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어린 초조함

미용이 끝났을 때 웃음보다 눈물을 먼저 흘리는 견주

by 큐인


'갑옷'의 강아지.


평범하게 일 중이던 어느 날, 예약 문자라도 왔는지 테이블 위에 올려둔 휴대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역시나. 인스타 디엠으로 예약 문자가 들어온 상태였다. 특이 사항이라 하면 예약 문자의 메시지 길이가 꽤나 길었던 것, 그리고 메시지와 함께 첨부된 사진. 읽어보니 보호자 분께서 처음부터 기르던 강아지가 아닌, 시골의 어느 집에서 강아지를 데려온 모양이었다. 문제는 그 집이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었고. 그 빈집에서 홀로 주인이 없는 집을 지키고 있던 강아지를 지인을 통해 데려온 것이었다. 메시지에는 건강 상태에 문제가 없는지, 병원에 데려가 확인을 끝마친 상태라고 적혀있었다. 강아지의 건강은 다행히 양호하였고, 병원에서도 어느 정도 검사를 하면서 밀어낸 털이 있었지만, 집에서나 미용실에서 깔끔히 목욕시키고 미용하여 다듬는 편이 좋을 거라고 해서 내가 일하고 있는 미용실에 예약을 넣은 것 같았다.




특이 사항과 강아지의 추정 나이, 몸무게, 성격 특징 등 자세히도 적혀 있었다. 나는 예약 날짜와 시간을 확인한 후에 첨부된 강아지 사진을 눌러봤다. 병원에서 검사도 했고, 그 이후 집에서 목욕시켰는지 생각보다 털 상태는 깔끔해 보였다. 자세한 건 직접 눈과 손으로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사진 속의 강아지가 환하게 웃고 있는 것을 보니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좋은 주인을 만나 내가 일하고 있는 미용실로 걸음을 주다니, 반가웠다. 예약한 요일은 월요일이었다. 디엠을 확인했을 당시에는 금요일이어서, 주말이 지나야 웃음이 예쁜 강아지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월요일은 힘들다. 달콤한 주말 끝에 출근해야 한다는 현실을 부정하며 출근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가게의 문을 열고 조심스레 들어오는 여성분이 보였다. 시간도 시간이었지만,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아, 왔구나!' 보호자 분께서 들고 있는 이동 가방 안에서 작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짧고 간결한 인사를 나눈 후에 강아지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이동 가방의 출입문에서 빼꼼 고개를 내미는 강아지는 경계심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보호자 분이 잘 달래서 가방 밖으로 꺼낼 수 있었고, 나도 한껏 부드럽게, 그렇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최대한 다정한 톤의 목소리로 강아지의 이름을 불렀다. 이름이 불리자 자기 이름이라는 것을 아는지, 나를 바라보는 강아지는 병원에서의 검사로 인해 털이 애매하게 반 정도 밀려져 있었다. 나를 잠시 바라보고는 보호자 분께 숨어버리는 아이가 귀여웠다. 혹시라도 경계심이 너무 심한 아이라면 미용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의 시간을 주었다. 원래라면 냉큼 강아지를 데리고 작업실로 들어갔을 테지만, 홀로 주인 없는 빈집에서 외로웠을 이 아이에게는 어떤 상황이든 낯설게 느껴지고, 시간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




충분히 경계를 풀 만한 시간을 내어주고, 보호자 분께서 나에게 잘 부탁한다는 말을 끝으로 작업실로 데려왔다. 아이는 낯선 사람이 무서운지 떨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동물을 좋아하고, 최대한 안전하게 미용해서 털을 예쁘게 잘라주는 미용사라고는 하지만. 강아지들은 이 사실을 알 턱이 없다. 강아지에게 난 그저 낯선 사람일 뿐이고, 작업실은 낯선 공간일 뿐이라서. 나도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내가 하는 짓은 안 좋은 게 아니야. 나쁜 행동이 아니야. 너를 다치게 하지 않아. 할 수 있는 최대의 다정을 동물에게 전한다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동물들은 아주 고맙고, 기특하게 내 의도를 파악해 준다. 이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점점 떨림이 멎고, 긴장을 풀었다. 경계를 조금 허문 듯한 아이는, 메시지에 적힌 그대로 정말 순하고 얌전했다. 미용 작업이 수월해지는 순간이다. 아이의 위생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발톱과 귀, 생식기와 그 주변을 살피고,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털 상태를 확인했다. 분명 관리가 안 되어 있을 수밖에 없던 아이의 털은 부분마다 엉킨 데가 많았고, 엉킨 털 사이로 단단하게 굳어있는 털도 있었다. 누더기처럼 말이다. 애견 미용사들은 이러한 털 상태를 '갑옷'이라 한다. "갑옷을 입었네...." 정도로 쓰이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이 아이는 어쩌다 빈집에 홀로 있었을까. 어쩌다 혼자가 되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하면 그와 동시에 상상이 갔다. 상상 속 빈집의 아이는 너무나도 외로워 보여서, 중간에 생각하기를 관뒀다. 그저 아주아주 정성을 들여, 외로웠던 시절은 잊을 수 있도록 예쁘게 미용해 주고 싶은 마음만을 남겼다.




2~3시간 후, 가게의 문이 다시 한번 조심스레 열렸다. 아이의 보호자 분이었다. 아이의 모습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는 보호자 분께서는 아이가 미용을 얌전히 잘 받았는지, 미용은 예쁘게 잘 끝났는지. 내심 걱정하셨는지 약간의 초조함이 얼굴에 비쳤다. 나는 웃으며 너무 얌전해서 인형인 줄 알았다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며 안에서 작은 간식을 먹고 있는 강아지가 나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었다. 밖에서 보이는 보호자 분의 얼굴을 확인하고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마자 황급히 뛰어가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엉키고, 누더기처럼 굳어져 있던 털은 사라진 채, 깔끔한 몸과 동그랗게 다듬은 얼굴로 보호자를 맞이한 것이다. 아이의 견종은 믹스로 추측하건대, 스피츠와 포메라니안 사이에서 태어난 것 같았다. 대체 왜 이렇게 작고 예쁜 아이가 빈집에 홀로 있었는지는 나로선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의 밝은 웃음으로 보호자를 맞이하고 안겼던 아이는 행복해 보였으니 그걸로 됐다. 아이를 품에 안고 얼굴을 확인한 보호자 분께서는, 본인도 모르게 울컥하셨는지. 아이에게 "우리 행복하게 잘 살아 보자."라고 중얼거리셨다. 그 모습에 내 마음도 찡한 울림이 퍼졌던 것 같았다. 이후 나에게 감사 인사와 미용 금액을 지불하고, 다음에 또 오겠다며 가게를 나서는 보호자 분께 밝게 인사드렸다. 물론 아이와의 인사도 까먹지 않았다. 피곤하고 늘어지는 월요일에 반하는, 따스한 햇살 같은 일이었다.




어딘가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속상하다면 속상하다고. 외로우면 외롭다고. 몸으로 표현은 할지언정 말 한마디 못 하는 이 작은 생명들은, 자신을 흔쾌히 거두어 키워주는 사람이 곧 세상이라. 사람에게 의지하고 기대어 살아간다. 말 그대로 정말 온전히 우리만을 바라보는 아이들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사랑을 아무런 조건 없이 주는 아이들이다. 나는 이 생명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행복하길 바란다. 이후에도 나에게 미용을 받았던 이 글의 아이가 오늘도 여전히 행복하기를. 오늘도 사랑이 넘치기를. 이 글을 보고 계신 많은 분께서도 반려견과 커다란 사랑 주고받으시기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