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오랜만에 독후감으로 찾아왔다!!
고전을 읽겠다고 다짐하고 읽고 있었으나 언제나 눈앞에 장애물과 어려움이 닥치게 되오니 나의 장애물은 다름 아닌 차라투스트라였다...!!
니체의 <가슴속의 양을 찢어라>가 너무 가슴을 울려서 이번에도 고전을 읽을 때 니체의 글을 다시 읽어보겠다고 다짐했는데 웬걸 읽기 자체가 너무 어렵고 뚝뚝 끊기는 전개에 의해 도무지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손이 잘 가지 않은 책은 책 자체를 멀리하게 하는 결과를 불러냈고 결국 1달이 넘는 시간 동안 붙잡아 둔 뒤에야 완독 했다. 히유. 불태웠다. 불태우고 나니 여름이 오고 장마가 오는구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정말 묘하게 이 책이 몸에 덕지덕지 들러붙은 느낌이다.
그런 책들이 있다. 한 번에 시간을 내서 읽기보다는 그냥 삶을 함께 걸어가고 싶은 책이. 이 자리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위해서 읽는 책이 아니라 무언가 지금 당장은 읽히지 않고 무슨 의미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옆에 두고 있으면 언제든 나를 위로하고 친구가 될 수 있을 거 같은 책이. 삶의 지침이 되기도 어떤 현자처럼 가야 할 길을 제시해주기도 하는 그런 종류의 책 말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나에게 그런 식으로 다가왔다. 의식이 흐르고 흘러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마음도 생각도 들지 않다가도 갑자기 머리를 내리치는 말들로 다가오는 책. 독특한 문장들은 비난, 포용, 사랑, 증오, 멸시, 선언, 후회, 꾸짖음 등으로 현상화되었으며 자연과 그 자연 속을 걸어가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니체의 독특한 시선을 볼 수가 있다.
옮긴이의 말도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니체를 마치 세상 가장 재밌는 코미디언처럼 묘사한 것이 참 인상 깊었다. 나에겐 어려운 구절들 사이를 이 사람은 문화와 사회 등을 이해하면서 받아들여 니체가 한 말이 지닌 어떤 의외성, 해학성 등을 포착해 냈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군. 무언가를 덕질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바라보는 형식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기 마련이니까.
줄거리를 설명하기는 어렵고 이 책에서 니체가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신은 죽었다"라는 명제이다. 동정심에 대한 니체의 생각과 그 생각들을 기반으로 하여 신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인간은 몸에 새기게 되는 기억들을 온몸으로 살아 내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듣는다. 내 생을 걸어가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므로 스스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정해야 한다. 차라투스트라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 중 나는 누구와 비슷할까를 궁금해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참 좋을 듯하다.
내용을 말하긴 어려우니 맘을 때린 문장들 몇 개를 정리해서 올려야겠다.
- 그러나 각성한 자, 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전적으로 몸이며, 그 밖의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영혼은 몸에 속하는 어떤 것을 표현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 그대는 자아라고 말하면서 이 말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보다 위대한 것은, 믿고 싶지 않겠지만, 그대의 몸이며 그대의 몸이라는 거대한 이성이다. 이 거대한 이성은 자아를 말하지 않고 자아를 행동한다.
- 그대에게는 젊음의 긍지가 아직도 남아있고, 나이 들어 젊어졌다. 그러나 이야기가 되려고 하는 자는 자신의 젊음조차 극복해야 한다.
- 나는 방랑자이며 산을 오르는 자다. 나는 평지를 사랑하지 않으며, 오랫동안 한 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한다.
- 그대들의 이웃을 언제나 자신처럼 사랑하라. 하지만 우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자가 되라!
-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곳은 스쳐 지나가야 한다.
- 의욕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의욕함은 곧 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르친다. 그대들은 오직 창조하기 위해 배워야 한다.
- 모든 무거운 것이 가벼워지고 모든 몸이 춤꾼이 되고 모든 정신이 새가 되는 것, 그것이 나의 알파요, 오메가라면. 그리고 참으로 이것이 나의 알파요 오메가라면!
- 완전해진 것, 모든 성숙해진 것은 죽기를 바란다! 그대는 말한다. 축복 있으라, 가지 치는 가위여! 하지만 설익은 모든 것은 살기를 바라니 슬프구나!
다시 써보니 정말 마음에 새길 말들.
삶이 힘들 때마다 다시 꺼내서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