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 사랑

by 김정욱

13-19. 드디어 그 날,


명문 '가을의 밤' 행사

그 날은 가까이에 있는 남고나 여고에서도 찬조 출연을 하기 때문에 학교 안은 다른 학교 학생들도 많이 들어 와 있었다. 교장 선생님 방침대로 모두 교복을 착용한 학생들만 들어 올 수 있었지만 잠시나마 지역 학생축제 같은 분위기로 들썩였다.


모처럼 간질거리는 자유의 기쁨을 누리면서 아이들은 저마다의 흥에 빠졌다.

캠퍼스 곳곳에 마련된 시화전 행사는 때마침 어우러진 단풍과 낙엽들, 가을바람 속에 그 운치를 더했고, 합창 역시 열심히 고생하고 연습한대로 성황리에 잘 끝나서 그 먹먹한 감동과 뜨거운 열기는 한동안 저마다의 가슴속에 짙은 여운을 남겼다.


독창 순서.

총 세 명이 나왔는데 그 중 순자가 단연 독보적이었다.

중저음의 순자는 고음에는 떨림이 있어서 다소 불안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사실 그 노래를 끝까지 아는 학생도 없었고 영어 가사나 노래의 완성도는 그닥 중요하지 않았다.

동화 속 여왕을 보는 듯, 도도한 이미지 그대로 순자의 정갈하고 맑은 음색이 단숨에 모두를 사로잡았다.

'나나무스꾸리의 온리 러브'

나나무스꾸리라니? 온리 러브라니?


콩닥콩닥 환상적인 사랑을 꿈꾸는 십대 소녀들이 아닌가?

순자는 단숨에 퀸으로 등극했다. 공부를 잘 하지도, 아이들을 휘몰고 다니지도, 영향력 있는 부모를 갖지 않았음에도 모두가 순자를 리스팩!


그녀는 이미 아이들이 가지 못한 어떤 곳에 도달해 있는 듯 보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랑,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