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이후, 등록금/생활비 대출 갚아 나가는 이야기
대학 신입생 시절, 그러니까 된장과 카레를 구분 못 하던 시기였다.
새내기로서의 첫 일주일. 대학교 건물에서 수업 듣고 있었지만 '나 아직 응애인데 정말 대학생 된 건가'하며 실감이 안 났다. 나 빼고 캠퍼스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어른처럼 보이기도. 어영부영 첫 주를 보내고, 2주 차. 학과 교수님과 면담 일정이 잡혔다.
- 교수님: 왜 불어과에 입학했니?
- 본인: 수능 성적 맞춰서요. 재수학원 배치표를 참고했어요.(진짜임)
- 교수님: 대학교 첫 일주일은 어땠니?
- 본인: 너무 정신없었어요. (블라블라~)
- 교수님: 불어 수업 잘 따라올 수 있겠니?
- 본인: 회화 수업 때 큰일 났다는 걸 깨달았어요. (실제로 4년 동안 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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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 막바지쯤이었다. 교수님께서 '뭐 궁금한 건 없니?'하고 물으셨다. 이에 필자는 "대학교 입학할 때 입학금 수십만 원 내잖아요. 한 학기 등록금으로도 수백만 원 내고요"라며 "대학교 등록금 뽕을 뽑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하고 물어봤다.
캠퍼스 생활은 분명히 설렜다. 그러나 대학 생활 1주일 만에 '한 학기 300 넘게 주고 다니자니 수지타산이 안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교수님께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중 "학교 도서관을 뺀질나게 드나들어라. 그게 등록금 뽕 뽑는 방법"이라고 말씀하셨던 게 유독 기억에 남았다. 새내기 때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이야기였는데, 고학년~취준생 시절 '열람실 존버' 할 때 그 이야기가 종종 떠오르곤 했다.
반년마다 300여만 원을 대학교에 꼬박꼬박 냈다.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고학년이 되고는 취업 준비하고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제1금융권 생활비 대출을 이용하기도 했다. 종국에 나도 졸업이란 걸 하게 됐다.
졸업시험을 세 번 응시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받아 든 대학교 졸업장. 그 이면에는 내 이름으로 쌓인 약 2천여만원의 대출금이 있었다. 물론 대학교 소속으로 느꼈던 소속감, 교정에서 만났던 귀한 인연들, 대학생 신분으로 누린 사회적 배려 등을 감안하면 대학 졸업장은 분명 가치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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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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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 2천만 원 쌓일 동안 늘어난 건 주량뿐'이라는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진리 탐구의 전당에서 정작 음주가무를 연구했으니 응당 치러야 할 비용이었으나, 사회초년생으로서 이 대출금을 매달 갚아 나가다 보니 이 금액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2천만원이라니, 까마득한 것이다.
저축이라는 것을 시작한 지 1년쯤 됐다. 지난해부터 내 통장에서 '할부금 기일'이라는 명목으로 매달 20~30만원 정도가 빠져나가기 시작한 게 그 계기다. 대학 생활할 때 쌓아둔 대출금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하는 때인 것이다. 상환기간은 매월 어김없이 찾아왔는데 그 시기마다 치통 앓는 것처럼 불편했다.
더구나 집에서 도와주던 휴대폰비/교통비 등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 돈이 적지 않았고, 나는 분명히 돈을 버는 직장인인데 매달 돈 나가는 날마다 헉헉 댔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문제의식이 생겨, 졸업한 대학교 도서관에 가서 돈 관련 책들을 싸그리 뒤졌다. <돈 공부는 처음이라>, <토익 공부보다 돈 공부>, <이 책은 돈에 관한 동기부여 이야기> 등을 독파했다. 쑥 먹고 마늘 먹는 시간이었다. 이후 약소한 월급이지만 한 푼, 두 푼 모아 나가보고 있다.
지금 꿈은 대학생 시절의 업보 청산이다. "등록금 뽕 뽑기"를 물었으나 정작 등록금으로부터 뽕이 뽑힌지라... 일단 학자금/생활비 대출을 완납해 본인 자산을 음수(-)가 아닌 양수(+)로 만들어 보겠다는 계획이다.
대학 졸업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하다가도 '나 어른 맞음?' 하며 투덜대는 응애지만서도, 이제 된장이랑 카레는 구분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 본인 인생 2막의 본격 시작은 대출 완납에서 시작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