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촘촘하게 쓴 글자들이 넘어졌다
생각나는 대로 받아둔 어투였다
문장과 문장 사이 꾹꾹 찍었던 마침표와 말줄임표에 걸려 애써
늘어놓았던 길고 긴 문장들이 인용의 정도로만 기울어진 채 고정되었다
나는 너에게 기울어졌으나 너에게는 어울리지가 더욱 가까워
두 번째 나는 창백했다
문장의 다음을 건너 뛰어 읽는 세 번째의 나는 내일을 기대하지
않는 어제의 버릇 같은 것이어서
처음으로 돌아가는 환상이었다
끈적임으로만 부푼 솜사탕처럼
뜯어 먹기엔 살짝 곤란해진 빗금 덕분에
다음 문단이 애매하게 미끄러졌다
아홉 번째 혹은 열두 번째 혹은 어쩌면
모든 나는 마지막 모퉁이를 찾지 못해
번지는 의미를 무의미한 가방에 숨겼다
사라지는 것을 뒤에 남겨 두지 않는 문장의 규칙에 따른 것이었지만
이미 기울어졌으므로 애초의 빌미는 있었던 것에 대한 인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