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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소비쿠스 탈출기: 돈 그만 써!

늦게 시작한 돈 공부, 본인이 취한 조치들은...

by 방구석 특파원 Mar 28. 2025




자본주의 심화 운운하는 와중에 '호모 소비쿠스' 탈출기라니? 약간 어이없을 수 있겠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뽀시래기의 노력이다. 


돈 관련 저서들을 독파한 본인. 몇 권은 밑줄 긋고 필기하며 읽으려고 구매했다. 다음은 돈 관련 책들이 공통적으로 짚고 있던 부분. 또는 '돈 공부가 뭐죠? 먹는 건가요?' 했던 내가 뜨끔했던 이야기들.











■ 결국, 씀씀이 줄여야


남는 돈이란? '소득-소비'다. 그런데 지금 당장 소득을 늘릴 수는 없는 노릇. 지금 회사에서 '연봉 2배로~!!!' 요구하면서 비트 넣었다가는 사장님과 곧바로 면담각이다. 돈을 좀 더 벌기 위한 '투잡'을 고려해 보자니, 퇴근 후 마른오징어처럼 누워 있는 게 낙인 사람이라... 이 또한 쉽지 않을 듯하다.


소득과 달리, 소비는 줄여 나가기 나름이라고 판단이 섰다. 지난 3달간 카드 사용내역부터 정리해 보는 걸로 시작했다. 본인이 생각보다 허리띠 널널하게 매고 있었음을 깨달았다배달음식과 E-커머스 이용, 호기로운 식사비용 계산 등... '내가 뭘 믿고 이랬지?' 싶은 비용들이 쌓여 있었다. 다 합치면 수십만 원대였다.


결론. 소비 줄이면 돈을 모아 나갈 수 있다.



 이번 달, 아껴 써야 해요


지난 3달간 카드 사용내역 정리, 상당한 충격요법이 됐다. '쥐뿔도 없으면서 뭘 믿고 만수르처럼 썼어?!' 하며 본인 스스로를 콱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기도. 위해 즉각 행동에 나섰다. 


우선 휴대폰 어플 삭제가 이어졌다. 배달의민족과 쿠팡, 당근마켓 등이다. '헉, 그 어플들 삭제하고 살 수 있어요?' 물을 수 있겠다. 내가 반년 정도 살아본 바, 처음에는 약간 불편하지만 2주~1달쯤 지나면 그 생활에도 익숙해진다. 


지인들과의 저녁 약속 일정도 줄이고, 카메라/렌즈 모으기 취미도 접었다. 


자존심이 좀 상했는데, 책은 무조건 사서 봐야 한다는 철칙에 대해서도 다소 타협하기로 했다. 이후 도서관 대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평소 '어, 읽고 싶네 → 구매' 프로세스였다. 그렇게 사놓고 안 읽은 책이 수두룩한데... '어 읽고 싶네 →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봄 → 구입 판단'로 바뀐 것이다. 


주말이나 공휴일 하루~이틀을 '돈 안 쓰는 날'로 정하는 방법. 이는 외향적 집돌이에 해당하는 본인에게 요긴했다. 이전에 사뒀다가 냉장고에 짱박아 둔 요리 재료들도 정리하고, 못난 주인 만나 굶고 있는 내 통장에게도 쉬는 날 주고. 


결론적으로 '티끌 모아 태산'을 깨닫는 중이다.





 투자냐, 낭비냐


돈 공부를 하면서, 눈길 갔던 부분은 '부자와 빈자의 자금흐름 차이'라는 부분이었다. 부자는 소득으로 늘어난 자산을 다시금 자본에 투자하는 반면 빈자는 소득이 생길 때 발생하는 소비가 낭비로 이어진다고.


이러한 내용을 알게 되니, 본인은 소비하기 전 투자와 낭비를 분간하는 습관이 생겼다. 돈을 쓰기 전에 이 소비로 남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었는데 즉흥적인 소비를 줄이는 데 아주 효과적이었다.


