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조민 Oct 19. 2024

없었던 금기어에 대한 최초의 증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발표지원 선정작

 없었던 금기어에 대한 최초의 증언           


 김조민

         


  밀폐용기 안에 단어를 넣어 두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후회라든지 사랑이라든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몇몇 단어들은 슬리퍼나 가방이나 종이컵 따위로 대체되었죠

  꽃잎들이 불필요하게 나뒹구는 저녁

  우리는 어리둥절한 이별을 맞았을지도 모릅니다

  순서대로 넘실거리는 책상과 막연한 가장자리 

  몇몇의 그물이 서로와 서로에서 헤매느라 

  한쪽만 닳아지고 있는지 몰랐던 거였어요

  어느 날 흔한 얼룩조차 생소해지는 얼굴이 되었을 때 

  우리는 각자의 이불 속에서 한참을 울겠지만

  어떤 목소리에 뒤돌아봐야 할지

  영영 알지 못하는 순간이 되고 말겠죠      

  

  밀폐용기가 공공연히 부풀어 올랐지만 

  그 이유에 대해 어느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닫힌 입을 부여받은 것과 같은 이유로

  우리가 미리 준비했던 포기는 소용없었습니다 

이전 25화 심오해 보이는 헛소리의 인식과 수용에 대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