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이토록 다정한 밤이라니
크리스마스가 아직 반년이나 더 남았는데
잔인한 폭염 위에 누가 벌써 겨울을 가져다 썼을까
세상의 아름다운 모든 한때를 가늘고 긴 금에 서로 얽은 채
반짝이는 작은 공 몇 개가 길가에 굴러다녔다
내 주머니에 든 투명 유리 공 안에는
감탄된 적 없던 꽃송이만 간헐적으로 우아한데
세게 쥐면 부서지는 하나의 세계처럼
두 손바닥으로 감싸 쥐면 감쪽같이 사라지는 시간처럼
매번 새로워지는 은유 속에서 포함되었던 것은 그저
누더기였을까 그러므로
과신했던 목소리가 뱀처럼 기어 나오고
불안한 갈림길 속에서 빛나던 것은
방향 없이 쫓기며 멀어지던 나의 눈동자
이토록 다감한 밤을 길에서 맞다니
손바닥을 펼치면 부서진 유리에 베인 하루를 들킬 것 같아
가만히 두 손을 모은 채 흐르는 땀을 닦지 못했다
아직 걸음은 멀었는데
치닫지 못했던 나의 질투는 남몰래 버려져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