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원래 예민하니까 괜찮아. 아픈 거 아니고?

조용한 ADHD 아이 생활 습관 그리고 특징

by 세니

아이가 조용한 ADHD진단을 받고 2개월이 지났다. 약을 복용한 지 두 달인데, 아이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그리고 어떤 부작용이 있었을까?


나 또한 처음에 약 복용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다. 주변에 아이의 성향을 이야기하면 이미 아이의 상태를 눈치챈 눈치가 빠른 선배들은 '약은 절대 먹이지 마'라며 미리 엄포를 놨다. 나 또한 약물 오남용에 대한 걱정이 있었기에 주변에 어떤 약이 든 장기로 복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걱정부터 되곤 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약을 복용하고 난 뒤에는 말끔히 사라졌다.


ADHD는 전두엽기능 이상으로 나타나는 만성질환과 같다. 혹자는 말한다. ADHD는 만성질환과 같은 '병'이라고. 예를 들어 당뇨병에 걸리면 약을 먹고 치료를 받으며 평소 나의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ADHD도 똑같다. 이것 또한 하나의 질병이기 때문에 약을 먹고 치료를 하며, 생활습관을 바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아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주 양육자가 아이의 생활패턴을 교정하고 하나씩 체크해 주며 아이가 보통의 아이들 속에 잘 섞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우리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다. 단순히 기질이 '예민한 아이'인 줄만 알았다. 아이 때문에 우리 집은 늘 폭풍우 같았다. 잠도 잘 못 자고 하루 종일 우니 아픈 건 일상이었다. 내 기억에는 태어난 지 50일부터 병원을 다녔던 걸로 기억한다. 작은 감기부터 중이염 등등, 남자아이를 키우면 뛰어가다 넘어지면서 나타나는 '상해'가 많다고 들었지만 우리 아이는 '질병'을 달고 살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상해가 없었던 건 아니다. 두 번의 상해로 병원을 갔는데, 한 번은 목욕탕에 물 받아놓고 수건 가지러 간 사이 뜨거운 물을 온몸에 뒤덮어서 안고 응급실 간 적, 그리고 한 번은 놀이터에서 놀다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 후 끝자락에서 바닥으로 점프를 했다. 물론 바닥 지탱은 오른팔로. 덕분에 오른팔 요골 2개 골절로 철심 박은 적도 있었다. 여름 두 달 내내 팔에 통깁스로 아주 고생을 한 기억이 있다.

잠 또한 마찬가지다. 100일의 기적? 통잠은 무슨. 나한테는 택도 없는 소리. 오히려 1년 늦게 태어난 동생은 50일의 기적을 보여준 순한 잠꾸러기였지만 첫째는 4살 때까지 나에게 새벽에 2시간 수유라는 전례 없는 수면 패턴을 훈장처럼 남겨주었다.

병원은 매일 밥 먹듯이 다녔고, 아침에 동네 인기 이비인후과 대기 접수는 내가 단연 1번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갑자기 어린이집에서 못 걷겠다고 전화가 와서 그 길로 병원 입원. 가와사키로 타이레놀을 2달 정도 복용했었고, 더 어렸을 때는 탈장으로 인해 대학병원에서 수술도 했었다. 7살 인생에 전신마취 3번이면.. 다사다난했구나, 아들아.




얼마 전 책을 읽다가 놀랐던 적이 있다. ADHD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작가님의 책이었는데, 우리 아이와 너무나 비슷했다. 우리 아이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신기했다. 짝꿍을 만난 것 같은 기쁨도 살짝 들었다.


1. 아침이 너무 힘든 것 - 정말 힘들다. 유난스럽게 힘들다. 몸을 일으키는 것, 세수하는 것 등 어느 하나 쉽게 하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난 아침이 늘 두려웠다. 아이의 짜증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니까.

2. 버스를 타지 않았던 것 - 아이가 어렸을 때는 버스를 타고 등원한 적이 없다. 늘 내가 함께해야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이가 거부했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고 '너 그러다 애 바보 만든다'라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3. 체력이 약한 것 - 초등학교 3학년 또래 남자아이들에 비해 체력이 정말 약하다. 늘 피곤함이 따라다닌다. 잠깐 걷는 것도 쉽게 지친다. 만성피로인가? 의심이 갈 정도이다.

4.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것 - 가방은 늘 엉망, 준비물은 엄마 숙제이다. 엄마가 챙겨야 그날 준비물을 챙겨가는 거다. 내가 퇴근을 늦게 해서 늦는 날은 준비물 사느라 밤늦게 문구점 여러 군데 찾아다닌 적도 있다. 그뿐이랴? 챙겨준 건 맨날 잃어버린다. 그래서 중요한 물건은 가방에서 빼놓고 간다. 핸드폰도 마찬가지! 핸드폰 찾으러 여기저기 찾아다닌 적은 수십 번.. 이젠 적응했다.

5. 늘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 - 본인 뜻대로 안 되는 일은 무조건 남 탓. 엄마 탓, 동생 탓, 탓탓탓! 본인은 피해자이다. 그래서 본인은 모든 상황이 억울하다.

6. 실수가 잦은 것 - 집중을 못하기에 실수는 당연하다. 아침에 한 약속도 까먹고, 방금 적어온 학원 숙제도 까먹는다. 공부도 마찬가지라서 연산 실수는 당연하고 문제 풀고 답을 적고 옮기면서도 틀리게 적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난 우리 아이가 부족해서 늘 나에게 만족이 안 되는 아이인 줄 알았다. 앞 글에서 보면 알다시피 나도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이라 모든 것이 완벽하게 딱 맞아야 했다. 학원도 공부도 아이의 생활도. 나의 그런 성격이 아이를 더 옭아맸던 것 같다. 위에 아이의 행동패턴을 보면 1번에서 6번은 모두 연결되어 있는 구조이다.

잠을 푹 못 자니 아침에 피곤하고, 체력이 약하니 자꾸 실수하고 의욕이 없는 것이다. 이게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늘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으니 모든 생활이 불안한 것이다. 이런 특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아이에게 더욱 미안해졌다. 아이가 실수했다고 다그칠게 아니었다. 약을 먹고 치료를 하는 것이 우선이었는데 나는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가 약을 복용하고 일주일은 거의 잠만 잤던 것 같다. 아마 부작용이었던 것 같은데, 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어서 지켜보기로 했다. 약을 복용한 후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서는 신기할 정도로 차분해졌다. 또 신기할 정도로 짜증이 없어졌다. 그러니 아침에 아이를 대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나의 화도 줄어들었다. 아이에게 크게 소리치지 않아도 옷을 갈아입고 학교 갈 준비를 했다. 그렇다. 그 짧은 시간에 약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 뒤로 아이는 큰 부작용은 없었고, 약은 최소용량의 약만 복용하고 있다. 우리 아이는 운 좋게도 혼합복용, 복용약의 증량 없이 좋은 효과를 보게 된 것이다.


지금은 아이의 병을 받아들이고 난 후라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공부를 하며 대화가 더욱 많아졌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깊어지니 우리의 더욱 끈끈해졌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위해, 아이가 사회에 서서히 스며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다른 아이들 보다는 느리고, 많이 서툴 것이다. 그래서 더욱 힘들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아이는 그 어느 별보다 더 반짝이며 빛나는 별이다. 그리고 아이의 삶은 온전히 아이의 것 이기 때문에, 나는 믿고 응원해 주기로 했다.


오늘도 아이의 자그마한 성장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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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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