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마율 Aug 16. 2024

23. 호의와 오해(3)

너무 급하게 뛰었던 나머지 온 몸에 생채기가 난 대담이는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졌어요. 대담이를 발견한 마을 주민들은 깜짝 놀라 대담이를 안고 집에 데려다 주었어요. 여러 군데 상처가 나긴 했지만 작은 상처들이었기 때문에 대담의 부모는 한 시름을 덜 수 있었어요.


 하지만 어른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어요. 왜 대담이가 집에 있지 않고 밤에 어디를 갔다 온 것인지, 왜 다쳤는지 알 수 없었거든요. 주민들은 대담이의 방에 들어와 각자 마을의 안전에 문제가 생겼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갑자기 어떤 사람이 일어나 말했어요.


“저기… 제가 봤어요.”


사람들의 시선이 어떤 사람에게 모두 쏠리게 되었어요.


“며칠 전에 대담이가 이상한 사람의 손을 잡고 어둔 초록 숲에서 나오는 걸 봤어요.”

“어둔 초록 숲? 거긴 위험하잖아. 어린 애가 거길 드나들었다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대담이와 함께 있던 사람이… 사람이 아니었어요. 가슴이 뻥 뚫려 있었다고요!”

“뭐라고?!”

"사람이 어떻게 그래?"

"그러니 그건 사람이 아닌 거지."

"그럼 뭐야?"

"늑대도 많아지고 이상한 인간도 나타나고 우리 마을 왜 이렇게 된거야? 위험한 거 아니야?"

“갑자기 늑대들이 많아지는 것도 이유가 있는 걸꺼야. 그 인간이 우리를 괴롭히려고 늑대를 푼 거지.”

“인간이 늑대를 기를 수가 있어?”

“이미 가슴이 뚫린 것부터가 이상하잖아. 그 인간, 가슴이 안 뚫렸다 해도 뭔가 쎄해. 원래 이상한 인간이 늑대를 키운다고 해서 더 이상해지냐?”


사람들은 크게 놀랐어요. 그리고 추측은 점점 왜곡되며 사실처럼 변해버렸어요.

몇몇 사람들은 한의 존재에 대해 놀라지 않았어요.

“아, 그때... 그 가슴에 작은 아이가 자고 있던 모지리…”

어떤 사람은 숲에서 한을 향해 돌멩이를 던졌던 사람들의 말을 가로 막으며 크게 외쳤어요.


“그건… 괴물이에요.”


순간, 시끄럽게 오고가던 말소리가 멈추고 정적이 흘렀어요.


“뭐?”

"괴물?"

“그런 건 위험한 괴물이에요.”

“맞아. 봐! 지금 아이를 다치게 했잖아.”

“이건 그냥 다친 게 아닐 거에요. 경고에요. 이제 시작이라고.

“… 시작?”

“복수의 시작.”

“우,우리가 걔를 그렇게 괴롭힌 것도 아니잖아. 복수는 무슨 복수야. 그깟 돌멩이 몇 개 던진 거 가지고 이렇게 우리를 공격한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어떤 사람은 자신과 친구들이 어둔 숲에 나무를 베러 갔다가 한과 마주쳤던 상황을 이야기했어요.


“진짜 괴물이 있다고?”

“그 사람 막 공격적으로 보이지는 않던데... 그냥 우리가 던진 돌 맞고만 있었…”

“괴물이잖아요. 괴물에게는 이성 같은 게 있을리가요.”

“…그럼 어쩌지? 우리 마을이 위험에 처한 거야?”

“괴물이 와서 우리를 죽일거야! 아님 늑대를 우리 마을로 보내든가!”


마을 주민들은 패닉에 빠진 듯했어요.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한거야? 왜 돌멩이를 던진거야?”

“돌멩이 던진 놈들 누구야. 나와!”


사람들은 두려움을 분노로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어떤 사람이 다시 주도권을 가지고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지금 누가 돌멩이를 던졌는가는 중요하지 않아요!”


이장은 어떤 사람에게 답을 구하는 듯했어요.


“그럼 무엇이 중요한가?”

“우리 마을을 안전하게 해야죠. 과 맞서 싸워야 해요. 아니면, 마을에 해를 입히는 것을 먼저 없애거나.”

“우린 안전하고 싶잖아.”

“우리 마을은 평화로웠다고.”

“…괴물을 죽여야 돼요.”


사람들은 침묵했지만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어요. 괴물을 죽이자는 결론이 나오자 사람들은 안심과 희망을 찾게 되었어요.

그리고 흥분했어요.


“감히 마을 사람을 건드려?”

“지금 복수한다 이거지?”

“우리도 복수한다 이거야!”


어쩌면 신이 나 보이기까지 했어요. 괴물을 죽이러 가야하는 긴장감과 어째서인지 모를 흥이 오르자 주민들은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어요. 술에는 노래가 빠질 수 없었어요.


“안전한 우리 마을

행복한 우리 마을

도시에는 가난하고 아픈 사람이 많지만

우리 마을은 건강해, 행복한 사람들로 가득해”


사람들은 어깨 동무를 하며 노래를 불렀어요.


“어느 곳이나 그렇듯 금지된 숲이 있어

악한 것을 몰아넣는 곳이야.

어둔 초록 숲, 어둔 초록 숲

위험한 숲을 피해 안전한 마을로

안전한 우리 마을

행복한 우리 마을!”         


너무나 피곤했던 대담은 자신의 앞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줄 전혀 모른 채 한과 동물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꿈을 꾸며 고롱고롱 편안하게 잠을 잤답니다.

이전 22화 22. 호의와 오해(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