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발표지원 선정작
김조민
문을 열면 등 뒤의 문이 다시 앞에 놓이는 꿈을 연속해서 꾸었다
어떤 날은 등 뒤의 문이 내 앞에 놓이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사라지는 나의 등을 보기도 했다
들어가자마자 다시 들어가야 하는 문을 열고 나가는 나의 등은
미세하게 쪼그라들었다가 평평했고
한 방향으로 기울어졌다가도 접혔다
어쩐지 누군가의 입술 같기도 했고
그렇게 쏟아졌던 수많은 악담 같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어느 날은 잠들기도 전에 벌써부터 내 등을 보고 있는 듯했다
눈을 감지 않아도
아주 잠깐 가벼워졌다가 문과 문 사이에 나는 내동댕이쳐지는 것이다
잠깐은 결론을 위한 아주 짧은 한숨이었지만 무한의 조건이어서
내 등의 표정을 읽을 지경에 이르렀다 생각하는 순간이면
반드시 꿈에서 깼다
천장에는 어제와 같은 무늬의 얼룩이 묘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나는 어느 쪽으로도 열리지 않는 문 안쪽에 가만히 누워
다가왔다 사라졌던 누군가의 등을 떠올렸다
어느 누구의 등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