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리고 있던 한은 말했어요.
“저리 가.”
괴물을 다시 본 사람과 처음 본 사람들이 섞여 있었어요. (사실 예전에 계속 본 적 있지만 잊어버렸을 뿐이지만요) 처음 본 사람들은 가슴이 뚫려 있는 한을 보고 살짝 겁이 났어요. 늑대를 몰고 오는 괴물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으니 함부로 공격했다가 정말 큰일이 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어떤 사람은 앞장서서 또다시 한을 공격하려 했어요. 마을에서 데려온 몸집이 큰 개들에게 명령했어요.
"물어!"
개들은 한에게 달려들었지만 한의 앞에서 멈춘 채로 킁킁거리기 시작했어요.
"뭐야?"
어떤 개는 꼬리를 살랑거리기도 했어요. 한도 반가웠어요. 마을에서 유일했던 친구를 닮은 아이들이 한의 주변을 감싸고 있으니까요.
"뭐하는 거야? 에이씨, 나와!"
당황한 사람들은 휘파람을 불러 개들을 한과 떼어놓았어요. 어떤 사람은 한에게 돌멩이를 던졌어요.
한은 어렸을 때처럼 가만히 맞고 있지 않았어요. 지금은 지켜야 할 것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한은 어깨를 돌려 돌멩이를 피했어요.
“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는 너를 기억해.”
어떤 사람의 미간이 찌푸려졌어요.
“뭔 소리야?”
“여전하구나.”
한이 자신을 둘러싼 나이 들거나, 성장한 주민들을 바라보는 사이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왔어요. 화살이 가슴을 향해 쏘여졌지만 텅 빈 한의 가슴을 스쳐 지나갔어요. 그들의 화살은 한의 가슴에 상처를 줄 수 없었지만, 한은 잠을 자고 있는 작은 아이의 머리 위에 화살이 지나갔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어요. 작은 아이를 지키고 싶었어요. 한은 사람들의 돌멩이와 화살을 피하기 위해 몸을 절박하게 웅크렸어요.
그러자 사람들은 차마 가까이 가지는 못한 채 멀리서 눈에 보이는 돌멩이를 한에게 던졌어요. 한의 등은 또다시 상처투성이가 되었어요. 그리고 그 상처가 난 자리에서 점점 새싹이 자라나기 시작했어요. 돌멩이를 찾고 던지느라 정신없던 사람들은 그 광경을 알아채지 못했어요. 그리고 한의 피가 등을 물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작은 새싹들이 눈에 잘 보이지 않기도 했어요.
아주 작게나마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어요. 뒤늦게 도착한 대담의 목소리였어요.
“한은 잘못이 없어요!”
“한은 괴물이 아니에요!”
하지만 흥분한 어른들은 대담이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어요. 듣고 싶지 않았어요. 이미 진실은 중요치 않으니까요.
한은 잠시 힘겹게 고개를 들었어요. 그때 돌을 던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서럽게 울고 있는 대담이와 눈이 마주쳤어요.
한은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몰라요. 대담이와 작은 아이를 좋아하는 건지, 사랑하는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내가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 때문에 더 이상 슬프지 않길 바랐어요.
한은 고통을 이겨내며 몸을 펴 일어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