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같은 노을이 질 무렵, 한은 대담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배웅하기 위해 어둔 초록 숲의 어딘가를 걸어가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모두 내가 한 말을 믿어. 늑대가 올 까봐 울타리를 더 튼튼하게 짓고 있어.”
“거짓말을 하게 해서 미안해.”
“아니야. 오히려 더 안전한 마을이 되었는 걸?”
“… 이제 사람들이 이 숲으로 더 오지 않을 거야.”
“한은 그게 좋아? 혼자 있으면 외롭잖아.”
“나는 외로움을 잘 몰라. 오히려 혼자 있으면 외로울 일이 없는 것 같아.”
“그리고 어둔 숲에 혼자 있으면 위험해. 크고 포악한 동물들이 엄청 많다고”
“그건 맞아. 그런데 대담이 너도 혼자 숲을 돌아다녔잖아.”
“그건… 그렇지만… 작은 동물 친구들과 노는 건 즐거운 걸.”
오두막과 마을의 중간정도에 다다랐을 때 어디선가 두 개의 빛이 번쩍하더니 소녀와 한을 향해 무언가가 다가왔어요.
곰이에요! 대담은 재빨리 대장장이 할아버지가 깎아준 목검을 손에 쥐었어요. 막상 곰을 마주하니 발을 한 발짝 떼기도 어려웠어요.
“곰을 자극해서는 안 돼. 배고프지 않은 곰이라면 우리를 보고 그냥 갈지도 몰라.”
한이 작게 속삭였어요. 곰과 한과 소녀는 서로를 마주 보고 서 있었어요. 아주 긴장되는 상황이었죠. 슬픈 아이는 이 상황에도 꼼짝 하지 않고 한의 가슴속에서 잠을 자고 있었어요. 곰이 배가 고픈지는 알 수 없었어요. 그러나 곰은 소녀와 한에게 쏠린 관심을 거두려는 생각이 없어 보였어요. 곰은 사납지는 않았지만 웅장한 몸집만으로 둘을 위협하기 충분했어요.
그때였어요. 대담이 순식간에 뛰어올라 목검으로 곰의 코와 입을 세게 내리쳤던 거예요.
쿵! 곰은 놀란 나머지 엉덩방아를 찧었어요. 그러자 한은 대담을 마을로 가는 길 쪽으로 밀어내며 말했어요.
“이제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최대한 빨리 집으로 달려가!”
대담이 주저하는 듯하자, 한은 단호하게 말했어요.
“어서!”
대담은 한이 알려준 방향으로 달려 나갔어요.
대담은 곰을 놀라게 했지만, 곰에게 큰 타격을 입힐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모양이에요.
넘어진 곰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화가 난 듯해 보였어요.
“저 꼬마 녀석이…”
곰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지만 대담을 지키고 싶었던 한은 곰의 앞을 막아섰어요.
“넌 비켜!”
“안 돼요.”
“비키라고 했잖아!”
화가 난 곰이 앞발을 치켜세웠어요. 한은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 슬픈 아이가 떠올라 어떻게 이 아이를 빼낼지 순간 눈이 번쩍 뜨였어요. 눈을 뜨자 한을 공격하려는 자세로 코 앞에 서 있는 곰을 보게 되었어요. 이대로 죽을 거라고 생각한 한의 예상과 달리, 곰은 갑자기 멈칫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