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옷, 있으세요?
독자님께서는 애착 옷이 따로 있으신가요? 전 맨날 입는 옷 리스트가 정해져 있어요. 심지어는 잠옷 겸 생활복 겸 외출복으로 입기도 하죠. 옷장에 아무리 옷이 쌓여 있어도, 유독 매일 꺼내 입게 되는, 그런 옷들이에요.
근데 이런 옷은 사고 싶다고 구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입던 옷이 구멍이 날 정도로 해져서 새로 사야겠다 싶어 옷가게를 가보면, 비슷해 보이는데 미묘하게 어딘가 달라서 손이 안 가요. 게다가 '사야지' 마음먹고 간 날엔 절대 마음에 드는 옷이 눈에 안 띄는 것도 특이하게 항상 그래요. 이런 인생 옷은 예상치 못할 때, 꼭 돈이 없을 때(!) 길을 가다가 운명처럼 눈에 들어오죠. '아, 지금 옷 살 돈 없는데~' 하면서 홀리듯이 들어가 입어보면 처음 본 옷인데도 원래부터 내 것이었던 듯 자연스럽게 걸쳐집니다. 네, 그렇게 과소비를 하고요. 하하. 그래도 사서 잘 입었으면 됐지, 합리화를 해 봅니다. 그 순간을 놓치면 다시 안 돌아온다니까요!
저는 옷과 인연이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옷 쇼핑과 마찬가지로 평생 갈 인연도 구한다고 구해지지 않거든요. 반대로 어느 날 갑자기 그냥 마주쳤는데 처음부터 원래 내 사람이었던 것처럼 편안한 사람이 있어요. 꼭 오래 만났다고 잘 맞고 잘 아는 게 아니라요. 내가 변하면 옷이 안 맞게 되듯 옛 인연이 언제까지나 잘 맞지는 않아요. 옷도 해지면 정리해야 하는데, 사람 관계라고 다를까요.
물론 오래 지속된 시간이 주는 묵직함도 좋아요. 하지만 어릴 땐 사실 뭐가 나와 맞는 질 모르니 멋모르고 아무거나 입어 보고 맞춰 본 것들도 많잖아요. 살면서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내게 어울리는 것만 곁에 두게 되네요. 옷도, 사람도요.
그러니 과거 인연에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또 다가올 인연에 너무 마음을 닫지도 않고, 적당히 거리를 둔 느슨한 관계를 추구하게 돼요. 어차피 타인은 타인일 뿐 결국 중요한 건 내 중심을 잘 지키는 일이니까요. 나를 먼저 잘 세워야 서로 편안한 관계가 되는 것 같아요.
서른의 관계 이야기를 즐겁게 보아주셔서 감사해요. 다음 화로 또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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