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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허하게 받아들이는 풍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발표지원 선정작

by 김조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풍요


김조민



버려진 생각들을 모아 쪽지 모양으로 접었다

구겨졌던 자리를 마땅히 펼치지 못해

울퉁불퉁한 안부가 되곤 했다


다시


돌아오면 엉뚱한 어둠이 시작되곤 했지만

고인 자리 맨 밑에서

깨진 접시를 발견했을 때

터무니없이 자라났던 모든 마음이 허울이었음을 비로소 알았다


그 충만했던 순간의 흔적과

아름다웠던 오후는 오지 않을 것이다

변하지 않았던 어느 날처럼


달콤하고도 낯선 적막으로

새롭게 자라나는 악의는


텅 빈 감사와 소망으로 훌쩍 자라났다


더러워진 이불 위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내일을 기다리는 풍요에 대해


곡진한 절을 두어 번 하다 말고 나는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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