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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Jan 05. 2023

소설 <그렇게 할 수밖에>를 읽고

고통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인내심이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이다. 이어지는 문장들.      


‘적정한 때를 포착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 그것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낙타가 사막을 건너는 속도라고 할지라도 오랫동안 준비하고 기다릴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 인생은 당연한 것들을 놓치는 오류 때문에 망가진다. 아니, 당연한 것을 모르기 때문에 궁지에 몰린다.’     


주인공은 꽤나 오랫동안 공을 들이고 들여서 살인을 준비했구나, 생각했다.      


작품의 로그라인은 “내가 죽이려 했던 놈이 의문의 사고로 죽었다. 죽음에 다가갈수록 선명해지는 진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첫 문단 이후로는 주인공이 할머니네에 가서 할머니와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주인공은  자신이 살인 청부를 한 사람이 죽는 날이고, 죽었단 걸 안 상태. 피로감에 몸이 녹아버리는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할머니는 그런 나에게 따스한 음식을 해먹인다.       


-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세 명이다. 주인공 라경과 할머니 그리고 살인청부업자 연. 

조금 더 적자면 죽은 놈인 ‘이기섭’과 주인공 라경의 친구 지나.      

라경이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살인청부를 했음을 알게 되고, 왜 살인을 하고 싶었는지도 나온다. 라경의 엄마는, 라경이 10살 무렵이었던 때 ‘이기섭’이라는 인물로 인해 고통받다가 결국 자살을 한다... 라경과 라경의 할머니가 바라보는 바로 그 눈 앞에서, 사라진다.      


-     


마침내 자신의 살인 청부가 성공했기에, 복수에 성공했다고 기뻐하는데! ‘그 새끼’가 죽은 건 맞지만 교통사고로 죽었기에 살인 청부는 실패했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     

라경의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로 가득차고..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     

마음에 닿는 문장을 보면 포스트잇을 붙이곤 하지만, 이 책은 정말 뭐랄까.. 그 무게감이 좀더 남다르게 느껴져서 깊이 공감하며 붙였다.  


최도담 작가님은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경험을 한 적이 있구나, 생각했다. 소설에서는 할머니는 딸인 라경의 엄마를 잃었고.. 라경은 엄마를 잃었고.. 오랜 시간 복수의 마음을 지니며 살아간다. 산다기보단 버텨내며 지낸다.      


-     


‘할머니와 나의 공모를 지나가 이해할 리 없었다. 외로움이 훅 들이닥쳤다. 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이해받을 수 있는 사람을 잃었을 때 찾아온다.’ (108)     


‘내 안의 많은 것들도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할머니가 그리웠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힘든 것은 이제는 없는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128)     

 

문장들이 마음이 아프게 와닿았다.      


-     

‘작가의 말’도 인상 깊었다.      


‘사랑하고 이해하는 것과 견줄 만한 기적이 또 있을까. 이 소설은 악을 제거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하고 이해받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에 대해 말하려면 먼저 악에 대해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극적인 사건에 부딪혀야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     


범죄, 추리 소설인가? 라고만 생각했으나

읽으면서 너무 훅 몰입해서 읽게 된 소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을 삶에서 겪어내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에 짓눌려도

그래도 그 남은 폐허 속에서 사랑하고 이해받으며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고통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묵직하고 마음이 아리지만 씩씩함과 따스함이 있는 소설.      


많은 이들이 읽고 최도담 작가에 대해서 알게 되면 좋겠다. 

최도담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얼른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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