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발표지원 선정작
김조민
밀폐용기 안에 단어를 넣어 두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후회라든지 사랑이라든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몇몇 단어들은 슬리퍼나 가방이나 종이컵 따위로 대체되었죠
꽃잎들이 불필요하게 나뒹구는 저녁
우리는 어리둥절한 이별을 맞았을지도 모릅니다
순서대로 넘실거리는 책상과 막연한 가장자리
몇몇의 그물이 서로와 서로에서 헤매느라
한쪽만 닳아지고 있는지 몰랐던 거였어요
어느 날 흔한 얼룩조차 생소해지는 얼굴이 되었을 때
우리는 각자의 이불 속에서 한참을 울겠지만
어떤 목소리에 뒤돌아봐야 할지
영영 알지 못하는 순간이 되고 말겠죠
밀폐용기가 공공연히 부풀어 올랐지만
그 이유에 대해 어느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닫힌 입을 부여받은 것과 같은 이유로
우리가 미리 준비했던 포기는 소용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