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고 있다. 정말.
오늘 아침은 제법 가을처럼 느껴진다. 태양에 화가 얼마쯤 사라진 듯하다.
나는 매일 아침 큰 운동장에 초록색 머플러를 두른 듯한 나무 숲길을 걷는다.
매일 그 시간에 만나는 사람들과, 햇볕과 바람이 늘 같은 듯하지만, 어느 순간을 느껴보면 체감되는 계절 온도가 내려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절대 끝날 것 같지 않았던 더위가 성냄을 내려놓고 부드러운 바람을 넣어 가을을 만들어 냈습니다.
장합니다.
나는 자연에게 어떤 힘자랑도 감히 겨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이 더위와 추위와 바람과 그리고 거센 비로 힘을 쓰면 속수무책입니다. 매칼도 없이.
나는 자연과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특히 가을을 연출하는 자연과는 더더욱 잘 지내고 싶어요.
이번 가을은 늦도록 긴장감을 놓지 않고 모두 느낄 겁니다. 단풍 드는 소리, 나뭇잎 냄새, 높게 보이는 하늘, 아침 호숫가, 도토리를 줍는 다람쥐, 누렇게 익어가는 들녘의 벼, 출근길 가로수 플라타너스 낙엽 쌓이는 소리까지요. 그것들 모두 다 놓치지 않고 가을 한 자락에 동무 하고 싶습니다.
나는 오늘 가을을 시늉하며 마중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