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들고 나오며 마주친 계단 하나가 그 다음날 나의 삼각김밥을 빼앗아간다 제멋대로 뻗어 나온 위선처럼 그럴듯한 함정이다 꼼짝없이 다리 하나를 끌며 방안을 서성인다 비극적 운명은 좀처럼 들키지 않는다 나는 길바닥 고도의 창 바깥으로 돋은 풀을 이제야 발견하는 척한다 저 풀도 분명히 이름이 있지만 모두 잡초라고 부른다 나도 이름이 있지만 몇 가지의 잡으로 불리는 것과 같다 느린 말투는 위장이다 싸구려 연대감은 꽤나 센티멘털하다 풀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때 미리 준비된 바람이 귓속을 파고들며 속삭인다 예언처럼 새벽이 다가온다 다음의 태양은 제거된 상태다 천둥은 번개를 동반하지 않는다 위협적인 빗소리가 제 시간에 도착한다 한꺼번에 저쪽 벽과 이쪽 담이 무너진다 무너짐에 대한 전조는 완벽히 제거되거나 컨트롤된다 무너진 틈에 불행한 돌멩이 하나가 낀다 어떻게든 끼워 넣어야 한다 리버브 가득한 비웃음이 공중에 가득 퍼진다 떠들썩한 현재에서 철저히 제외된 나는 조금씩 사라진다 비밀은 비밀스럽게 퍼져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