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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율 Aug 17. 2024

24. 따스한 아침과 따뜻한 노을(1)

 "대담이는 집에 잘 들어갔으려나?"


 곰과의 조우가 인상 깊었던 한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계단에 앉아 별과 달을 한참이나 보고 있었어요.

별과 달은 점차 사라지고 따스한 태양빛이 들기 시작했어요.


 평소처럼 한은 일어나 물을 한 컵 마시고, 양치와 세수를 하고, 동물들과 인사를 했어요. 그리고 오랜만에 오두막 뒷 쪽으로 가 빈 양동이를 바라봤어요.

 돌이켜보면 참 아팠던 시간이었어요. 혼자 가슴을 내리치고, 파내고, 새살을 긁어낸 구멍에는 시린 바람만 불었죠. 그 상처이자 흔적이었던 살점들이  누군가에게 값지게 쓰였다는 것에 이제는 가장 쓸쓸했다고 느껴졌던 날들이 그저 슬픈 과거로만 기억되지 않게 될 거예요. 한은 평온한 미소를 지었어요.


 슬슬 졸음이 밀려오는 한은 닭에게 밥을 주고 밭에 물을 뿌린 후 낮잠을 자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닭에게 먹이를 준 후 샘물을 길어 들고 가던 한은 잠시 서서 개화한 무궁화를 구경했어요.


"벌써 무궁화가 피는 시기가 왔구나."


 마음이 편안해진 한은 잠이 솔솔 들기 시작했어요.


"그냥 여기서 잠깐 쉬었다 갈까?"


 그러나 갑자기 한의 등에 갑자기 소름이 돋더니 잠이 한순간에 확 달아났어요.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천천히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어요. 한의 뒤편에는 투박한 무기들을 쥐고 자신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마을 주민들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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