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글을 쓰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불광천글쓰기클럽. 책에 있는 문장 중 하나씩을 상대방에게 주면, 그 문장으로 글을 썼다. 1월 7일엔 스스로에게 문장을 주기로 했다. 그날 가져간 책 <스무스> 중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나에게 주었다. 문장을 볼 때만 해도, 어떤 글을 쓸 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연필을 들고 노트에 쓰기 시작하다보니 어느새 요가에 대해서 쓰고 있었다. 벌써 이 글을 쓴 지도 1달이 다 되어간다. 어색한 문장들만 조금 고쳐보고, 이제 브런치에 올려본다.
나에게 주는 문장
“나 또한 이곳에서는 나를 향한 시선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수영장에 있는 모두가 자신만의 시간을 내어서 오늘 하루 치 물결을 만들고 있다.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태재 <스무스>
제목: 오늘의 호흡
10월 중순부터 요가를 시작했다. 당시 주말 내내 심한 감기 기운으로 힘을 못 쓰고 컨디션이 쳐져 있었는데, 요가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한다고. 늘 ‘해야지’라고 생각만 하던 일이었다. 아니 ‘해야지’와 ‘하고 싶다’가 공존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운동을 해서 근본적인 체력을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는 감기도 잘 걸리지 않고. 피곤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친구를 만나러 불광역에 갔을 때, 봤던 작은 간판이 떠올랐다. <요가ZEN은평>. 명상도 한다고 적혀 있었다. 전화를 하니 낭랑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요가를 하고 싶다며, 가격과 날짜를 물었더니 선생님은 매우 친절하게 답했다. 그리고 요가에 대한 설명들까지도. 모든 얘기들이 귀에 쏙쏙 들어왔고 공감이 갔다.
‘그래, 내가 찾던 요가원이 여기구나!’ 기분이 좋았다. 월요일 수업 때 가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통화기록을 보니 10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월요일 아침, 집에 있는 트레이닝 바지와 티를 입고 갔다. 집에는 요가복이 없었다. 트레이닝 바지엔 자전거를 타면서 묻은 자전거 기름때가 묻어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밖에선 잘 안 입고 싶었지만 당장 입을 운동복은 그것뿐이었다. 운동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인 복장도 제대로 갖춰놓지 않은 채로, 요가원을 갔다. 요가를 본격적으로 하면 그땐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등산화와 등산복을 사두고 등산을 하지 않거나 수영복장을 사두고 두 달 남짓 다닌 수영이 떠오르기도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요가원에 잘 도착했고 선생님의 요가 매트를 빌려서 요가를 했다. 그날 수강생은 나 외에 2명이 더 있었는데, 다들 꽤 오랜 기간 한 듯 보였다.
요가 동작이 익숙하지 않아서 선생님을 열심히 보며 따라했다. 본다고 그 동작이 되는 건 아니었다. 요가를 하는 1시간 내내, ‘와, 몸이 너무 굳었구나’, ‘내 근육은 정말 형편 없구나’란 생각만 계속 들었다.
<스무스> 문장에서 태재 작가는 ‘이곳에서는 나를 향한 시선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했지만, 이 날의 나는 남의 시선을 우려하고 있었다. 동작이 잘 되지 않아 어설프고 우스꽝스러운 내 모습을 선생님과 다른 수강생들이 보는 게 신경 쓰였다. 그러면서 남들은 대체 어느 정도로, 자세를 소화하는지 궁금해서 슬쩍슬쩍 쳐다보기도 했다. 그럼 선생님이 말했다.
“보라님~ 남 왜 쳐다보세요~ 보라님 동작하세요!”
아, 하긴 나에게만 집중해서 요가 동작을 소화하기도 빠듯한 게 사실이었다. 어려운 동작들을 하다가, 다소 쉬운 동작도 하고, 그러다 다시 또 어려운 동작... 이렇게 계속 하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자세까지 와 있었다. 그리고 불이 꺼지고 가만히 누워서 숨을 고른다. 딱히 명상을 한다기보단 그냥 여러 생각을 한다. (몸이 힘들었을 땐 숨만 고르다가도 그 시간이 지나가기도 한다.) 주로 떠올리는 생각은 이제 이거 끝나면 집에 갔다가, 밥 먹고... 그 다음에 등등 그날, 이번주 일정들을 떠올린다. 생각해보면 하루 중에 가만히 누워서, 폰을 보지 않은 채 생각을 하는 시간은 자기 전 뿐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50여분 동안 요가 동작을 해내고 가만히 누워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참 좋다.
누워있는 시간이 끝나면 영상 블록에 앉는다. 앉아서도 앞을 응시하며 또 생각을 한다. 그때 꼭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아, 역시 오늘도 오길 잘했어...!’
아마 같은 공간에 있는 분들 모두 이 생각을 할 것 같다.
요가원에 있는 모두가 자신만의 시간을 내어서 오늘 하루 치 호흡을 만들고 있다.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를 이어 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