이를 테면


- 영어/중국어 수업비: 

언어는 배워둬서 나쁠 게 없다. 나중에 써먹을 데가 있을지도. 해외 쪽 커리어에도 관심 있으니 공부를 이어가야 한다. 매달 수업비 지출은 좀 쓰리지만, 계속 공부해 나가는 건 투자 영역이다. (결제함, 손 떨었음)


- 소주 모양 바디필로우: 

인테리어 용도로 마음에 든다. 안고 자면 편할 것 같다. 근데 이미 북극곰 모양 바디필로우를 갖고 있다. '소주 필로우'가 인테리어 용도로 예뻐 보이지만, 당장 보여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봤자 낭비다. (결제 안 함)


- 휴대전화: 

지금 휴대전화 3년째 쓰고 있다. 바꿀 때가 된 것 같지만, 여전히 휴대전화 튼튼하고 사용에도 문제없다. 폰 가지고 하는 것도 딱히 없어서, 성능도 당장 이 정도면 부족함이 없다. (결제...일단 보류)


(직접 매장에 들러 최신 폰을 사용해 봄)


카메라/동영상 센서가 3년 사이에 몰라보게 진화했다. 배터리 용량이나, 새로운 UI 등도 구미가 당긴다. 근데 지금 폰도 크게 불편한 게 없는데. 내가 혹한 기능은 카메라/동영상 기능과 늘어난 배터리 용량인데... 이것만 보고 지르기엔 너무 비싸지 않나? 근데 직접 만져보니 확실히 마음이 동한다. (결제 고민)


(집에 와서 다시금 따져봄)


어차피 올해나 내년쯤엔 폰 바꿔야 할 테다. 그리고 업무용 세컨폰을 물색해 왔는데, 새로 폰을 장만하면 기존 폰은 알뜰폰 유심칩 끼워 업무용으로 돌릴 수도 있겠다. 비용이 좀 크지만 무이자 할부 때리고, 새 폰은 사진/동영상 기능이 압도적이니 짱박아둔 DSLR은 중고로 판매하자. (결국 결제)



 다짜고짜 저축하기


돈과 관련해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돈이 생기면 일단 소비부터 하고 남는 돈으로 저축하는 사람. 또는 돈 생겼을 때 우선 저축부터 하고 남는 돈으로 생활하는 사람.


필자는 돈 공부 시작 전까지 전자에 해당했다. 월급날을 한 일주일 앞두고 '월급 받으면 지를 목록'을 작성한 적도 있다. 그런데 돈을 모으려면 후자의 삶을 지향해야 했다. 다짜고짜 저축부터 한 뒤 남는 돈으로 생활하는 사람 말이다.


'선저축 후소비'를 시도해 봤다.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일단 생활비통장에 보이는 돈이 적으니 씀씀이가 줄어든다. 한밤중에 느닷없는 지름신 강림에도 남은 통장 잔고가 간당간당하니 참을 수 있었다. 물론 실제 돈은 저축통장에 남아 있기에 결과적으로 절약한 셈이 됐다.


혹자는 '저수지 통장'도 마련해 두면 좋다고 조언했다. 수당/상여금 등이 들어왔을 때 모아뒀다가, 병원비 등 예기치 않은 비용이 발생했을 때 대응하기 위한 통장을 일컫는다. 다만 본인은 관리해야 할 통장이 늘어나는 게 싫었다. 수당/상여가 그렇게 많은 직군도 아니다. 월급통장/저축통장으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자평 중임.



 종잣돈을 모아야 한다. '시드머니' 목표 세우기


마지막으로, 돈 관련 저서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부분. 이른바 '시드머니', 즉 종잣돈의 중요성이다.


각 저서들이 목표로 잡아보라는 종잣돈 금액은 상이했다. 일단 1천만원만 모아보자거나 2년 동안 연봉액수 모으기, 7년간 딱 1억 모아보기 등등이 있었다. 그러나 종잣돈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내가 읽어본 모든 돈 관련 책들에 포함돼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돈을 번다"는 건 상식이다. 근데 저서들이 주목한 방향은 약간 달랐다. 종잣돈을 모아가면서 생기는 몸에 배는 그 습관이, 나중에 돈 모을 때도 요긴하다고 강조했다. 일정 수준의 종잣돈을 목표해 실제로 모아본 사람이라면, 그 정도 금액을 다시금 모으는 건 더 수월할 것이라고(경험이 있으니)도 했다.


종잣돈 모아본 경험이라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입한 군 적금이 다지만... 이러한 설명에 일단 목표를 하나 세웠다. 2025년에는 학자금 대출 다 갚기! 이 브런치북의 주제기도 하다. 실현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꿈은 클수록 좋은 법이라고 했으니까. 


목표를 세워둬야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걸 배운 사회생활 3년 차 뽀시래기다. '학자금 대출 완납'이라는 종잣돈 목표를 세운 이유다. 당장 좀 까마득해 보이는데... 한 마리의 제비로서는 능히 당장에 봄을 이룩할 수는 없지만, 그가 전한 봄, 젊은 봄은 오고 마는 법이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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