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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민 Oct 19. 2024

고맙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발표지원 선정작

  고맙습니다             


  김조민       

  


  따사로운 겨울입니다     

  

  라면 한 봉지와 반 봉지, 뚝 잘라 구불구불한 길을 펴고 불리면

  하루의 일용할 뜨거운 가슴과 양식이 됩니다     


  오늘은 여기쯤 급하게 머리 숙이지만

  언젠가는 저 너머 곱디고운 시간 위에서 느긋한 숨을 쉬리라

  남은 라면 반 봉지를 단단히 여밉니다     


  우느라 납작해진 구름에게 흩어지지 말라는 손짓도 빼먹지 않습니다     

  하나가 빠지면 여지없이 무너질 더미처럼 아름답게 피고 지는 문장들입니다

  여전히 밝게 빛나는 삶이 있다며 부드럽게 부러집니다     


  또 다른 하나의 침묵이 엎드립니다

  줍는 일이 저의 몫입니다만 제자리걸음 중입니다     


  익숙해서 단호한 불행처럼 오늘의 뜨거운 몇 줄은

  아주 길었고

  안과 밖 그 어디에도 끼지 못한 주머니는 참으로 가볍습니다     


  따사로운 겨울이어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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