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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서여사 Nov 13. 2024

[3화] 상가는 무조건 입지다

창업하려고 마음먹은 후 상가 임장을 다녔다. 입지가 중요한 건 비단 아파트 투자만이 아니다. 상가 입지는 더 중요하다. 무인 카페와 일반 카페는 창업 조건이 달라 입지를 보는 기준도 달라야 한다.


잘되는 일반 카페는 대로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 좋다. 그렇다면 무인 카페의 입지는 어디가 좋을까? 무인 카페는 아메리카노 한 잔이 1,500원 정도로 저렴하기에 브랜드 커피를 찾는 사람들과 수요가 다르다.


황금 상권인 브랜드 카페와 경쟁할 수 없기에 보증금과 임대료가 저렴해야 했다. 다른 이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상권은 당연히 비쌌다. 가맹점 대표는 무인 카페는 좋은 자리보다 적당히 애매한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발품을 팔아서라도 커피를 좋아하는 수요가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돌아다녀보니 상가는 겉모습만 보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상가는 무조건 입지였다. 아파트 단지의 무인 카페 옆 자리에 편의점이나 무인 아이스크림점이 있다면 최고의 입지다. 두 점포가 함께 밤새 불 켜고 운영하기에 홍보 효과도 크다.      


새 아파트 상가보다 오래된 단지 내 상가가 좋다. 왜일까? 신축 상가는 임대료가 최소 150만 원부터 시작한다. 전국의 많은 무인카페 브랜드 가맹점을 보면 큰 대로변보다 단지 내 또는 주택단지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동 인구가 넘쳐나는 곳보다 주거인구가 적당한 곳을 선호하는 것이다. 단순히 임대료 때문만은 아니다. 높은 매출을 차지하는 매장은 신규 고객의 유입보다 고정 고객의 비율이 높다. 단지 내에 창업한다면 단골이 늘어날 확률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같은 시간 같은 패턴으로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주요 고객이 누구일까 파악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쉽게 말해 슬세권(슬리퍼 신고 갈 수 있는 거리) 동네 슈퍼(편의점) 같은 상권이 좋은 것이다. 무인 카페도 언제든지 커피가 먹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인 카페를 하기로 마음먹고 유튜브를 찾아보았다. 앞서 창업한 분의 사례를 보니 공통으로 말하는 현실은 한 달 순수익으로 150만 원 이상은 어렵다고 했다.


무인 카페의 고정 비용을 줄이려면 월세나 권리금이 없는 곳을 찾아야 했다. 인건비가 나가지 않는 걸 장점으로 생각하고 월세 70만 원 아래로 정하기로 했다. 내가 보는 무인카페 상가의 기준을 정했다.

      

첫 번째. 오래된 아파트 단지

두 번째. 임대료는 무조건 저렴할 것

세 번째. 권리금 없는 상가

네 번째. 집에서 10분 이내 거리  

   

가맹점 계약 후 당일부터 상가를 보러 다녔다. 평수는 10평 이내, 집에서 걸어서 1시간 내, 월세 70만 원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권리금 없는 곳을 찾아 발품을 팔았다. 분당, 용인 수지까지 지역을 정해서 동별로 상가를 보러 다녔다.


또 오전, 오후 시간대나 요일별로 유동 인구를 조사해 보았다. 때론 혼자 가고 때론 가족과 함께 임장을 다녔다. 맘에 드는 상가는 역시 없었다. 입지가 좋으면 비싸고, 임대료가 저렴하면 문제 있는 상가였다.


그러다 딱 한 군데, 집에서 10분 거리에 원하는 상가가 매물로 나왔다.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50만 원. 권리금은 없단다. 유레카! 당장 부동산 소장님께 달려갔다.

     

“소장님, 무인카페 자리 찾고 있어요. 여기 계약할게요.”

“여기 카페는 안 됩니다. 옆 가게가 디저트 카페라서 안 돼요”

“네? 옆에 테이블도 없는데 카페 맞아요?”

“커피도 팔고 마카롱과 빵을 판매합니다.”

    

원하는 매물을 찾았지만, 부동산에서 거절당했다. 이미 상가 50군데를 본 상태였다. 여기만큼 좋은 입지가 없기에 용기 내 다른 부동산 소장님께 여쭤봤다. 동종업계는 안 된다며 역시 두 번째도 거절당했다.


50여 곳을 봤지만 여기만큼 좋은 자리가 없었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배웠던 시각화를 적용하기로 했다. 시각화는 매일 저녁 상가 앞에서 눈을 감고 무인카페를 오픈해 손님이 커피를 마시고 있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이다. 마치 이루어진 것처럼 말이다.


15일 정도 지났을 때 경비 아저씨가 왜 빈 상가 앞에서 기도하고 있냐고 물으셨다. 경비 아저씨는 내가 기도하는 줄 아셨나 보다. 그렇게 15일이 흘렀다.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또 다른 부동산 소장님께 조심스레 문의했다.

    

“소장님! 제가 무인카페를 하려고 하는데 옆에 디저트 카페가 있어서 안 되겠죠?”

“왜 안 돼요? 제가 옆 가게랑 친한데 물어봐 드릴게요”

“정말이요? 지금 물어봐 주세요”    

 

의외의 대답을 들은 나는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잠시 후 소장님이 “디저트만 판매하지 않으면 된대요.”라고 말씀하셨다.


기적이 일어났다. 그날 바로 계약했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상가를 찾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들이댄 결과였다. 내가 찾은 입지는 단지 내 세대수가 700세대 이상이고, 바로 옆 단지는 800세대가 넘는다.


옆 단지와 연결되어 있고 왼쪽에 제법 큰 중형 정형외과가 있다. 병원 지하에 카페가 있지만, 문제 되지 않았다. 가까운 거리에 스타벅스도 있지만, 가격대가 다르니 찾는 수요가 다르다. 그 외는 주변에 카페가 없었다.


앞으로 들어올 카페 자리도 없다는 건 최고의 입지다. 아파트와 달리 상가는 역에서 멀어도 괜찮다. 아니 오히려 먼 곳이 더 좋다. 항아리 상권이라고 들어봤을 것이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그 안에서 해결되는 곳이었기에  입지로는 최고였다.


그동안 꾸준히 했던 부동산 공부가 상가 입지 분석에 도움이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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