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연결될수록 고립되는 당신을 위한 산책법
2025년 10월 6일,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샌프란시스코 바이오텍 기업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의 과학 고문 프레드 램스델에게 전화를 걸었다. 면역 체계가 자기 몸을 공격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조절 T세포의 핵심 유전자 Foxp3를 발견한 공로로, 메리 브런코우, 시몬 사카구치와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류마티스 관절염, 1형 당뇨, 루푸스, 크론병 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길을 연 업적이었고, 이 연구를 기반으로 한 임상 시험만 200건이 넘게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램스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한 채 아내 로라 오닐과 함께 아이다호, 와이오밍, 몬태나의 산을 3주째 걷고 있었다. 작은 마을을 지나다 잠깐 폰을 켠 아내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램스델은 곰이 나타났냐며 놀란 눈으로 아내를 쳐다보았다. 떨리는 음성으로 램스델을 바라보며 아내가 말했다. "당신 노벨상 받았대." 수백 통의 축하 문자가 그를 축하하고 있었다.
그의 연구소는 성명을 냈다. "램스델 박사는 사전에 계획된 하이킹 여행 중이었으며,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노벨위원회 사무총장 토마스 펄만은 2016년 취임 이래 수상자 연락이 이렇게 어려웠던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램스델이 펄만에게 전화를 걸어 답례한 것은 발표 약 20시간 뒤, 몬태나주 리빙스턴의 호텔에서였다.
뉴욕타임스가 왜 산에 있었냐고 묻자, 램스델은 이렇게 답했다. "나는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산에서 보내려고 합니다. 우리는 항상 가장 외진 곳을 찾아갑니다." 매년 노동절 휴일이 끝나면 아내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2~3주씩 산으로 들어가는 게 이 부부의 연례행사였다. 세상과의 연결이 끊긴 3주가 그에게 손해였을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3주는커녕 3시간도 스마트폰 없이 버티기 어렵다.
글로벌 디지털 리포트(2024) 기준, 현대인은 하루 평균 3시간 46분을 스마트폰 화면 앞에서 보낸다. 10명 중 9명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10분 안에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하루에 150회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10명 중 7명은 알림이 울리지 않았는데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10명 중 절반은 배터리가 20% 아래로 떨어지면 극도로 불안을 느낀다고 한다.
막상 내 하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에 눈을 뜨면 졸린 눈을 비비며 폰을 집어 들고, 밤새 쌓여 있던 카톡이나 메일을 확인하고, 급한 업무들을 처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핸드폰으로 업무를 처리하다 한계를 느끼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나 가방을 열고 노트북을 꺼낸다. 침대에 누워 허리에 가장 나쁜 자세로 타이핑을 해 나간다. 카톡, 메일, 할일 리스트 등, 화면에서 눈을 떼도 머릿속에서는 화면이 계속 돌아간다.
집에서 일하면 쳐질 것 같아 노트북을 둘러메고 집 근처 카페로 향한다. 빈자리 찾아 가방을 던져두고 아아 하나 시켜서 또 일을 해 나간다. 빨리 일 마치고 양재천으로 뛰쳐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굴뚝 같다. 뛰쳐나가기 위해 일을 빨리 정리하고 나에게 주는 선물로 양재천으로 향한다.
나무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며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는 청둥오리 가족들이 보인다. 혼자 유유히 자태를 뽐내던 왜가리가 느닷없이 머리를 물속으로 쳐박고 물고기를 잡는다. 잉어들은 입을 뻐끔뻐끔거리며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새소리가 들린다. 다 같은 새소리 같지만 저마다 목청이 다르고 울림이 다르다. 짹짹짹 우는 박자도 다르다.
나처럼 걷는 사람들,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 다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유함을 즐기고 있다. 슬그머니 에어팟을 꺼내 귀에 꽂는다. 때마침 흘러 나오는 노래는 로제의 '아파트'. 무려 브루노 마스가 콩글리쉬인 아파트, 아파트를 같이 외치고 있다니.
걷기가 주는 자유는 거창한 게 아니다. 속도를 정하는 건 나고, 어디서 멈출지도 내가 정한다. 알고리즘이 다음에 볼 영상을 정해주는 숏폼과는 다르다. 길 위에서는 다음 걸음을 정하는 사람이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