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안 되는 이유 3가지
이기적인 부모가 아플 때 그 자식이 도리를 다하려고 하면 그 또한 아프게 되기 쉽다. 왜? 현재 일어나는 상황이 논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아프게 되는데, 여기 그럼 안 되는 이유 세 가지를 들어 보이겠다.
첫 번째 이유
그들은 내가 아프게 되었다고 설명해도 공감하지 못한다. 내 상황에 대한 고려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내가 춥다고 핫팩을 사 오거나 해도 엄마는 내가 끄는 휠체어 타고 나간 김에 햇볕에 앉아 다른 노인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내 상태가 어떤지 관심이 없다. 애초에 내가 콧물을 줄줄 흘리고 있어도, 자신이 마스크를 쓰고 나갈지 아닐지에 대해 나에게 묻는 식이다.
이게 원래 그들의 성향이었다. 10년 전쯤, 만성피로로 인해 부신에 대한 책을 읽고 있었는데 내 집에 방문했던 엄마는 그걸 보고 이렇게 말했다.
놀고 있네
그날 엄마는 내 집에서 쫓겨났고 특별한 사과는 없었다.
엄마의 병원행을 마치고 집에서 나올 때 아빠는 내 감기로 인해 변한 음색에도 '적적하다'며 곧 다시 오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의 부모 병간호 중 아프면 이해받기는커녕, 나중에 그들이 <나 때문에> 감기 옮았다고 말할 것을 걱정해야 한다. 그래서 아프지도 못한다.
두 번째 이유
그들의 이기적이었던 과거에 더해 현재의 이기성이 쌓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위 첫 번째 이유의 예로 들은 것이 수동적이거나 과거의 이기성이었다면, 바로 이 시간 능동적인 모습의 이기성까지 더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요일에 감기 걸린 채 부모님 댁에 갔다가 병원행을 마치고 내 집으로 돌아온 나는 화, 수, 목을 집에서 요양하는 동안 부모님은 내게 전화하지 않았는데, 금요일에 내가 전화를 한 다음에야 이렇게 말했다.
'너에게 전화하려고 했는데 네가 밤에 깰까 봐 못했다'
이런 점이야 별로 놀랄 것도 없지만, 내가 아픔으로 해서 추가되는 상대의 이기적 모습이다.
세 번째 이유
월요일에 엄마의 병원행에서 오던 중이었나... 엄마는 나에게 물었다.
'병원 안 가봐도 돼?'
나는 거기에 짜증이 확 밀려왔다.
- 이 집에서 부모와 관련해 과거에 있었던 내 감기 사건과 중첩이 되었기 때문이다.
- 또 한 가지는 내가 <지금> 아프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프면 참을성이 바닥난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아 내가 알아서 할게!'
좋은 감정을 실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라도 느꼈을 것이다.
내 몸이 아픈데, 내가 그 연기까지 받아줘야 해?
얼핏 보면 성격 더러운 딸로 보일 것이다. 이 답변만 보면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후회해야 할 정도로 보기 싫은 장면이다.
어찌 보면 이 글은 <지금의 나>에 대한 역사와 논리를 구성해내고자 하는 발버둥이다. 내가 이렇게 까지 아파하면서 내 행동에 <죄책감>까지 가져야 한다면, 그건 정말 내가 바라는 방향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관계는 길고 오래된 복잡한 개미집처럼 되어 있어서, 나조차 그 위에서 일어나는 현상만으로는 나를 이해 못할 때가 있을 정도다.
월요일 병원행을 억지로 마치고 내 집에 돌아와 쉬는 이틀 동안 체력상 집 밖에 나갈 수 없었는데, 이후 외출을 하려고 열쇠를 찾다가 밖으로 나가서야 깨달았다. 이틀 내내 나는 열쇠를 현관에 꽂아놓고 방안에 있었던 것이다.
밤, 낮, 밤, 낮, 밤
수많은 외부인이 지나다녔을 그 복도에 속한 내 방에서 아무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날 지켜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