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약은 없지만,
함께 살아갈 수는 있다
제가 앓고 있는 류마티스 자가면역질환은 완치가 없고, 관해(寬解)라는 개념만 존재합니다. 관해란 '일시적 또는 영속적으로 자타각적 증상이 감소한 상태'를 의미하는데요.* 쉽게 말해 약을 먹지 않아도 일상이 잘 관리되는 상태를 말하는데, 자가면역질환뿐만 아니라 백혈병이나 암, 악성 종양 등의 병에도 쓰이는 개념입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러한 병들은 약으로 간단히 낫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몸이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아 관해 상태가 될 때까지 꾸준히 약을 먹으며 증상을 관리해 주어야 합니다. 식단, 운동 등 일상 관리에 신경 쓰고, 많이 피곤하거나 통증이 심한 날은 쉬며 몸을 돌봐줍니다. 잠도 많이 자고, 몸도 따뜻하게 하고요.
이것은 극복이라기보단 '자신을 조절하며 함께 살아가는' 쪽에 가깝습니다.
■건강한 나만의 조절법 찾기
지난 화에서 염증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염증반응이 없다면 내 몸이 파괴되는 곳을 알 수 없어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해져서 만성 염증이 된다면 병의 원인이 되겠지요. 건강을 위해 적정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몸을 돌보는 법처럼 마음속 불안함, 조바심 등의 감정도 그러합니다. 이러한 감정은 신체의 염증반응처럼 살기 위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들이기에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마음이 과하면 자기중심을 지키지 못할 만큼 끌려다니게 되고, 반대로 아예 없다면 사람은 더 이상 발전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는 아예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상태일지도 모르죠. 둘 다 건강한 마음은 아닙니다.
그동안 저 자신을 돌아보면,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우려 했습니다.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무리하거나, 자기 계발에 홀려 비싼 강의와 자기 계발서를 구매하기도 했고요. 혹시나 남들보다 뒤처져 보일까 걱정되어 능력 이상으로 비싼 옷을 사기도 했어요. 이렇게 하면 남들보다 앞서나갈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소비는 잠시 감정을 잠재우는 일종의 진통제였을 뿐, 근본적인 치유법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진통 효과 후의 외로움은 더 괴로웠어요. 전 그저 불안함을 이용하는 마케팅에 현혹되었을 뿐이었습니다.
이젠 불안함이 너무 과해질 때면 잠깐 손을 떼고 눈을 돌립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잡으려 휘젓던 손을 거두어, 잊고 지냈던 옆 사람의 따뜻한 손을 잡아 온기를 느낍니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잠을 충분히 자고,
규칙적으로 건강한 식사를 하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매일 따뜻한 물에 샤워하며 경직된 몸을 풀어줍니다.
마음은 손에 잡히지 않으니까. 마음을 위로하고 싶다면 몸을 위할 수밖에요.
■실패했어도 괜찮아, 원래 어려운 거야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이상 비교와 불안에서 벗어날 순 없습니다.
지금보다 돈을 더 벌어도, 더 멋진 집에 살아도, 더 좋은 직장에 다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 위치에서 바라본 주변은 언제나 나보다 더 앞서갈 테니까요. 뛰는 놈 위엔 반드시 나는 놈이 있습니다.
그러니 애써 불안함과 조바심을 없애려 하지 마세요. 오히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시길 바랍니다.
과해지지도, 너무 무기력해지지 않을 정도로 조절하며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면 됩니다.
조절에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자신을 통제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에요. 저는 병을 겪은지 9년 차가 넘었지만 그럼에도 제 선 지키기를 매번 실패합니다. 넘어지고 헤매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선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겁니다.
그럼에도 불안함이 해소되지 않을 땐, 살려고 애쓰는 자신을 안쓰럽게 여기고 토닥여 주세요.
그냥 그렇게 하루 이틀 살아내면 좋은 날도 오겠죠. 그러다 정말 언젠간 진짜 '관해'가 될 수 있을지도요.
-<불안함이라는 염증이 생겼다> 시리즈 完
<불안함이라는 염증이 생기다>
시리즈 1화:
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