었으니까.”

“전/엄마한테 화 나서 한 말이니까 마음 쓰지 마. 먼저 긁힌 건 나야.”

“농담이야. 내가 모르겠냐. 오빠 너야말로 신경 쓰지 마.”


은호는 환히 웃으며 말했다.


“신유빈 찾아서 무대로 올라와. 인사해야지. 퍼펙트한 엔딩.”





누군가 해령을 흔들어 깨웠다. 골이 깨지는 두통으로 해령은 눈을 떴다.


“아주머니, 누구세요? 괜찮아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나가주세요.”


행사 요원인지 트레일러 렌트 직원인지 모르겠지만 성가신 목소리로 해령을 재촉했다.


“우리 클레어 한은 어디 있어?”


이런 에미를 두고 은호가.. 내 새끼가 그냥 가버리다니.. 믿을 수가 없다.




그 시각 은호는 신유빈과 봉이, 선호, 정민과 함께 그들만의 파티를 했다.


“형님, 한 잔 받으시죠.”


신유빈과 선호는 죽이 척척 맞았고, 주거니 받거니 잔을 돌렸다.


“언제 봤다고 형님이래?”


은호가 친밀한 두 사람을 보고 풉~ 웃음을 터뜨렸다.


“형님도 우리 쪽으로 오셔야죠. 대표님, 그쵸?”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욕심 없습니다, 전... 오늘로 소원성취 다 했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봉이가 슬쩍 한마디 했다.


“왜, 기회 있으면 하지, 니가 좋아하는 일인데.”

“지금 나서면 은호가 뭐가 되겠어. 게다가 나는 평생 클레어 한 오빠겠지, 이런저런 혜택 어쩌구.”

“....”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지자 선호는 환히 웃으며 봉이에게 농을 했다.


“나로는 부족해? 설마 셀럽 남친 갖고 싶은 거야? 최봉이?”

“혹시나 해서 그랬다. 혹시나... 신유빈 씨가 말하니 가능성이 있나 해서.”


신유빈, 차정민, 은호가 선호에게 시선을 주었다. 한동안의 침묵이 지나고 정민이 운을 뗐다.


“제 생각을 말씀드려도 될까요? 사실, 오빠 분이 기대 이상, 수준 이상인 건 확실해요. 그렇다고 당장 어떻게 활동을 하기엔 여러 장애물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말씀하신 대로 [클레어 한의 오빠]로 마케팅을 하면 후킹이야 되겠지만 그걸 원하시는 건 아닐 테고.. [어글리 브랜드]로 자리를 잡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낼 듯해요. 원하시면, 제가 시간을 두고 기획해 보겠습니다. 분명히 어필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해 보죠.”


그때, 정민의 휴대폰이 울렸다.


“네, 맞습니다. 네? 여사님이요??!!!”


표정이 일그러지며 전화를 끊는 정민인데..


“여사님이 호텔에서..”

“왜, 체크인 아직 안 했대?”

“객실에서.. 손목 그으셨대.”


휘둥그레지는 은호와 선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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