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한 번 몸이 아파 자리에 누워 보니,
혼자라는 사실이 무서워졌다.
누군가의 숨소리 말소리가 절실하게 그리웠다. 나는 비로소 늙은이가 된 걸 실감했다.
"내 아는 사람도 건강 할 때 들어갔는데, 2년도 못가서 사람 아주 못 쓰게 됐더라고. 그전에는 자식들이 가끔 들여다보고 그랬는데 일 년에 한 번 얼굴 보기도 어렵다네. 거기다 죄 늙은이들만 모아 놨으니, 매일 징징대는 늙은이에, 소리 지르는 늙은이에, 자식에게 버림받은 늙은이에, 별별 늙은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울해 진다더군"
"형님은 한 번도 생각 안 해 보셨어요?"
"생각은 해 봤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거 생각처럼 좋은 거는 아닐꺼야. 그리구 난 자유가 좋아"
"한 번 아프고 나니까 맘이 약해져서 그런가? 그래서 그래요"
"웬만한 정신력 있지 않으면 자기 페이스를 지키기가 어렵다지. 집단 우울증이랄까. 그런 것도 있잖나?"
"자꾸 자신이 없어지는게 . . .무섭기도 하구"
"하하. 자네는 외로움을 심하게 타네 그려. 요양원을 가지 말고 연애를 해 보게나"
"어어구 형님도. 참!"
문제는 자신이 나날이 약해지는데 있었다. 맘이 약해지다 보니 무슨 일이든 신명이 나질 않았다. 이제 상황을 바꾸어야 할 때가 온 것인가.
명희가 가고 5년이 흘렀다. 살면 살수록 사는 것에 자신이 없어졌다. 봄 철 꽃 바람도, 가을 단풍도, 겨울 새하얀 눈도 그저 귀찮고 싫기만 했다.
부질없다. 모든 게. 남들처럼 느낄 수도 반길 수도 없으니 자신은 그저 조용한 늙은이 세상으로 건너가는 게 맞는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