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발표지원 선정작
김조민
따사로운 겨울입니다
라면 한 봉지와 반 봉지, 뚝 잘라 구불구불한 길을 펴고 불리면
하루의 일용할 뜨거운 가슴과 양식이 됩니다
오늘은 여기쯤 급하게 머리 숙이지만
언젠가는 저 너머 곱디고운 시간 위에서 느긋한 숨을 쉬리라
남은 라면 반 봉지를 단단히 여밉니다
우느라 납작해진 구름에게 흩어지지 말라는 손짓도 빼먹지 않습니다
하나가 빠지면 여지없이 무너질 더미처럼 아름답게 피고 지는 문장들입니다
여전히 밝게 빛나는 삶이 있다며 부드럽게 부러집니다
또 다른 하나의 침묵이 엎드립니다
줍는 일이 저의 몫입니다만 제자리걸음 중입니다
익숙해서 단호한 불행처럼 오늘의 뜨거운 몇 줄은
아주 길었고
안과 밖 그 어디에도 끼지 못한 주머니는 참으로 가볍습니다
따사로운 겨울이어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