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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생을 걸어가는 몸들<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독후감

by 낭낭

오랜만에 독후감으로 찾아왔다!!


고전을 읽겠다고 다짐하고 읽고 있었으나 언제나 눈앞에 장애물과 어려움이 닥치게 되오니 나의 장애물은 다름 아닌 차라투스트라였다...!!

니체의 <가슴속의 양을 찢어라>가 너무 가슴을 울려서 이번에도 고전을 읽을 때 니체의 글을 다시 읽어보겠다고 다짐했는데 웬걸 읽기 자체가 너무 어렵고 뚝뚝 끊기는 전개에 의해 도무지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손이 잘 가지 않은 책은 책 자체를 멀리하게 하는 결과를 불러냈고 결국 1달이 넘는 시간 동안 붙잡아 둔 뒤에야 완독 했다. 히유. 불태웠다. 불태우고 나니 여름이 오고 장마가 오는구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정말 묘하게 이 책이 몸에 덕지덕지 들러붙은 느낌이다.


그런 책들이 있다. 한 번에 시간을 내서 읽기보다는 그냥 삶을 함께 걸어가고 싶은 책이. 이 자리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위해서 읽는 책이 아니라 무언가 지금 당장은 읽히지 않고 무슨 의미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옆에 두고 있으면 언제든 나를 위로하고 친구가 될 수 있을 거 같은 책이. 삶의 지침이 되기도 어떤 현자처럼 가야 할 길을 제시해주기도 하는 그런 종류의 책 말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나에게 그런 식으로 다가왔다. 의식이 흐르고 흘러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마음도 생각도 들지 않다가도 갑자기 머리를 내리치는 말들로 다가오는 책. 독특한 문장들은 비난, 포용, 사랑, 증오, 멸시, 선언, 후회, 꾸짖음 등으로 현상화되었으며 자연과 그 자연 속을 걸어가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니체의 독특한 시선을 볼 수가 있다.


옮긴이의 말도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니체를 마치 세상 가장 재밌는 코미디언처럼 묘사한 것이 참 인상 깊었다. 나에겐 어려운 구절들 사이를 이 사람은 문화와 사회 등을 이해하면서 받아들여 니체가 한 말이 지닌 어떤 의외성, 해학성 등을 포착해 냈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군. 무언가를 덕질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바라보는 형식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기 마련이니까.


줄거리를 설명하기는 어렵고 이 책에서 니체가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신은 죽었다"라는 명제이다. 동정심에 대한 니체의 생각과 그 생각들을 기반으로 하여 신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인간은 몸에 새기게 되는 기억들을 온몸으로 살아 내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듣는다. 내 생을 걸어가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므로 스스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정해야 한다. 차라투스트라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 중 나는 누구와 비슷할까를 궁금해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참 좋을 듯하다.


내용을 말하긴 어려우니 맘을 때린 문장들 몇 개를 정리해서 올려야겠다.

- 그러나 각성한 자, 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전적으로 몸이며, 그 밖의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영혼은 몸에 속하는 어떤 것을 표현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 그대는 자아라고 말하면서 이 말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보다 위대한 것은, 믿고 싶지 않겠지만, 그대의 몸이며 그대의 몸이라는 거대한 이성이다. 이 거대한 이성은 자아를 말하지 않고 자아를 행동한다.

- 그대에게는 젊음의 긍지가 아직도 남아있고, 나이 들어 젊어졌다. 그러나 이야기가 되려고 하는 자는 자신의 젊음조차 극복해야 한다.

- 나는 방랑자이며 산을 오르는 자다. 나는 평지를 사랑하지 않으며, 오랫동안 한 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한다.

- 그대들의 이웃을 언제나 자신처럼 사랑하라. 하지만 우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자가 되라!

-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곳은 스쳐 지나가야 한다.

- 의욕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의욕함은 곧 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르친다. 그대들은 오직 창조하기 위해 배워야 한다.

- 모든 무거운 것이 가벼워지고 모든 몸이 춤꾼이 되고 모든 정신이 새가 되는 것, 그것이 나의 알파요, 오메가라면. 그리고 참으로 이것이 나의 알파요 오메가라면!

- 완전해진 것, 모든 성숙해진 것은 죽기를 바란다! 그대는 말한다. 축복 있으라, 가지 치는 가위여! 하지만 설익은 모든 것은 살기를 바라니 슬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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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써보니 정말 마음에 새길 말들.

삶이 힘들 때마다 다시 꺼내서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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