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발표지원 선정작
김조민
가지를 잘라 땅에 꽂으면 바닥이 됩니다
무엇이건 하늘이 배경이면 검은 점
검은 벽
온통 심연 속으로
자라나는 것은 나의 헛된 노래였습니다
헤매는 공포와 슬픔의 조각들
그것은 모두 속임수였습니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언어였으며
떨어져 나왔던 어딘가의 허위였죠
무질서한 휘파람이 균열 속에서 피어났습니다
하늘과 땅이 어둠과 빛이
서로 섞이며 서로를 다르게 안을 때
흔적은 오래도록 이름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수레가 지나갑니다
수레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소리에 고개 들었을 때
두 마리의 말이 작은 구멍 속으로 빨려들어갑니다
붉은 그림자가 바닥 위에 흥건합니다
무엇이건 온통 헛된 이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